트럼프 몰락과 대중매체

고승우 언론사회학 박사 입력 2021. 1. 20. 16:46 수정 2021. 1. 20.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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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미디어오늘 고승우 언론사회학 박사]

21세기의 정보환경이 과거의 그것과 크게 달라지면서 정보의 교통정리라 할까, 믿을만한 정보를 어디에서 구해야 하나 하는 사회적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이는 대중매체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과 같은 말이기도 하다. 오늘날 정보시장은 대중매체, 플렛폼, 포털, 1인 미디어, 각종 SNS가 생산하는 정보로 넘쳐난다. 대중매체의 역할이 나날이 쪼그라들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대중매체가 어떤 목적의식을 가져야 할 것인가 하는 귀중한 교훈 사례가 트럼프식 정보 생산과정에서 목격된다.

트럼프는 현대사회의 대표적 의사전달 수단인 트윗으로 흥했다가 망한 정치인이다. 그는 대중매체를 아예 무시하고 트윗으로 자신의 의사를 직접 전달하는 방식을 썼다. 자신의 말을 대중에게 직접 전달하는 것에 유권자는 열광했다. 그런 정치인이 없었기 때문이다. 과거 정치인들은 대변인을 두거나 대중매체를 통해 대중에게 잘 정리된 자신의 말을 전하는 방식이었는데 트럼프가 그것을 깨면서 대중적 인기를 누린 것이다. 그 결과 지방의 한 부동산 재벌이 워싱턴의 정치 중심가로 직행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트럼프는 재임 중에 대중매체가 자신의 견해와 다르거나 자신을 비판하면 가짜뉴스라고 매도하면서 자신의 정당성을 강변했다. 그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식의 정보 생산과 소비를 하면서 정치권력을 행사했다. 대중가운데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가 생산하는 정보만을 소비했다. 그의 메시지에 따라 세상을 판단하고 행동했다.

그는 하룻밤 사이에 수십 통의 트윗을 날릴 정도 정열적이었다. 그가 트윗으로 많은 메시지를 날리면서 거짓이거나 엉터리인 것도 생기기 시작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궁지에 몰리는 경우 뻔한 가짜뉴스를 생산해서 퍼뜨리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그는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을 노렸지만 낙선하자 아무 근거도 없이 부정선거가 자행됐다는 트윗을 계속 날렸다. 당연히 그의 지지자들은 분노하고 거리로 뛰어 나와 시위를 벌였다. 트럼프는 그것을 선동하는 말을 지속했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을 의회에서 인준하는 날 수많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의사당에 폭도로 난입해 사상자가 생기는 등 미국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는 불상사가 생기고 말았다.

트럼프는 내란선동 혐의로 하원에서 탄핵되어 임기 중에 두 번이나 탄핵당한 대통령이 되었다. 트윗 등 포털사이트에서도 그를 요주의 인물로 보고 그의 계정을 중단시켰다. 일국의 대통령으로써 불명예스런 일이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 듯 보였다. 수치심을 전혀 모르는 파렴치한 정치인의 모습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선거에 불복한다는 태도를 바꾸지 않고 새 대통령 취임식에 불참 의사를 밝히는 등 기본기가 되어 있지 않은 일탈적 모습을 반복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6월3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서 열린 장병 격려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치인이나 유명인의 말 또는 대중매체의 정보가 전파되어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살피면 정보 생산을 할 때 신중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자명해진다. 학자들의 대중매체의 전달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에서 그것이 밝혀졌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대중매체가 전달하는 내용을 자신의 가치관이나 흥미에 따라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거나 인식 또는 기억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어떤 말을 대중매체 등을 통해 접하게 되면 자신의 가치관이나 선입견에 따라 그 내용을 해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흔히 사람들은 자신이 적절하다고 여기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자신의 성향과 맞지 않은 송신자의 정보에 대해서는 쉽게 싫증을 느끼게 된다. 이런 태도는 담배의 유해성을 알리는 금연캠페인에도 불구하고 흡연을 계속하는 경우나 지역감정이 부적절하다는 사회적 경계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렇지 않은 사례 등에서 입증된다.

사람들이 말을 받아들이는 특성을 살필 때 지명도가 높은 정치인이나 유명인사는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자신의 말에 신중해야 한다. 대중들은 그들이 궁금해 하거나 확인하고 싶은 욕구를 리더를 통해 해소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가짜뉴스는 부당한 정치적 이익 또는 돈벌이를 목적으로 만들어지는데 미국 주요 대중매체의 경우 지난해 11월 대선전이 한참일 때 팩트체크를 최우선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정치인들이 승리를 위해 막말을 하는 사례가 많아 독자나 시청자에 대한 언론서비스의 우선순위가 바뀐 것이다.

일상적인 사건, 사고가 아닌 공개된 정보의 진위부터 가리는 작업이 대중매체에서 행해지는 것은 21세기 정보환경에서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측면도 있다. 그것은 인류 역사상 최초로 대중매체가 아닌 미디어로 개인이 대중에게 말을 전파할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생긴 그늘로 설명할 수 있다. 모두가 모두를 향해 말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그 긍정적인 의미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런 장점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그 역기능을 해소하기 위한 범사회적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그렇게 하다보면 머잖아 모두가 모두를 향해 생산적인 말을 하는 시대가 올 가능성이 크다. 이런 목적을 위해 대중매체가 할 일이 있다.

한국의 경우 대중매체는 다매체 다채널, 1인 미디어 시대의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공공, 공익적 정보를 생산 전파하는 매체의 성격을 굳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민감한 사회문제 등에 대한 정보 생산 방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예를 들어 TV에서 정치문제에 대한 대담프로의 경우 여야 정치인을 불러다 말을 시키는데 이는 시청자들에게 알아서 판단하시오 하는 무책임한 태도이다. 이런 방식이 방송사 입장에서는 품이 덜 들고 그럴싸해 보일지 몰라도 결국 진영논리를 확산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불러서 여야 정책에 대해 타당한 분석과 해석을 내놓는 방향으로 해야 시청자가 균형 잡힌 지식을 갖게 된다. 사람들이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의 특성을 고려할 때 진영논리를 벗어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진정한 정보 서비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중매체는 뉴스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뉴스를 재미있게 만들려 노력하는 경향이 있어 'Infotainment (Information+Entertainment)'라는 합성어가 등장했고 교육도 오락적 요소를 가미해 제공한다는 뜻의 합성어 Edutainment (Education+Entertainment)는 신조어가 정착해 있다. 정보는 단순히 정보로서만이 아니라 오락적 요소가 가미되어야 소비자들이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지 않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간단치 않다. 흥미위주로 만들어진 각종 프로들이 실제 많은 청취자, 시청자들을 정확치 않거나 부적절하게 교육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일부 국내 매체는 SNS 속 독설가나 재담꾼들의 말을 중계 방송하는 식으로 전달하고 있는데 이는 대중매체 본연의 영역을 허무는 자해 행위의 성격이 짙다. 대중매체가 자본주의 시장에서 정보 상품을 판매한다는 점에서 여러 방식을 동원할 수 있다 하지만 혼탁한 잡음 속에서 진실의 소리를 듣고자 하는 대중의 욕구를 대중매체가 충족시키는 책무를 생략해서는 곤란하다. 대중매체는 객관성의 원칙아래, 정확한 사실관계를 기본으로 삼고 정보를 생산가공해야 한다는 원칙에 충실해 그 방향 설정에 고민할 때다. 지금처럼 모두가 정보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정보환경에 휩쓸리면서 대중매체가 제 위치를 찾지 못한다면 지금의 옹색한 자리도 영영 잃어버릴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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