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10주기..맏딸은 오늘도 어머니가 그립다
어머니글은 기초부터 꼭대기까지
촘촘하게 짜여있는 건물같아
매번 읽을때마다 새롭게 다가와
가까이서 본 어머니 알리고싶어
한국 문학의 거목 박완서 소설가(1931~2011)가 타계한 지 22일로 꼭 10년이 된다. 맏딸 호원숙 작가(67·사진)는 최근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날이 갈수록 어머니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더 존경하게 됐다"고 말했다.
"돌아가시고 난 뒤 어머니를 실제로 대할 수 있는 매개는 작품밖에 없었지요. 이미 다 읽었던 작품들이지만 다시 읽으니 또 다른 것들이 보이더군요. 청소년기 읽었을 때와 좀 더 나이 들어서, 그리고 요즘 읽을 때 매번 새롭게 다가옵니다. 어머니 작품이 품고 있는 힘이 이런 게 아닐까 싶어요."
그의 작품들이 '나목(裸木)'처럼 꿋꿋한 생명력으로 의구히 사람들을 웃고 울리는 가운데 출판계는 소설 개정판·에세이 등을 잇달아 출간하며 박완서를 추모하고 있다. 산문들을 엮은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세계사 펴냄), '박완서 산문집 세트'(문학동네 펴냄), 소설 선집 '지렁이 울음소리'(민음사 펴냄)가 최근 나왔고,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웅진지식하우스 펴냄), '그 남자네 집'(현대문학 펴냄) 개정판은 기일에 맞춰 공식 출간된다.
책에선 주로 생활인인 어머니를 회고했지만 호 작가에게 박완서는 큰 힘을 준 글쓰기 선배이기도 하다. 호 작가 글이 처음 실린 단행본이 1992년 나온 '박완서 문학앨범'(웅진출판 펴냄)이다. 박완서의 삶과 생각, 그리고 문학을 정리한 책으로 그는 그 중에서 연대기 '행복한 예술가의 초상'을 썼다. "'이걸 할 수 있는 사람은 너밖에 없다'고 권유하셔서 감히 거역하질 못했지요. 기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잘할 수 있을까'하는 부담감도 컸죠. 아무튼 저는 해냈고, 어머니도 좋아하시면서 '잘 썼다'고 말해주셨어요."
'글 쓰는 사람' 호원숙은 박완서를 '굉장한 구조를 갖춘 소설가'로 기억한다. 그는 "비유하면 어머니 글은 기초부터 꼭대기까지 촘촘하게 짜여 있는 건물"이라며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던 것이든 작품 속에 많은 코드들이 담겨 있다"고 했다.
호원숙의 글은 박완서와 비슷하면서도 또 다르다. 호 작가는 "저는 어머니와 수십 년간 같은 환경에서 같이 지내며 같이 읽고 같이 느껴왔기에 영향을 받는 건 당연하다"면서도 "저는 저대로의 리듬과 생활이 있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어머니는 글뿐만 아니라 행동에 있어서도 누구를 따라하는 걸 싫어하고, 독자적이고 개인적인 걸 좋아하셨어요. 저도 어머니를 편하게 해드리는 건 할 수 있지만 어머니를 따라하는 건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그러지 않았죠. 또 당신께서도 자식을 조종하고 개입하거나 하지 않으셨어요.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시고 힘을 불어넣어주셨죠."
그간 냈던 수필집은 호 작가의 독자적 성취들이다. 2006년 산문집 '큰 나무 사이로 걸어가니 내 키가 커졌다'(샘터 펴냄)를 시작으로 '엄마는 아직도 여전히'(달 펴냄), '그리운 곳이 생겼다'(마음산책 펴냄) 등을 통해 어머니 박완서와 자신에 대해 그려왔다. 앞으로도 그는 호원숙을 쓰면서 박완서에 대해, 박완서를 쓰면서 호원숙에 대해 얘기할 계획이다. 계속 어머니를 쓰는 이유에 대해 그는 이렇게 답했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음식을 해주시던 모습들, 같이 여행할 때 어머니 모습들. 제가 벅차고 좋았던 어머니의 모습들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엄마 자신의 모습을 당신께서 그릴 수는 없으니까요. 어머니와 가장 가까이 있었던 사람으로서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과 어머니의 뒷모습 이런 것들을 사진 찍듯이 전하고자 합니다."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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