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거지 되기 싫다".. 강해지는 20대의 아파트 매수세

허지윤 기자 2021. 1. 20. 16: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20대의 주택 매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말로 접어들며 지방 광역시에서 이런 움직임이 두드러진 상태다.

20일 본지가 한국부동산원을 통해 2019~2020년 아파트 매입자의 연령을 분석해본 결과, 지난해 20대 이하의 아파트 매매 거래는 4만4870건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20대 이하의 아파트 매매량(2만3398건)을 훌쩍 넘어섰다. 증여 거래는 제외한 수치다.

매매 건수가 늘었지만, 20대 이하 연령층의 비중은 아직 작다. 아파트를 가장 많이 사들인 것은 40대였다.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전국 아파트 매입 사례 93만4078건 중 40대는 25만7112건을 차지했다. 그다음은 30대(22만7768건), 50대(18만8046건) 순이다.

부산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아파트 전경. /김동환 기자

그러나 부동산 업계는 20대가 아파트 등 주택 시장의 수요자로서 점점 큰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지난해 12월 20대 이하는 전국 아파트를 최근 2년 중 월별 기준으로 가장 많은 7098건을 샀다. 전월 20대 이하 아파트 매매량(4987건)보다 약 42.3% 늘어난 것이다.

2019년 1월~9월만 해도 20대의 아파트 매입은 월별로 1000건대였다. 이후 지난해 6월 처음으로 4000건대를 돌파했고 8~10월 매수세가 가라앉는 듯했지만, 11월 들어 다시 치솟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세로 인해 소위 ‘벼락거지’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심리가 확산하면서 부모님 도움과 대출 등을 최대한 끌어모아 집을 사려는 움직임이 30대에 이어 20대로 번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벼락거지’는 집과 주식 등 자산 가치 폭등에 따라 월급만으로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거지 신세가 됐다는 뜻을 담은 신조어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 연구원은 "지난해 ‘벼락거지’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이 말 자체가 20·30 젊은 세대가 쓰는 말"이라면서 "전통적인 주택 구매층은 40·50대이지만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무주택자가 많을 수밖에 없는 연령대인 20·30대에서 다량의 매수가 일어나고 있는 것인데, 집값 상승세가 계속되면 이들이 수요 주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별로 따져보면 서울보다는 부산, 대구, 광주, 울산 등 지방 광역시에서 20대 이하의 아파트 매입 증가세가 눈에 띈다. 특히 부산의 경우 지난 11~12월 두 달간 20대 이하가 매입한 아파트가 총 1412건에 달해 전년 동기(457건)보다 209% 늘었다. 특히 11월에는 877건에 달해 전년 동기(218건)보다 302% 늘었다. 2020년 1월~9월까지 20대 이하의 부산 아파트 월별 매입 건수는 100~200건대였다.

대구, 광주, 울산, 세종 모두 지난해 12월 20대 이하의 아파트 매입이 최근 2년 중 가장 많았다. 대구는 지난달 20대 아파트 매입 건수가 전년 동기보다 약 136% 늘어 391건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울산은 259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07% 증가했다. 광주는 269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77% 늘었다. 세종시는 전년 동기보다 27% 늘어 94건이다.

서울은 지난해 하반기 들어 20대의 아파트 매수세가 다소 잠잠해졌다. 작년 7월 20대 이하의 서울 아파트 매입 사례는 562건까지 치솟았다가 8월부터 200건대로 떨어졌다. 12월엔 전년 동기보다 1.7% 감소한 462건을 기록했다.

경기도는 지난해 6월 20대의 아파트 매매량이 1588건까지 급증했다가 증가세가 꺾여 11월 1207건으로 떨어졌으나 12월 2421건으로 다시 늘었다. 지난달 경기권에서는 고양(330건), 용인(211건), 평택(152건), 시흥(110건), 부천(100건), 파주(95건), 안양(94건), 안산(93건), 성남(91건), 의왕(36건) 광명·안성(각 33건), 동두천(28건) 등이 20대 이하 연령대의 아파트 매입이 최근 2년 중 가장 많았다.

이와 함께 수도권에 지은 지 오래된 노후 아파트를 20대가 사들였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달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신용평가기관 코리아크레딧뷰로(KCB)와 함께 발표한 '수도권 아파트 시장의 연령대별 매수자 특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1분기 32.9%였던 20대의 노후 아파트 매입 비중은 올해 2분기 56.0%까지 늘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가격 접근성 때문"이라며 "지방은 주택 가격이 서울과 수도권보다 저렴하다 보니 여력이 있는 청년층이 직접 매입하거나 부모 자금을 빌려 아파트를 살 수 있는 반면 서울 아파트값은 평범한 20·30대가 자력으로 살 수 없는 수준까지 올랐기 때문에 접근 가능한 수도권 저가 매물 위주로 거래가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서울의 경우 20대가 부모님의 돈을 빌려서 직접 매수하는 것은 감소하는 반면 부모가 매수한 아파트를 자녀에게 넘겨주는 식의 증여 사례는 더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지해 연구원은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가운데 20·30대, 1인가구가 청약 시장에서 사실상 배제돼있다 보니 이들이 기존 주택 시장에서 집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