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고, 의대진학고로 변질.. 언제까지 세금 운영?" 靑 청원
20일 청원인은 “블라인드 입시가 시행된 올해 입시에서도 영재학교 출신들이 의대에 많이 진학했다”며 주요 영재고의 입시 실적을 나열했다. 그는 서울과학고(서울영재교)에서 서울대 의대 2명 연세대 의대 13명 등, 경기과학고에서는 서울대 의대 2명 치대 1명 연세대 의대 11명 등, 대전과학고에서도 연세대 의대 6명 등의 합격자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청원인은 “평범한 일반고에선 전교 1등을 해도 의대 입학이 힘들다”며 “생활기록부(생기부) 질 자체가 너무 차이 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현재 생기부시스템에선 일반고에선 R&E(Research & Education·학생들이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조사 및 연구활동을 하고, 이에 대한 보고서나 논문을 쓰는 활동)와 동아리 활동 등 여러 가지 활동이 제한돼 학생 개인이 따로 탐구하더라도 학교에 프로그램이 없으면 아예 생기부 기재가 불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일반고에선 노력해도 생기부에 반영할 길이 막혀있지만 영재고에선 세금으로 운용되는 학교 자체에 너무나도 좋은 프로그램이 많고 교과목 자체도 고급과정 이수이기 때문에 그런 프로그램을 이수하게 된다면 생기부 질 자체가 일반고 학생과 비교할 수 없이 높아진다”라고 주장했다.
영재교육 진흥법 14조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영재교육기관에 시설비, 운영비, 실험실습비, 영재교육대상자가 부담하는 수업료·입학금 그 밖에 영재교육활동에 필요한 경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
실제로 영재학교의 실험실 수준은 웬만한 대학교 수준에 버금간다. 2~3억원을 호가하는 고급실험장비인 전자현미경(SEM·TEM)도 있는 영재고들도 있기 때문에 영재고 근처 대학교가 영재학교의 실험실을 빌려 쓰는 일도 있다는 후문이다.
청원인은 올해부터 학생부종합평가에서 ‘서류 블라인드’ 조치가 시행됐지만 입시사정관들은 생기부 질을 보면 바로 영재고와 일반고를 구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재고 생기부는 고급 교과목·절대평가·학점제 시행으로 일반고 상대평가 성적과는 다르다”며 “영재고의 학생 수는 120명 정도로 일반고와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영재고에서 의대에 진학하는 학생들에겐 지원금을 반환하는 제도를 시행한다고 하지만 영재고 학생들은 그 질 좋은 생기부로 의대 입학 후 지원금을 돌려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청원인은 일반고에서 전교 1등을 해도 의대를 가지 못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련의 현실도 지적했다. 그는 “의대에 가려면 영재고에 가야 하고 영재고에 가려면 초등학교 때부터 유명한 수학·과학 학원들을 오후 10시까지 다니고 이후 새벽까지 독서실에서 자습을 해야 한다”라며 “이런 현실을 언제까지 정부에선 수수방관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아울러 그는 “(영재고) 120명 정원중 근 40여명이 의대 가는 그런 학교에 세금을 계속 지원할 것인가”라며 “차라리 영재고를 반으로 잘라 의대고와 영재교를 공동운영하라”라고 말하기도했다.
그는 특히 영재고에서 입시결과를 발표하지 않는 이유가 “이렇게 의대에 많이 가는 사실을 은폐하고 싶어서인가”라며 “나라 세금으로 좋은 프로그램 운용하면서 이제 의대는 그만 보내라”라고 촉구했다. 이어 “이젠 정말 말로만 하는 조치가 아닌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때 아닌가”라며 “한국과학영재학교는 강력하게 학교 측에서 의대진학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다른 학교들은 그렇게 못 하는 건가”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논란은 앞서 지난 10일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영재고 출신 의대생이 출연하면서 시작됐다. 영재학교인 경기과학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의대에 재학 중인 신 모씨가 연세대와 고려대, 성균관대, 한양대, 경희대 의대에 동시 합격한 사실과 200시간에 달하는 의료봉사를 했다는 사실을 공개하자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이공계열 영재 양성으로 목적으로 세금이 투입되는 영재고에서는 입학지원시부터 의대 진학을 경계하는데 신씨가 고교 시절 의료봉사 등을 하며 의대 진학을 준비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후 해당 프로그램 시청자 게시판에는 “과학고 출신에 의대 간 사람이 자랑이냐?”, “세금 먹튀다” 등의 비난 글이 줄을 이었고 결국 프로그램 제작진은 “무지함으로 시청자분들께 큰 실망을 드려 진심으로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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