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접종 한달 남았는데 누가 유통할지 아직도 '깜깜'
"백신 차질없이 유통하려면 업체 빨리 선정해야" 목소리
운송업체, 백신 수송권 따내려 자체적으로 모의실험 진행
정부가 2월부터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아직까지 해외에서 들어올 5600만명분의 백신을 운반할 물류 사업자가 정해지지 않으면서 백신 수송권을 따내기 위해 업체들이 물밑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의약품 유통 시스템을 갖춘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초저온 보관 수송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시스템을 정비하며 본격적인 수주 작업에 돌입했다. 업계에서는 안전한 백신 유통을 위해서는 세부 방침이 빨리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000120)을 비롯해 국내 중소 제약사들은 최근 코로나 백신 유통과 관련해 백신 콜드체인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온도를 저온으로 유지하면서 물품을 배송하는 물류 체계를 뜻하는 콜드체인은 이번 백신 수송에서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정부는 국내 도입이 확정된 코로나 백신 4종에 대해 수입·보관·유통·접종 과정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 유통망을 관리·감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방식으로 보관이 까다로운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은 영하 70도 이하를 유지해야 한다. 미국 모더나 백신은 영하 20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얀센 백신은 영상 2~8도에서 유통·보관해야 한다. 질병청 관계자는 "각기 다른 4개 회사의 백신을 통합적으로 유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업체들은 "정부에서 이렇다 할 계획을 내놓지 않아 백신 유통을 맡을 업체들의 이름이 언급되더라도 누구도 단언하지 못하고 있다"며 "콜드체인 시스템을 정비하는 등 나름대로 어필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간 택배업체 중에서는 CJ대한통운이 유일하게 ‘백신 콜드체인’ 시스템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CJ대한통운 측은 "그동안 글로벌 제약사와 협업해 온 경험이 많아 코로나 백신 수송도 문제없다"며 "기존 인프라가 있기 때문에 의약품 특성에 맞게 특수 포장용기와 냉매제를 사용할 경우 영하 70도 등의 조건에 맞춰 전국으로 운송하는 게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2001년부터 의약품을 수송해 온 CJ대한통운은 현재 동탄물류센터에 ‘우수의약품 유통관리기준(KGSP)’ 인증을 획득한 3000평 규모의 허브센터를 두고 전국 11개 의약품 전담 지역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또 전국 의약품 전담운송차량 200여대를 구비해 전국 병원, 보건소, 약국 등에 배송을 해왔다. 지난해 기준 CJ대한통운이 배송한 백신과 의약품은 연 30만 상자에 달한다.
CJ대한통운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요구하는 까다로운 운송 품질에 부합하기 위한 ‘표준운영절차(SOP)’를 수립해 실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의약품만 전담하는 물류센터와 차량에 대한 준수 사항부터 온도 기록물 보관, 혹서기‧혹한기 유의사항, 비상상황 발생 시 행동요령, 환경 위생수칙과 관련한 운영절차를 수립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쿨 가디언 시스템’을 개발해 백신 용기의 실시간 온도·습도 조절 체계를 갖췄다고 전했다.
제약사들 역시 백신 수송을 위한 만반의 준비에 나섰다. 동아쏘시오홀딩스의 물류 자회사인 용마로지스는 최근 삼성SDS(018260), 콜드체인 물류업체인 한국초저온과 백신 유통을 위한 모의시험을 진행했다. 해외에서 들어온 백신을 특수차량으로 물류센터에 옮긴 뒤 이를 전국 백신 접종센터로 운송하는 가상 작업을 점검한 것이다.
이후 용마로지스는 입고부터 보관 및 분류, 간선 수송, 배송까지 전 물류과정에서 의약품 및 백신 품질을 최적의 상태로 유통할 수 있는 콜드체인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용마로지스 측은 "정온(定溫) 설비를 장착한 특수 차량만으로는 영상 1~30도 조건 유지가 가능하다"며 "특수 용기 활용 시 영하 20~70도 조건을 유지하며 백신 배송이 가능한 시스템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백신 콜드체인 솔루션 전문업체인 한울티엘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경남제약(053950)역시 백신 유통 준비에 나섰다. 질병청과 협력해 지난 수능 당시 수험생들의 코로나 검체 물류를 전담한 GC녹십자도 콜드체인을 갖추고 이 과정에서 제품 손상 여부를 확인하는 스마트태그(RFID) 시스템을 마련했다.
업체 간 물밑 경쟁이 치열한 와중에 업계 안팎에서는 백신 유통·보관과 관련한 정부의 세부 방침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독감 백신 운송 사고를 이미 경험한 만큼 그보다 정교한 보관이 필수적인 코로나 백신은 담당 업체들이 수없이 모의 유통을 해봐야 한다"며 "지금은 업체들이 각자 방식대로 유통을 준비하고 있는데, 정부가 세부 계획을 빨리 발표해 민간 기업이 각 백신 별 기준에 맞춰 정교하게 준비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르포] “면세점보다 올리브영, 한복 입고 시내 관광” 유커 가고 싼커 온 제주
- 후지산만 구경? 관광객 많으면 뭐 하나…엔화 약세 불구 日 여행객 돈 안 써
- [Q&A] 전공의 무더기 유급 초읽기, 처분 끝나도 타 병원行 힘들 듯
- 출범 1주년 한화오션… 적자 벗고 주력사로 성장
- ‘삼성후자’ 거쳐야 삼성 반도체 CEO 된다?… JY 시대 인사 공식 되나
- 韓증시, 대만과 시총 격차 400조까지 벌어져... ‘코리아 디스카운트’만 문제일까
- 하이브-두나무 합작사 ‘레벨스’, 2년째 적자 허덕… NFT 침체에 돌파구 못 찾아
- “측근 특채하고 직원 절반 무더기 해고?”...오세희 민주당 당선인, 소상공인聯 회장때 인사 논
- AI 시대 삼성 반도체 아킬레스건 된 ‘HBM’... “SK하이닉스와 격차 못 좁히자 문책성 인사”
- “경찰 출석해도 명품은 못 참지”… 김호중 입은 재킷·루이비통 신발만 300만원 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