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은행에만..' 코로나 이자 유예 연장에 은행권 난색

유진우 기자 2021. 1. 20.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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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19일 오는 3월 끝나는 소상공인, 중소기업 대출 만기 연장 및 상환 유예 조치를 더 연장하기로 하자, 은행권이 상당한 부담감을 표하고 있다. 은행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지난 1년 동안 ‘사회적 역할 수행’ 차원에서 대출 만기 연장 정책에 조건 없이 협조했는데 언제까지 기약없는 희생을 해야 하느냐며 한 목소리로 어려움을 호소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19일 올해 업무계획 브리핑에서 "현 상황을 감안하면 전 금융권 만기연장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코로나19 이후 시행됐던 금융권의 대출 만기 연장 및 이자유예 조치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금융당국과 은행들은 지난해 3월부터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대출만기 연장, 이자유예 조치를 6개월 동안 운영해 왔고 올해 3월 말까지 한 차례 연장을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가 여전한 가운데, 지금 대출 회수에 나서면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이 느낄 부담이 더 크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은행권은 은 위원장의 이날 발언이 공개되자 당황한 기색을 드러냈다. 은행권은 그동안 대출 원금 만기를 연장해주는 것까지는 용납할 수 있다는 의사를 수차례 밝혔다. 다만 이자까지 유예하는 것에 대해서는 은행장들까지 나서 강하게 반발했다. 이자 납입마저 어려운 기업은 사실상 한계에 도달한 부실 기업일 가능성이 높고, 이는 이후 원금까지 까이는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관련 자금을 지원받기 위해 소상공인진흥공단을 찾은 소상공인들. /연합뉴스

시중 은행장들은 지난해 12월 은 위원장이 개최한 '코로나19 대응정책 평가 간담회' 자리에서 "기업 이자유예 조치는 연장할 수 없다"는 의견을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5대 시중은행장 가운데 한명은 이자 납부 유예 조치에 대해 "코로나 상황이 계속 호전되지 않을 경우 (내년 3월말) 대출 원금 만기 연장은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지만, 이자 만기를 계속 연장하는 것은 부작용이 크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 이자 지급 여부는 기업 부실을 가늠하는 기준점으로 쓰인다. ‘이자는 낼 수 있지만, 원금을 갚기가 벅차니 좀 미뤄달라’는 경우는 원금 만기 연장으로 숨통을 틔워주면 은행 입장에서 이후 대출 상환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원금은 고사하고 이자조차 납입하지 못하는 기업은 사실상 경영 여력이 한계점에 도달한 기업일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당장 이자도 못 내겠다’는 기업을 이자 유예라는 ‘연명 치료’로 계속 방치하면 이후 더 큰 원금 손실과 부도 도미노로 이어질 위험성을 키운다는 것이 은행권의 주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대출 위험성을 판단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이자 정상 납부 여부인데 그 판단을 1년 넘게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더구나 유예 기간이 끝났을 때 이자가 목돈이 돼 있기 때문에 기업과 은행 모두에 부담이 더 커진다"고 지적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지불 유예를 신청한 이자 규모는 1570억원(1만3000건) 정도다. 중소기업·소상공인 코로나19 지원 대출의 금리가 2∼3% 수준인 점을 고려해 평균 적용 금리를 2.5%로 가정하면, 은행권이 유예해준 이자 1570억원 뒤에는 최소 4조7000억원이 상환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태로 남겨진 셈이다.

은행권에서는 이자유예를 신청한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 가운데 최대 50%가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은행으로선 보증이나 담보가 있으니 원금 100%를 손실 처리하는 일은 드물지만, 건전성 지표 악화는 피할 수 없다.

한 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명백한 부실이 보이는 기업을 빼고, 정상기업을 중심으로 선별적인 지원을 해야 고통 분담과 은행권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기업이 아니라, 아예 경영 능력이 바닥난 한계 기업의 이자 납입 시점을 늦추면 더 큰 부실을 부를 뿐"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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