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아끼려 법인이 처분한 주택, 개인이 다 받았다

정순우 기자 2021. 1. 2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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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집값 상승 9년만에 최고
정부의 가격 안정 예상 빗나가
지난달 법인들이 세금을 아끼기 위해 주택을 대거 처분했지만 개인들이 이를 대부분 사들이면서 집값은 전국적으로 0.9% 올랐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올해부터 강화된 양도소득세·보유세 부담을 덜기 위해 지난달 법인들이 보유 주택을 대거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간에 시장에 매물이 쏟아져 나왔지만, 법인이 내놓은 집 대부분을 개인이 사들이면서 집값은 오히려 큰 폭으로 올랐다.

2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2월 법인이 매도자인 주택 거래는 전국 1만42건으로 전월(8144건) 대비 23.5% 늘었다. 지난해 월간 기준으로 7월(1만800건)에 이어 둘째로 거래가 많았다. 증여나 분양권 거래 등을 모두 더하면 지난달 법인이 팔아치운 주택 거래는 5만87건에 달해 한 달 사이 51.1% 급증했다. 지난달 법인이 내놓은 매물의 83.5%를 개인이 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비수기로 통하는 연말에 이처럼 법인의 주택 거래가 급증한 것을 두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정부가 올 1월부터 법인 소유 주택의 양도세율을 10%포인트 높이고, 종부세율 역시 최고세율인 6%를 적용키로 하자 절세(節稅) 매물이 쏟아진 것이다.

정부는 법인 보유 주택에 대한 세금 강화로 인해 시장에 매물이 늘고, 집값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은 작년 11월 언론 인터뷰에서 “내년 초까지 다주택자와 법인 매물이 세 부담 때문에 나오는 등 연말·연초에는 매매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하지만 12월 전국 집값은 0.9% 올라 2011년 4월 이후 월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법인 및 일부 다주택자 매물이 늘었음에도 집값이 올랐다는 것은 집을 사려는 수요가 훨씬 많았다는 의미”라며 “무주택자들 사이에서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불안 심리가 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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