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광고 규제 전면완화.. 시장 숨통 틔울까

김고은 기자 입력 2021. 1. 20.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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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광고 등 유료방송 수준 허용
결합판매·미디어렙 전면 재검토
종편엔 오락프로 편성 비율 완화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13일 ‘방송시장 활성화 정책방안’을 발표하고 방송 광고와 편성 등에 관한 규제체계를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중간광고를 지상파까지 전면 허용하고 종편의 오락 프로그램 편성비율을 50%에서 60%까지 완화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도 발표했다. 입법예고,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빠르면 오는 6월부터 실행에 들어간다는 목표다.


방통위는 2018년 12월에도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을 골자로 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다 실패했는데, 이번엔 아예 판을 더 키웠다. 단순히 비대칭규제만 해소하는 게 아니라 규제 자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미디어 이용이 온라인·모바일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방송광고 매출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데, 낡은 방송규제로 인해 방송 제작을 위한 재원 확보가 어렵고 방송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2020 방송통신광고비 조사 보고서’를 보면 2019년 광고시장에서 온라인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45.2%로 거의 절반을 차지했고, 방송광고는 해마다 줄어 26.1%까지 떨어졌다. 글로벌 OTT 등 온라인 기반 미디어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사실상 규제 무풍지대인 온라인 미디어와 방송시장의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방송규제를 최소화하고, 이에 앞서 방송 매체별 차등 규제부터 없애야 한다는 게 방통위 계산이다.

먼저 유료방송에만 허용됐던 중간광고가 지상파까지 전면 허용되고, 광고시간 총량과 가상·간접광고 시간도 유료방송 수준으로 동일하게 조정된다. 술 같은 광고시간 제한품목의 가상·간접광고도 허용된다. 심야 시간대에 맥주를 PPL로 한 방송도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방통위는 이미 이 같은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를 앞두고 있다.

방통위는 또 방송법을 개정해 현재 프로그램·자막·시보·토막·중간·가상·간접광고 등 7가지로 세분된 방송광고 유형을 ‘프로그램 내 광고’와 ‘프로그램 외 광고’로 단순화하고, 광고주 명칭을 프로그램 제목으로 사용하는 것도 허용할 방침이다. 법에 열거된 광고유형만 허용하는 포지티브 방식 대신 원칙허용·예외금지의 네거티브 규제로 방송광고의 자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상파에만 의무로 부과됐던 결합판매제도는 물론,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 제도 자체를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결합판매는 지역·중소방송사 지원수단으로 오랜 시간 기능해왔으나 광고주의 기피 현상이 심해 개선 요구가 끊이지 않았고, 지난해 이에 대한 위헌확인소송이 제기되기도 했다. 방통위는 결합판매제도 개선과 함께 방송통신발전기금을 통한 지원확대와 (가칭)방송광고진흥기금 신설 등 다각적인 지원 방안들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처럼 전면적인 규제 완화 방침에 대한 언론계 반응은 엇갈렸다. 한국신문협회는 성명을 내고 방통위가 “지상파방송의 민원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다며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동아일보도 14일자 사설에서 “방통위가 시청자와 중소방송사들의 이익을 희생해 공룡 지상파를 챙긴다”고 비판했다. 시민단체 중에선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민언련은 한 마디로 “사업자 중심의 정책”이라며 “방송 사유화와 상업화를 더욱 부채질할 우려가 큰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14일 민언련이 개최한 긴급간담회에서도 방송의 공공성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그러나 지상파 쪽에선 “상업적 재원 추구가 반드시 공공성과 배치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최상훈 한국방송협회 정책협력부장은 “글로벌 OTT가 시장을 잠식하고 방송시장이 글로벌 단위로 강제 편입된 상황에서 국내 차원의 규제가 과거처럼 유효한가 생각지 않을 수 없다”며 “미디어 시장의 공공성을 국내 시장에 대한 규제만으로 균질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건 이제 환상에 가까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발표로 방통위가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만 놓고도 10년 넘게 이어져 온 해묵은 논쟁을 끝내는 첫발을 뗐지만, 남은 과제는 많다.

우선 이번 정책과제의 목표이기도 한 “건전한 재원 구조 마련”을 통한 “방송의 공공성, 공적책무 이행”을 어떻게 담보할 것이냐다. 이미 방송 ‘쪼개기’를 통한 분리편성광고(PCM)가 일반화된 상황에서 중간광고 허용 등이 지상파에 얼마나 많은 먹거리를 안겨줄지도 확실치 않지만, 늘어난 재원이 콘텐츠 투자 확대나 공적책무 이행에 투입되는 선순환 역시 지금으로선 단순 ‘기대효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광고·협찬 관련 늘어나는 시청자 불편사항은 시청자 참여를 확대해 해결하겠다는 계획도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이미 제기되고 있다. 안형환 방통위 상임위원도 “제도 개선이 일부 사업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게 아니라 방송시장 선순환 성장에 도움이 돼야 한다”며 추가 논의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또한, 수신료라는 공적 재원을 받는 KBS는 어떻게 차등 규제할 것인지, 광고규제를 모두 풀어주면 나중에 수신료 인상의 명분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 김서중 민언련 상임대표는 “방통위가 정책 시행을 유보하고 사회적 논의 기구를 만들어 미디어 공공성에 관한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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