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습니다>큰사위를 그토록 사랑해주셨는데..장모님 빈자리가 너무 허전

기자 2021. 1. 20. 15:1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서른을 앞두고 다섯 살 차이가 나는 아내를 시골 노인분들의 중매로 만났습니다.

그 후 몇 번 만나보고 장모님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경주최씨 집안 큰딸인 아내와 결혼하게 됐습니다.

장인, 장모님이 동갑으로 19세에 결혼하셔서 제 아내를 낳으셨으니 큰사위인 저와는 나이 차이가 15세 난답니다.

제가 29세 때 아내와 맞선을 봤는데 그 당시 장인 장모님은 44세 셨고, 큰사위인 저를 보면서 너무나 이뻐해 주셨습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송갑님(1945∼2009)

서른을 앞두고 다섯 살 차이가 나는 아내를 시골 노인분들의 중매로 만났습니다. 그 후 몇 번 만나보고 장모님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경주최씨 집안 큰딸인 아내와 결혼하게 됐습니다.

장인 어르신과 장모님은 시골 초등학교 동창으로 두 분 모두 논 한 마지기도 없는 가난한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하천이나 들녘으로 일자리를 찾아다니시며 제대로 먹지도 못하시고 오로지 잘 살아야겠다는 신념으로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살아오셨습니다.

장인, 장모님의 의사와 관계없이 양가 부모님이 우연히 약주 한 잔씩 마시면서 자녀들의 결혼을 서둘러 두 분은 19세 나이에 결혼하셨습니다. 신혼생활도 잠시뿐, 장모님은 장인 어르신이 현역병으로 입대하자 시부모님을 모시면서 큰딸인 제 아내를 낳아 장인 어르신이 제대할 때까지 홀로 키우느라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고생하셨답니다.

이렇게 힘들게 생활하시다가 장인 어르신이 병역 의무를 마치고 제대해 두 분이 억척같이 고생하면서 돈을 벌어 논과 밭을 사서 농사를 지었습니다. 그런데 경운기 운전 실수로 장인 어르신이 어린아이를 치어 병원비와 손해배상을 해주느라 힘들게 모은 재산을 다 날리고 다시 빈털터리가 됐답니다.

그래도 두 분은 포기하지 않고 남의 집 일을 해주고, 각종 공사장과 정부 취로사업장에 하루도 쉬는 날 없이 일하러 다니시면서 5남매를 키우셨습니다. 장녀인 제 아내는 부모님이 가난해 어쩔 수 없이 대전에 있는 충남방직에 방직공으로 취업했습니다. 낮에는 회사에서 일하고, 밤에는 산업체 부설 야간 학교에 다니면서 우수한 성적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25세에 저와 결혼했습니다.

장인, 장모님이 동갑으로 19세에 결혼하셔서 제 아내를 낳으셨으니 큰사위인 저와는 나이 차이가 15세 난답니다. 제가 29세 때 아내와 맞선을 봤는데 그 당시 장인 장모님은 44세 셨고, 큰사위인 저를 보면서 너무나 이뻐해 주셨습니다. 부지런함이 몸에 밴 장인, 장모님이 열심히 살아오신 덕분에 처가도 부자가 되고, 저 역시 낮에는 직장생활, 밤에는 학교에 다니며 열심히 살아서 빨리 내 집을 장만하고 생활기반도 일찍 잡았습니다.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겨서 장인, 장모님을 모시고 콘도를 얻어 2박 3일 전국여행도 다니려고 했는데 장모님은 회갑을 조금 지나 교통사고로 십여 년 전에 하늘나라로 떠나셨습니다. 예전에는 처가에 가면 사람 사는 집처럼 온기가 있고 따스했는데, 지금은 장모님의 빈자리 때문인지 그저 쓸쓸하고 적막하고 울적하기만 합니다.

장모님 살아계실 때 처가에 차를 가지고 내려가면 온갖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놓고 계시다가 수시로 전화를 하셨습니다. “지금 어디쯤 내려오느냐? 몇 시 정도 도착할 것 같냐?”며 늘 사위 걱정뿐이었습니다. 사위 사랑은 장모님이셨는데 이제 안 계시니 빈자리가 너무 허전합니다. 하늘나라에 계신 장모님이 오늘따라 유독 보고 싶고 그리워집니다.

큰사위 이응춘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그립습니다·자랑합니다·미안합니다’ 사연 이렇게 보내주세요

△ 이메일 : phs2000@munhwa.com

△ 카카오톡 : 채팅창에서 ‘돋보기’ 클릭 후 ‘문화일보’를 검색. 이후 ‘채팅하기’를 눌러 사연 전송

△ QR코드 : 독자면 QR코드를 찍으면 문화일보 카카오톡 창으로 자동 연결

△ 전화 : 02-3701-5261

▨ 사연 채택 시 사은품 드립니다.

채택된 사연에 대해서는 소정(원고지 1장당 5000원 상당)의 사은품(스타벅스 기프티콘)을 휴대전화로 전송해 드립니다.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