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러 퇴출'로 갈 곳 잃은 美 극우, '텔레그램'으로 달려간다

이슬기 기자 2021. 1. 20.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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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 메신저 텔레그램 '대화 창구'로 부상
시그널 가입자 10여일만에 59배 이상 폭증
'사용자 미추적' 덕덕고, 하루 검색만 1억건
"극우 SNS 퇴출 이후 '새 집' 찾아 나선 것"

암호화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 /AP 연합뉴스

미국 의사당 난입·폭력 사태를 주도한 극우 인사들이 '텔레그램' '시그널' 등 암호화 메신저로 대거 몰리고 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극렬 지지자의 계정을 잇따라 정지시키고 글로벌 IT 기업들도 극우 세력이 애용하던 소셜미디어 팔러(Parler)를 퇴출하자, 보안이 강력한 대체 앱을 대화 창구로 선정한 것이다.

19일(현지 시각) 미 ABC뉴스는 모바일 앱 분석업체 앱토피아 자료를 인용해 이달 4일부터 13일까지 모바일 암호화 앱 메신저 텔레그램과 시그널의 다운로드 수가 각각 170%, 5923%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이 기간 텔레그램은 총 1320만 건, 시그널은 700만 건 다운로드 됐다. 10일 동안 2000만명 이상이 암호화된 메신저에 몰린 것이다.

특히 구글과 애플, 아마존이 팔러 앱 배포 중단을 선언한 9일을 기점으로 직전까지 25만도 안 됐던 시그널의 다운로드 수가 나흘만에 250만으로 폭증했다. 이 기간 텔레그램 다운로드 수 역시 70만 건 이상 늘었다. 반면 페이스북이 인수한 왓츠앱 다운로드 건수는 당초 125만에서 100만 아래로 떨어지며 뚜렷한 감소세를 보였다.

◇사용자 추적 않는 덕덕고 外 대체 앱 사용자 폭등

시그널은 대화 내용을 암호화해 발신자와 수신자에게만 보여준다. 텔레그램은 암호화된 정보를 통해 주로 단체 대화방 용도로 사용된다. 한국에서는 미성년자 성(性)을 착취한 'N번방 사건'의 온상이 됐다. 시스템상 사용자 추적이 어려워 경찰이 수사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 인사들이 줄줄이 이곳에 '새 집'을 마련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번 의사당 난입 사태를 주도한 극우단체 '프라우드 보이즈' 창립자인 개빈 매킨스는 지난 10일 텔레그램을 사용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의 텔레그램 계정 팔로워 수는 4시간 만에 4000명을 넘어섰고, 이날 하루에만 150만명이 앱을 설치했다. 14일 기준 텔레그램의 이용자는 5억명을 돌파했다.

사용자 추적이 안 되는 검색엔진 '덕덕고(DuckDuckGo)'도 이용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앱토피아 집계 결과, 이달 6일부터 16일까지 총 157만3000명이 덕덕고를 다운로드했다. 같은 주간 하루 검색량만 1억건을 넘었다. 출시 12년 만에 최대 기록이다. 덕덕고는 "구글은 여러분을 추적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라는 문구를 내세워 익명성 보장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애플의 게시물 제한 조치 이후 '텀블러(Tumblr) 대체 서비스'로 알려진 미위(MeWe)를 비롯해 럼블(Rumble), 클라우드허브(CloutHub), 갭(Gab) 등 기존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앱들이 강력한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클라우드허브는 같은 기간 다운로드 건수가 90배 가량 늘어 총 69만건을 넘었다. 미위 역시 10여일만에 12배가 증가한 총 155만 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5일(현지 시각) 미 위스콘신주 최대 도시인 밀워키 외곽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들의 대선 불복 시위에서 '트럼프 2020' 로고가 적힌 옷을 입은 한 남성이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퇴출당한 1200만 팔러 회원, 신속히 새 집 마련"

6일 당시 2만1000에 불과했던 팔러의 다운로드 건수는 사흘 만에 6배 늘어 12만9000건이 됐다. 의사당 난입 사태로 유명세를 타면서 사용자가 폭등한 것이다. 회원수는 1200만 명대로 늘었다. 그러나 곧바로 애플과 구글, 아마존이 팔러를 퇴출하면서 다운로드가 막혔다. ABC뉴스는 "갈 곳 잃은 1200만명의 팔러 사용자들이 침묵을 거부하고, 자신의 견해를 표현할 새로운 플랫폼을 신속하게 찾아 나섰다"고 전했다.

시드니대학 미국연구센터(USSC)의 엘리엇 브레넌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엄청난 팔로우를 보유했고, 많은 이들이 단지 트럼프를 팔로잉할 목적으로 이 플랫폼에 합류했었다"며 "이제 트럼프를 중심으로 소셜 네트워킹을 구축한 이들은 기존 플랫폼의 제한을 덜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집'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소셜미디어 관련 시민단체가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텔레그램 앱 퇴출 소송'을 제기해 눈길을 끌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8일 시민단체 '안전한 웹을 위한 연합(CSW)'이 애플의 앱 스토어에서 텔레그램을 제거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소장에서 "애플이 폭력과 극단주의적 내용이 담긴 텔레그램의 메시지와 싸우지 않고 있다"며 "텔레그램에서도 의사당 난입 사건 등이 언급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애플은 서비스 약관에 따라 텔레그램을 삭제해야한다"고 했다. WP는 이들이 구글스토어에도 텔레그램 앱 삭제를 요청할 계획이며 이번과 유사한 소송에 나설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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