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리, 김선영을 '지하암반수'로 부른 이유 [인터뷰]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2021. 1. 20. 12:5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포츠경향]

배우 문소리,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연기의 신’들의 대결이다. 영화 ‘세자매’(감독 이승원)서 배우 문소리와 김선영이 피 튀기는 연기 호흡을 주고받았다. 보는 이마저도 빨아들인다.

“김선영에게 ‘지하암반수’란 별명을 지어줬어요. 지하 몇백미터에서 바위를 뚫고 분출하는 파워가 있거든요. 그 연기를 보면 제 마음까지 뻥 뚫리는 느낌이라서, 현장에서도 ‘암반수 씨 오셨어요?’라고 했어요. 하하. 그러면 김선영은 저한테 ‘육각수 언니 왜 그러세요?’라고 맞받아쳤죠. 순수한 연기를 한다나요. 하하. 남들이 얘기하지 않는 걸 우리끼리 말해서 너무 부끄럽긴 하네요.”

문소리는 꼭 한번 연기 같이 해보고 싶었던 김선영과 ‘세자매’서 만나니, 역시나 놀라운 순간의 연속이었다고도 했다.

“존경스러웠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어요. 현장 카메라 앞에 서서 바로 ‘됐어요? 갈까요?’라고 연기를 시작하는데 신기하더라고요. 제가 김선영에게 다가가서 ‘세수는 하고 왔니?’라고 물어본 적도 있어요. 정말 노지의 느낌 그대로 카메라 앞에 서더라고요. 그런 배우는 처음봤어요. 연기에 있어선 진짜 독립운동가 같은 솔직함이 있고 용감한 친구죠.”

문소리는 19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세자매’를 출연은 물론 제작까지 하게 된 이유부터, 김선영·장윤주와 ‘찰떡 호흡’, 딸 연두에 대한 애정 등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놨다.


■“‘세자매’ 공동 제작? 자연스럽게”

그는 이번 영화에 공동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렸다.

“처음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땐 투자, 배급 등 아무것도 정해진 것 없는 상태였어요. 초고 시나리오라는 원재료만 있었죠. 이 이야기가 가능성 있어보여서 여러번 이승원 감독, 김상수 PD와 만나 대화를 나누다보니, 어느 순간 캐스팅, 제작비 등까지도 같이 논의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공동프로듀서를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이 왔고, 보탬이 된다면 해보겠다고 답했어요. 과정이 아주 자연스러웠기 때문에 저희 셋의 분업도 제대로 이뤄졌고, 호흡도 참 잘 맞았어요.”

극 중 독실한 기독교인이자 자존심을 종교로 쌓는 ‘미연’으로 분해 몸에 착 달라붙는 캐릭터로 승화했다. 실제론 자신과 거리가 좀 있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전 108배도 자주하는 불자에요. 미연은 하나님 말씀을 잘 들으려고 노력하는 크리스찬인데, 그런 게 저랑 많이 달랐죠. 또 전 자매가 없고, ‘미연’과 옷 입는 스타일도 매우 다르고요. 그럼에도 내면엔 비슷한 구석이 있었어요. 제가 썩 좋아하는 부분은 아닌데, ‘문소리 이런 면은 짜증난다’는 점이 ‘미연’과 닮아서, 촬영 들어가기 열흘 전까지도 캐릭터를 와락 껴안는 심정은 아니었어요. 하하.”

영화 ‘세자매’ 속 문소리, 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막내로 나온 장윤주를 캐스팅하기 위해 엄청 공을 들였다고.

“새로운 에너지가 보였어요. 저와 김선영, 장윤주가 함께한다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 같았고요. 밑도 끝도 없이 그런 짜릿한 생각이 들어 시나리오를 건넸는데, 한참을 고민하더라고요. 저랑 김선영이 직접 찾아가 만나기도 하고 얘기도 했고요. 마지막까지 고민하다가 ‘할게요’란 말을 듣는 순간 너무 기뻐서 세 사람 가족동반 연말 파티까지 열었죠. 그게 2019년 12월이었어요.”

세 사람이 실제 자매였다면 어땠을까. 그는 상상만으로도 즐거운지 까르르 웃었다.

“실제론 제가 제일 언니에요. 저희 성격을 단체메시지방 분위기로 설명하자면, 장윤주는 문장도 제일 길고 이모티콘도 많이 보내요. 애교가 많죠. 전 굉장히 정보전달형이라, 요점 정리를 딱 해서 보내요. 김선영은 자기 확인하고 싶을 때만 확인하는 스타일이에요. 하하. 실제 세자매였다고 해도 재밌을 것 같지 않아요?”


■“엄마가 되면 왜 그렇게 사과를 많이 하게 되죠?”

이 영화는 ‘부모가 진정 어린 사과를 한다면 많은 것이 달라지게 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그도 딸 ‘연두’에게 사과한 적이 있을까. 그 질문에 손사래를 쳤다.

“엄마가 되면 너무 자주 사과하지 않나요? 무슨 얘기를 하다보면 부딪혀서 딸이 따지는데, 그럼 전 ‘그래. 그건 엄마가 미안하고’란 말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열심히 한다고는 했는데, 딸보다 제가 사과해야할 일들이 더 많았던 것 같아요. ‘다신 안 그러도록 노력해볼게’란 말을 달고 사나봐요. 하하. 최근엔 바빠서 시간을 많이 못 보내 미안하더라고요. 코로나19 상황에서 어디 가지도 못하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은데 말이죠.”

그래서 더 이 작품의 메시지에 공감한다고.

“사람의 상처엔 진정한 사과가 정말 중요해요. 가족이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고 그러려니 하고 지내는 경우가 꽤 많은데, 남이라면 사과하고 끝냈을 일을 왜 그렇게 흘려보내는 걸까요? 이 영화를 보고 ‘난 내 자식에게 어떤 부모인가. 사과할 일 있으면 빨리 해야지’라고 느낀 사람도 있대요. 그런 식으로 부모와 자식을 되돌아볼 수 있는 영화라면, 꽤 괜찮은 작품이 아닐까란 생각도 드네요.”

그렇다면 ‘엄마 문소리’로서 딸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주고 싶을지 물었다. 한참을 눈동자를 굴리며 생각에 빠지는 그다.

“제가 열심히 살고 좋은 생각 많이 한다면 어떻게든 잘 크지 않을까요? 또 제가 못해주는 부분은…. 자기가 알아서 채워야겠죠! 하하하. 어제도 못 보고 오늘도 자는 것만 보고 나왔는데 참 미안하네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