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북핵 외면하고 동맹 불신 더 키운 文

기자 입력 2021. 1. 20. 12:02 수정 2021. 1. 20. 12:0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오늘 밤 태평양 건너에서는 말 많고 일 많았던 도널드 트럼프 시대가 가고 조 바이든 시대가 열린다.

미국과의 공조가 우선이다.

이러한 조건들을 생략하면 동맹의 불신을 받는다.

그것도 바이든 새 행정부와 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에.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 센터장

오늘 밤 태평양 건너에서는 말 많고 일 많았던 도널드 트럼프 시대가 가고 조 바이든 시대가 열린다. 미국 대외정책의 전면적 변화가 예고되지만, 냉전의 끝자락을 이어오던 한반도는 더 꽁꽁 얼어붙고 있다. 핵 능력을 앞세워 위협하며 굴종을 요구하는 북한 때문이다.

김정은 총비서가 최근 노동당 제8차 당대회를 통해 내놓은 메시지는 간단하다. ‘핵은 포기하지 않는다. 미국은 현실을 받아들여라. 한국은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 이런 북한의 행보는 전략적이다. 미·중 패권경쟁 시대에 높아진 북한의 가치,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정책 우선순위, 한국 정부의 대북 유화정책을 파고들며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이다.

북한 정권의 잔혹함과 주민들의 눈물겨운 희생이 빚어낸 냉혹한 정세지만, 우리가 자초한 측면도 없지 않다. 모두는 아니지만, 하나로서 우리는 그간 어리석었다. 김 씨 일가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속았거나 속은 척했다. 근본적 해결보다는 임기 내 성과에 집착했던 위정자들이 있었다. 우리는 비겁했다. 군사적 긴장을 두려워했고 위협에 흔들렸다. 외교를 모르는 위정자들의 실수에도 침묵으로 일관한 관료와 전문가들이 있었다. 우린 거짓과 위선에 익숙했다. 정치적 셈법에 따라 북한의 위협을 과장했거나 축소했다. 한·미 동맹 없이는 안보를 지켜낼 수 없음에도 자주파가 동맹파보다 도덕적인 양 행세했고 또 받아들여졌다. 반성이 필요하다. 그래야 반전의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지난 18일 우리는 현 정부 남은 1년의 대북정책을 예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아쉬움이 컸다. 바뀌지 않은 김정은에 대한 인식과 정책 기조가 반복됐다. 눈 감고 들으면 마치 대통령 취임 첫 기자회견인 것 같았다.

그나마 관심 가는 대목은 북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이조차도 실력을 드러냈다. 주권국가로서 우리는 모든 사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 따라서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금기시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외교는 점과 선이 아닌 면과 공간에서 이뤄진다. 정부 입장은 점이고 남북관계는 선이 될 수 있지만, 미국·중국과 국민이 면과 공간이 돼 함께 움직인다.

연합훈련은 한·미 동맹의 문제다. 미국과의 공조가 우선이다. 이후 북한과 논의한다면 비핵화 조치에 따른 행동 대 행동의 교환이어야 한다. 이러한 조건들을 생략하면 동맹의 불신을 받는다. 그것도 바이든 새 행정부와 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에.

외교는 ‘아’ 다르고 ‘어’ 다를 뿐 아니라, 말 한마디로 나라의 운명이 바뀐다. “지금부터 누구나 자유여행을 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여행법 개정안을 잘못 설명해서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린 동독 정치국원의 서툰 발언이 그랬다.

종종 대북정책의 원칙을 강조하면 ‘전쟁하자는 거냐’고 항변한다. 전쟁과 평화 중 택일한다면 논쟁의 여지가 없이 후자다. 하지만 지금 북한이 던진 문제의 본질은, 군사적 위협과 인권 침해에 맞설 것이냐 굴복할 것이냐이다. 소련의 위협에 대해 “우리에겐 내어줄 수 없는 귀중한 가치가 있고, 너희들이 넘어서는 안 될 선이 있다”고 말했던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지혜와 용기와 진솔함이 필요한 시기다.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