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마을과 손잡고 '학교 밖 학교' 설립.. 학생 스스로 배움찾는 길 열어줘

박정경 기자 2021. 1. 2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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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경기 성남시 성남몽실학교 개관식에서 김현주(가운데) 교사와 학생들이 ‘정책마켓활동’을 홍보하며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몽실학교는 경기 의정부시를 시작으로 성남·고양·안성 등 6곳으로 확대됐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의정부 천보中 김현주 교사

교사·주민이 자치배움터 구성

학생들이 주체되는 기회 제공

민관 교육공동체로 자리 잡아

방과후·주말에 50개 프로젝트

교과·테마 청소년들 직접 정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미래 교육에 대한 많은 고민을 남겼다. 지난해 공교육 현장에서 진행했던 비대면 원격수업은 교육자 중심의 티칭(Teaching)에서 학습자 주도의 학습(Learning)으로 미래 교육의 모습이 변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최근 교육계가 학생들의 자기 주도 학습과 관련 진로 탐색 등을 염두에 둔 교육과정 개편과 학습 프로그램 개발 등에 나서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도적 학습의 관점에서 경기도의 몽실(夢實)학교는 이미 몇 수 앞을 내다봤다고 할 수 있다. 꿈을 실현하는 학교란 뜻의 몽실학교는 경기도에 있는 청소년 자치 배움터다. 일종의 ‘학교 밖 학교’로 거점형 마을학교이자 미래학교로 불리고 있다. 몽실학교는 초·중·고 학생뿐 아니라 동일 연령대의 학교 밖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모이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몽실학교는 지난 2014년 교사와 주민들이 구성한 교육 공동체와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로 만들어졌다. 여기에 경기도교육청이 힘을 실어주면서 2016년 민-관 합작 교육공동체로 발돋움했다.

경기 의정부 천보중의 김현주(50) 교사는 몽실학교의 첫 발판을 마련한 장본인이다. 그는 20여 년간 교직 생활을 하면서 교육이 학교 안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마을로 확장, 연결돼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학생 자치 배움터의 필요성이 더 절실해졌다. 그는 “책무성을 잃어버린 어른들의 모습을 반성하며, 불안한 사회 속에서 스스로 배움을 찾아가는 청소년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마을교육공동체의 필요성을 함께 공감하는 활동가들을 만나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의정부 주민들과 동료 교사들, 학생들의 참여가 더해져 몽실학교를 만들게 된 김 교사는 현재까지 몽실학교의 길잡이 교사로서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김 교사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의정부 몽실학교는 300∼500명의 경기 북부 청소년이 방과 후와 주말에 1년간 지속되는 50개의 프로젝트 활동을 하고 있다. 프로젝트 주제는 학생들 스스로가 정한다. 일례로 ‘마을 프로젝트’는 초등학교 학생들이 참여해 본인이 사는 마을을 탐방하고, ‘교과 커리큘럼’ 프로젝트는 고등학생들이 심층 주제를 탐구하는 식이다. 그는 “아이들과 푸드트럭을 운영하기도 하고, 도시양봉으로 창업을 해본 적도 있다”며 “바리스타, 특수분장, 영화제, 닭 키우기 등 마을의 여러 장소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는 경험을 하면서 아이들만큼 저도 많이 성장하는 기회였다”고 회고했다.

배움은 학교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어디서든, 누구를 통해서든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김 교사. 학생이 배움의 중심에 서 있기 위해서는 학교와 가정, 사회가 함께 협력하고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배움은 스스로 주체가 될 때 몰입할 수 있으며, 경험해볼 때 가장 큰 배움으로 남게 된다”며 “연습하고 도전하고 실수하면서 주인으로 서기 위해서는 판을 깔아주는 어른들이 지금보다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 교사는 ‘친구 같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그의 바람 속에는 아무리 어린아이들이라도 개개인이 소중한 우주이기 때문에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고, 친밀하게 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철학이 담겨 있다.

“교육은 개인이 존엄한 존재임을 깨닫고 자신을 둘러싼 공동체를 인식하며 시민으로 성장하게 만드는 데 궁극적인 목적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존중받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옆에서 편안하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교사로 남고 싶습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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