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톡>"캐릭터에 깊이 몰입, 빠져나오기 힘들어"..세 女배우의 '찐' 연기.. 가족을 말하다

김인구 기자 2021. 1. 20. 10:4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세 자매가 입원한 막내 남동생을 걱정하며 병실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문소리, 김선영, 장윤주.

■ 영화 ‘세자매’

희생적이고 소심한 첫째 김선영

완벽한척 살아가는 둘째 문소리

알코올의존증 작가 셋째 장윤주

문, 제작에도 참여… “전전긍긍”

처음엔 평범함과 익숙함으로 시작한다. 여기 세 자매가 있다. 세상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다. 비록 각자 가정이 있어 떨어져 지내지만 늘 안부를 묻고 챙긴다. 행여 어려운 일이 있으면 걱정을 나누고 서로 돕는다. 그게 바로 가족이다.

하지만 그 안에 말 못할 기억이 얽혀 있다는 것쯤은 짐작할 수 있다. 왜냐하면 가족이라고 해서 다 무조건적인 사랑일 수는 없으니까. 때론 별것도 아닌 일로 남보다 못한 관계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도 역시 가족이다.

문소리(사진)가 연기한 둘째 미연은 가식 덩어리다. 겉으로 보면 남부럽지 않은 가정을 꾸리고 있다. 남편은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교수이고, 자신은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교회에서 성가대 지휘자로 활동한다. 행복한 가정과 신실한 믿음의 소유자. 동생이 술에 취해 술주정하듯 걸어오는 전화에도 절대 평정심을 잃지 않는다. 하지만 믿었던 남편이 배신하면서 가정의 평화가 깨지고, 믿음에도 균열이 생긴다. 그 뒤로 몰아치는 감정의 폭풍은 제아무리 ‘성인’이라도 억제하기 힘들다. 문소리는 어떤 흠도 남기고 싶지 않아 완벽한 척하며 살아가는 미연의 이중적 모습을 군더더기 없이 표현했다. 성실함과 야비함을 오가는 표정과 행동으로 감탄을 자아낸다.

매번 기대를 품게 하는 배우 김선영이 맡은 첫째 희숙은 아주 답답할 정도로 희생적인 인물이다. 큰언니이지만 소심한 성격 탓에 한 번도 언니 노릇을 해본 적이 없다. 암에 걸렸는데도 가족에게 알리지 못한다. 항상 입에는 “미안하다”를 달고 산다. 제멋대로 버릇없이 구는 딸이 엄마에게 함부로 대해도 뭐라 하지 않는다. 꽃가게를 하며 애써 번 돈을 모조리 가져가는 남편에게도 바보스러울 만큼 헌신적이다. 김선영은 문소리의 표현대로라면 “분장·헤어드라이어도 없이, 비비크림도 바르지 않고” 용감하게 희숙을 연기했다. 하이퍼리얼리즘의 신세계. 카메라 앞에서 이렇게 편안한 배우는 없었단다.

배우 장윤주가 한 막내 미옥은 알코올의존증에 골칫덩어리 극작가다. 글은 생각했던 대로 써지지 않고, 삶은 기대했던 대로 가지 않으니 술로 괴로움을 달랠 수밖에. 착하디착한 남편과 의붓아들에게 괜스레 화풀이하거나, 둘째 언니에게 전화 걸어 하소연하는 게 일이다. 모델 출신으로 파격 변신한 장윤주는 노랗게 물들인 헤어스타일과 퉁퉁 부은 듯한 얼굴로 일상의 수렁에 빠진 미옥을 온몸으로 연기한다. 세 자매, 아니 세 배우의 캐릭터 몰입과 연기는 거의 나무랄 데가 없다.

그러나 아무리 연기가 대단해도 캐릭터만 가지고 이야기를 완성할 수는 없는 법이다. 캐릭터의 강렬함에서만 그쳤다면 이 영화는 길을 잃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 자매가 아버지의 생일에 맞춰 친정집에 모이면서 잊어버리고 싶었던 기억의 매듭이 드러나고, 감정이 폭발한다. 이승원 감독은 전형적인 캐릭터에 의지하고 있지만 어느 순간 은근하면서도 직설적인 대사와 행동으로 문제의 원인을 끄집어낸다. 그 방식은 오히려 단순하고 직접적이어서 더욱 충격적이다.

문소리는 이번에 연기뿐만 아니라 프로듀서로도 참여했다. “처음 캐스팅 제의를 받고 이 영화가 꼭 세상에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제작에 참여했다. 그리고 불교 신자임에도 독실한 크리스천인 미연을 연기하기 위해 교회에 다녔다. 딸 연두에게는 “엄마 배신이야”라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그는 “캐릭터에 멀게 느껴질 수 있지만 내면적으로는 나 같은 부분이 있었다. 캐릭터와 실랑이를 많이 했다. 끝내는 깊이 들어가서 나오기도 힘들었다. (미연은 나를) 꽤 전전긍긍하게 만들었던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김선영의 남편이기도 한 이승원 감독은 시나리오를 직접 썼다. 그리고 시나리오와 작품 제작기, 인터뷰, 영화평 등을 포함한 책이 ‘세자매 이야기’(마음산책)라는 제목으로 먼저 출간됐다. 원소스멀티유즈. 책이나 영화나 평범한 이야기를 몰두하게 만드는 흡인력이 있다. 27일 개봉. 15세 관람가.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