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보 폭파하면 예전처럼 영산강에 똥물 흐른다"
나주 민심 '부글부글'
“죽산보는 국가재난 방지시설이다. 정치적인 논리로 죽산보를 해체하지 말라!”
지난 19일 정오쯤 전남 나주시 영산강 죽산보(洑) 수변에서 죽산보해체반대대책위(대책위) 회원 일부가 이렇게 외쳤다. 전날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의 죽산보 해체 결정을 규탄하기 위해 모였다는 이들은 격앙돼 있었다. 양치권 대책위 부위원장은 “코로나로 1000여 회원 중 소수인 우리만 모였다”며 “해괴한 결정을 내린 자들을 끝까지 추적해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김태근 대책위원장은 “강 수변에 있는 나주 다시면은 농민의 40%가 강물에 의지해 농사를 짓는데, 보가 없으면 물이 줄어 농사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며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가처분 신청을 비롯해 법적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A4 3장 분량의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이창우 전 영산강뱃길복원추진위원장은 “멀쩡한 보를 파괴하는 것은 미친 짓 중 상미친 짓”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12월 3개월 반 동안 죽산보에서 ‘죽산보 해체 반대 1인 시위’를 한 대책위 최병옥씨는 “보를 철거해 강의 수량이 줄면 영산강은 예전처럼 말라서 똥물이 흐를 것”이라고 말했다.
대책위는 이날 “1540억원을 들여 설치한 죽산보는 영산강 유역 주민의 숙원사업이었다”며 “정권이 바뀌니 9년 만에 250억원을 투자해 철거하는 ‘개도 웃을 일’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들은 “영산강 수질 오염의 주범은 상류의 광주광역시 도심에서 내뿜어져 나온 생활 오·폐수인데 환경부는 이를 모른 척 한다”며 “죽산보를 정치적 희생물로 삼아 영산강 수질 오염 주범으로 몰아세웠다”고 말했다.
앞서 대책위는 지난해 3월 죽산보 철거 반대 기치를 내걸고 출범했다. 건천(乾川)인 영산강을 준설(浚渫)해 뱃길을 복원하자며 1997년 출범한 영산강뱃길복원추진위가 합류했고 영산포상가상인회, 영산포홍어연합회, 나주어민회, 다시면농민회 등 10여개 단체 1000여명이 대책위에 참여했다.
“환경 단체를 뺀 나주 전체가 보 해체를 반대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당 성향의 나주에서 이례적으로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든 사례로 꼽힌다. 이명박 정부 때 ‘4대강 사업’으로 바닥에 쌓인 흙을 걷어내고 보를 설치해 수량이 늘어나 가장 혜택을 본 강이 영산강이다.
대책위는 이날 “영산강은 상류에 1970년대 4개의 댐이 들어서면서 물이 없는 도랑이 됐다”며 “승촌보와 죽산보가 들어서면서 ‘강다운 강이 됐다’고 생각했는데 거액을 들여 해체라니! 부족하면 보완해서 쓰면 되는 시설을 왜 굳이 해체하는가!”라고 말했다.
2011년 10월 완공된 죽산보는 전국 4대강 16개 보 중 유일하게 배가 드나드는 통선문을 갖췄다. 당시 ’34년 만에 영산강 뱃길'이 복원되자 지역은 크게 반겼다. 통선문은 폭 11.6m, 길이 39m로 100t급 선박이 상·하류로 자유롭게 오가게 됐다. 이에 따라 나주시는 2012년 9월 죽산보 상류 영산포 선착장에서 관광상품으로 황포돛배를 띄웠다.
영산강 뱃길 관광사업은 상류 승촌보를 상시개방하고 죽산보 해체로 수위가 낮아져 물거품이 될 전망이다. 강건희 영산포상가상인회 회장은 “승촌보와 죽산보 사이에 풍부하게 형성됐던 강물이 줄어들어 이제 꼬랑물이 흐를 게 불 보듯하다”며 “황포돛배를 강탈당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대책위 조성환씨는 “죽산보 해체는 주민의 입장을 외면한 결정으로 영산강은 물이 없는 도랑 수준의 악취가 나는 강으로 돌아가게 됐다”며 “이번 결정 주체들은 후세들에게 영원히 비난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환경단체 측은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광주환경운동연합은 “4대강 보 탓에 환경문제와 홍수 우려가 상존했는데 보 해체로 자연성을 회복하게 됐다”며 “죽산보 해체는 강 자연성 회복의 첫 단추”라고 말했다. 광주환경운동연합은 “다만 구체적인 보 철거 시기를 정하지 않은 것은 미흡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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