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혼란만 주는 증권사의 '눈치보기식' 전망

이경민 기자 2021. 1. 20.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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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다르게 주가가 널뛰다 보니 주식 시장 개폐장 시간이 다가올 때마다 손에 땀이 찹니다."요즘 증권사 리서치센터 연구원들은 예상을 뛰어넘는 주가 상승에 전망치를 또 수정해야 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2주 전 코스피지수 3000 돌파를 앞두고 있을 무렵, 올해 전망치를 더 올릴 것인지 물어보니 한 리서치센터장은 "기업 가치만 놓고보면 더 올리는 건 억지지만 다들 올리는 분위기라 우리도 어쩔 수 없이 대세를 따를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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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다르게 주가가 널뛰다 보니 주식 시장 개폐장 시간이 다가올 때마다 손에 땀이 찹니다."

요즘 증권사 리서치센터 연구원들은 예상을 뛰어넘는 주가 상승에 전망치를 또 수정해야 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2주 전 코스피지수 3000 돌파를 앞두고 있을 무렵, 올해 전망치를 더 올릴 것인지 물어보니 한 리서치센터장은 "기업 가치만 놓고보면 더 올리는 건 억지지만 다들 올리는 분위기라 우리도 어쩔 수 없이 대세를 따를 계획"이라고 했다. 다른 센터장들도 "일단 좀 더 지켜보겠다"면서도 "결국엔 올릴 수 밖에 없지 않겠나"라는 푸념 섞인 답변을 해왔다.

다수 증권사들은 지난해 연말만 해도 올해 코스피지수가 최대 2900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다 연초 코스피지수가 가파르게 오르자 부랴부랴 전망치를 최대 3300으로 수정했다. 일부 증권사 중에서 기존 전망치를 고수하겠다는 곳도 있었으나, 대다수는 흐름에 휩쓸려 상향 조정하겠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오랜세월 주식시장의 투자 길잡이 역할을 해온 전문가집단도 동학개미운동이라는 거대한 흐름 앞에선 맥을 못추고 있다.

개별 기업들의 목표주가도 하루가 다르게 상향 조정되고 있다. 주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오르다보니 연구원들이 너도 나도 목표주가를 올리는 것이다. 한 연구원은 "현재 주가가 목표주가를 넘어서는 기업들이 쏟아지고 있어 어쩔 수 없이 목표주가를 더 올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목표주가를 올리는데 투자의견을 낮추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고 있기 때문에 주가는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기업 가치보다 주가가 과열됐다고 판단해 투자의견은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 조정한 것이다. ‘대세를 따라 목표주가는 올리겠으나 양심상 투자는 권유하지 않을테니 알아서 판단하라’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증권사들의 ‘눈치보기식’ 목표주가 조정의 배경에는 동학개미운동이라 불리는 전례없는 개인 투자자 주식 열풍이 자리잡고 있다. 코로나 탓에 불확실성이 커지기도 했지만 넘치는 유동성에 빚을 내 투자를 하거나 부동산 투자 대신 주식을 하는 개인이 급증하면서 주가가 급격하게 올라 주식시장 전망 자체가 어려워진 것이다. 한 센터장은 "기존의 분석 수단으로 전망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났다"며 혀를 내둘렀다.

문제는 소신보다는 대세 흐름에 편승해 투자의견을 내는 증권사들이 늘어나면 대세 의견이 일부 투자자에게 하나의 투자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대세 의견이 적중할 수도 있지만 기업 분석과 상관없이 대세 의견을 따르는 그 과정 자체가 정보를 왜곡할 가능성을 품고 있다.

대세 의견이 들어맞지 않을 때도 많다. 실제로 지난해 3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코스피지수가 1500선 아래로 급락했을 때 상승장을 예상한 증권사는 소수였으며 결과적으로 대세 의견은 예상을 빗나갔다.

개인투자자도 증권사의 의견을 절대적인 투자지표로 삼아선 안되겠지만 최근 증시에 대거 유입된 투자자 중에선 크고 작은 정보에도 쉽게 영향을 받는 초보 투자자들도 많다. 리서치센터의 전망이 늘 적중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문적인 분석에 기반한 투자의견으로 금융투자업계에서 투자 길라잡이 역할을 해왔다. 지금과 같은 소신 없는 투자의견은 투자자들에게 혼란만 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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