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영끌' 30대의 패닉바잉..청약은 '패싱'

김혜민 기자 2021. 1. 20.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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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친절한 경제 시간입니다. 오늘(20일)도 김혜민 기자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김 기자, 작년부터 올해까지 가장 사람들이 관심 많은 이슈 중에 하나가 부동산이잖아요. 그런데 부동산 관련해서 좀 새로운 데이터가 하나 나왔다면서요?

<기자>

네, 오늘은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낸 빅데이터 자료 하나를 보여드리겠습니다. 국민들이 국민신문고나 지자체 등을 통해서 민원 제기 많이 하잖아요.

이것을 권익위가 세대별로 빅데이터 통계를 내봤습니다. 지금 보시는 대로 30대부터 60대까지 모두 가장 눈에 띄는 단어들이 있죠. 바로 주택과 아파트인데요, 민원이 가장 많이 제기된 단어들입니다.

작년만 그런 것이 아니고요. 예전에도 이렇게 부동산 관련해서 민원 제기가 계속 많았을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제가 2019년 것도 찾아봤습니다.

그때도 30대에서 50대 사이에는 이 아파트 관련된 민원이 가장 많기는 했지만, 주택이라는 키워드는 아예 없었고요. 교육, 교통 관련 민원도 순위권 안에 있네요.

특히 60대는 아파트보다는 일자리에 더 관심이 많았습니다. 지난해 코로나19가 심각했고 경제도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정부 정책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관심사는 부동산에 쏠려있었습니다.

<앵커>

보통 이렇게 아파트 관련된, 주택 관련된 통계 보면 '누가 많이 샀냐' 아니면 '어디 지역에 많이 거래가 있었냐' 이런 통계들이었는데, 이런 민원까지도 정말 부동산 관련들이 이슈가 많았다는 것 보면 참 관심이 많았다는 것이 느껴지네요. 그런데 어쨌든 한해가 지나고 새해가 됐잖아요? 그러면 이제 작년 한해 치 통계 자료들이 나올 것 같은데, 보면 어떤 세대가 아파트를 가장 많이 샀는지 자료 나왔습니까?

<기자>

네, 지난해 유독 서울 아파트를 많이 산 세대들이 있었는데요, 바로 30대들입니다. 서울 아파트 3채 중에 1채는 30대가 구매할 정도였습니다.

사실 아파트는 결혼을 하고 나서 안정적으로 가정을 꾸린 뒤에 돈을 어느 정도 모아서 산다는 인식이 강했잖아요.

실제로 과거에는 40대가 아파트를 더 많이 구매했는데요, 그런데 40대는 재작년에 아주 작은 차이로 30대에 1위를 내줬고요, 작년에는 30대가 5천 가구 넘게 차이가 났습니다.

30대의 '영끌', '패닉바잉'이 틀린 말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비싼 강남의 아파트를 살 여력은 안 됐겠죠. 30대들은 성동구에 있는 아파트를 가장 많이 샀고요, 그다음이 강서구, 중구, 마포구 순이었습니다.

강남이나 서초구의 비싼 아파트들은 구매력이 있는 40대가 아직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요, 학군이 좋기로 소문난 양천구도 40대가 더 많이 매입했습니다.

<앵커>

30대가 가장 많이 샀다, 그러면 이 숫자가 주는 의미를 한번 분석해볼까요?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기자>

작년에 아파트 갑자기 많이들 구매하셨죠. 몇 년 뒤에 사야겠다. 이렇게 구매를 계획해뒀던 30대들이 마음이 급해져서 모든 대출을 다 끌어서 아파트 구매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작년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세대는 30대가 가장 많았습니다. 게다가 30대는 아파트 청약 당첨을 기다릴 이유도 별로 없습니다.

청약 가점 올리려면 결혼을 해서 아이도 낳고, 또 청약통장 기간까지 채워야 하죠. 그것 기다리는 것보다 집값은 더 빨리 올라갔었죠.

"추첨제도 있지 않냐" 이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는데, 이 추첨제는 대형 평수만 가능하고요. 이것은 또 대출이 막혀있죠.

결국 30대는 40대처럼 청약 당첨되는 것을 기다리지 않고 기존 아파트를 많이 구매할 수밖에 없는 세대가 됐습니다.

<앵커>

그런데 보면 작년 아파트 값이 진짜 많이 올랐잖아요. 그런데 대출도 굉장히 규제가 심해져서 많이 안 나왔단 말이에요. 그런데 30대들이 솔직히 돈을 많이 모아둘 수 있는 세대들은 아니라는 말이죠. 그럼 결국에는 부모한테 좀 도움을 받은 30대도 적지 않을 것 같은데, 그런 상황도 나오는 것이 있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충분히 할 수 있는 추론이죠. 지난해 서울의 아파트 증여 거래가 크게 늘어났습니다. 2만 3천 건 정도였는데요, 2019년과 비교를 하면 1.9배 늘어난 숫자입니다. 역대 최다치를 경신했고요.

여기서 30대가 얼마나 증여를 받았는지 이렇게까지 구체적으로는 뽑아볼 수는 없었지만, 증여는 대체로 부모가 자녀한테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이 많이 증여를 받았겠죠.

전문가들 앞으로 아파트 값은 계속 오를 것이고, 팔 때보다 증여할 때 세금이 더 낮기 때문에 증여 거래에 몰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증여와 대출로 아파트를 산 젊은 사람들이 늘어나다 보니까, 세금을 어떻게든 줄이려는 편법 증여, 우회 증여까지 함께 늘고 있습니다.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해봤더니 가족한테 증여받고도 증여세 안 낸 사람들, 또 주택대출 자금을 부모가 몰래 갚아준 사람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앞으로 정부는 부동산 취득 자금 출처나 부채 상환 과정에 대해서 검증을 더욱 강화하고요. 또 국회에서는 증여세를 올리는 방안까지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김혜민 기자kh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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