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연국의 행복한 세상] 너도 똑같아!

배연국 2021. 1. 20.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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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간의  갈등과 다툼은 필연적이다.

 똑같은 상황을 놓고도 사람마다 각기 다르게 인지하기 때문이다.

 당신이 어떤 사람과 저녁 약속을 했는데 상대가 많이 늦었다고 가정해보자.

 이처럼 어떤 일이 생겼을 때 행위자 본인은 원인을 상황 탓으로 돌리고, 상대방은 그 사람의 내적 성격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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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간의  갈등과 다툼은 필연적이다. 똑같은 상황을 놓고도 사람마다 각기 다르게 인지하기 때문이다. 당신이 어떤 사람과 저녁 약속을 했는데 상대가 많이 늦었다고 가정해보자. 지각한 당사자는 예기치 못한 교통체증이나 사무실 업무 때문이라고 얘기할 것이다. 반면 당신은 속으로 “항상 그렇지”라든가 상대의 불성실을 탓할지 모른다. 이처럼 어떤 일이 생겼을 때 행위자 본인은 원인을 상황 탓으로 돌리고, 상대방은 그 사람의 내적 성격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심리학에선 이런 성향을 ‘기본적 귀인오류’라고 부른다.

이런 오류는 누구나 범하기 쉬운 까닭에 ‘기본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두 사람의 식사 풍경을 다시 떠올려보자. 당신은 지각한 상대방의 무례나 변명 때문에 속이 상할 것이다. 그러나 상대방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상황에서 빚어진 일로 인해 지나치게 핀잔을 듣는다고 여긴다. 낭만적인 저녁 자리에 먹구름이 가득할 것이다. 부부 사이에선 이런 인식의 차이가 일시적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자주 발생한다. 원만한 부부관계가 힘든 이유이다.

미국의 존 티어니와 로이F.바우마이스터는 귀인오류를 줄이는 방법으로 두 가지 비결을 제시한다. 하나는 공정한 심판을 위해 가상의 재판관을 세우라는 것이다. 다툼이 생겼을 때 이해관계와 무관한 제3자적 입장에서 살펴보라는 얘기이다. 제3자의 관점에서 상황을 바라보면 분노가 가라앉고 상대방의 말을 좀 더 경청할 수 있다. 실제로 제3자의 관점을 취한 부부와 그렇지 않은 부부 간에는 결혼만족도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고 한다. 제3자적 관점에서 생각하면 상대방의 잘못을 지속적 또는 내적 성격 탓으로 돌리지 않다보니 이혼할 확률도 낮아졌다.

다른 하나는 상대방에 대한 판단을 보류하라는 것이다. 과학자들이 중국 베이징의 연인들을 대상으로 짝의 사진을 보여준 뒤 뇌 활동을 측정했다. 3년이 지나고 보니 이들 커플 중에서 절반 정도가 헤어졌다. 그런데 여전히 사귀고 있는 커플과 헤어진 커플의 3년 전 뇌 활동을 비교한 결과 중요한 차이점이 발견됐다. 여전히 사귀고 있는 커플들은 부정적 판단을 할 때 일어나는 전전두엽 피질 부위의 활동이 적었다. 20년 이상 결혼생활을 유지한 미국 뉴욕 부부들의 뇌 활동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비판이나 판단을 삼갔고 그것이 원만한 관계로 이어진 것이었다.

귀인오류의 폐해를 실감한 어떤 이는 아내의 잘못을 한발 물러서서 바라보기 위해 화장실 거울에 이런 쪽지를 붙여놓았다고 한다. “너도 똑같아!”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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