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Wall] 40m짜리 95° 거벽에서 황금빛 황혼을 맞다

글 사진 주민욱 기자 2021. 1. 20.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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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빅월클럽 함안 전투산 상데미암 4봉에 인공등반 루트 '골든월' 개척
부산빅월클럽 김규철 회장이 ‘철공소 가는 길’ 루트 상단을 통과하고 있다. 붉은 벽은 오후로 접어들면 황금빛을 내뿜는다.
청람산악회는 경남 함안군 군북면 전투산에 멀티피치인 청람길과 동진길을 개척했다. 바윗길은 전투산 상데미암에 있으며 청람산악회원들이 5년 동안 105번의 개척 등반을 통해 완성했다. 전투산 상데미암은 5개의 봉우리로 되어 있으며, 총 10피치로 긴 루트이며, 4인 등반 기준 6~7시간 걸린다. 2019년 10월 개척보고회를 했으며, 이후 전국에서 많은 등반가들이 찾고 있다.
오늘 등반은 4봉에 위치한 35m가 넘는 인공등반 루트이다. 부산빅월클럽bbc 회원들은 2019년 상데미암을 등반하고 4봉에서 하강하던 중 95°가 넘는 거대한 벽에 매료되었다. 마침 인공등반 교육장을 물색하고 있던 부산빅월클럽은 개척하기로 한다. bbc 김규철 회장과 공영효 회원을 중심으로 개척을 준비했다고 한다.
bbc는 청람산악회에 “개척을 해도 될지”를 물었고, 청람산악회는 “바위가 우리 산악회 소유물도 아니니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하여 개척을 시작했다. 2020년 2월에 개척 작업을 시작해 높이 35m 3개의 인공등반 루트를 완성했다.
‘지네 잘 지내’ 루트 1피치에서 포터레지를 설치하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노상봉씨와 이형윤씨. 포터레지를 신속하게 설치하기 위해서는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
좌·우벽이 전체적으로 오버행을 이루고 있으며, 활처럼 휘어진 작은 크랙과 실크랙으로 이루어져 전반적으로 소형 장비가 주를 이룬다. 직선 높이는 35m이며, 등반 길이는 40m 정도 된다. 필요 장비는 작은 사이즈의 캠과 너트와 버드빅, 훅이 사용되며 전반적인 난이도는 인공등반 기준 A2~A3가 나온다.
bbc 측은 “클린등반을 기본으로 개척했으며, 이곳을 찾는 클라이머들이 클린등반을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덧붙여 “장비 산업이 발전한 만큼 무분별한 장비 남용으로 바위가 훼손되지 않도록 주의해 달라”고 주문했다.
확보물을 제거하고 하강하고 있다. 벽 전체가 오버행으로 이루어져 있다.
암장 이름은 ‘골든월Golden Wall’이다. 겨울 오후로 접어들면 이 벽은 멀리서도 황금빛으로 드러난다. 일조량이 적은 겨울에도 해가 비치면 골든 바를 여러 개 세워 놓은 것처럼 보여 암장 이름을 골든월이라 지었다. 골든월의 정확한 위치는 전투산 상데미암장 4봉이다.
루트는 좌측부터 ‘지네 잘 지내(A3)’, ‘철공소 가는 길(A2)’, ‘황금빛 노을(A3)’의 루트로 이루어져 있다. 청람산악회가 식수를 얻을 수 있는 야영장을 정비해 놓았으며, 야영장에서 4봉 골든월까지는 걸어서 20분 정도 걸린다. 완만한 오르막과 제법 경사진 등산로를 따라 가야 하지만 비교적 어렵지 않아 접근성이 양호한 편이다.
'황금빛 노을’ 루트 상단에서 확보물 설치 후 사다리를 회수하고 있는 김건씨.
베테랑들의 경쾌한 “딸그락” 마찰음
겨울 찬바람이 코끝을 상쾌하게 스쳐간다. 골든월에 다다르자마자 bbc 김규철 회장이 숨 돌릴 사이도 없이 장비를 꺼낸다. 수두룩한 인공등반 장비를 차곡차곡 몸에 걸고, 가운데 루트인 ‘철공소 가는 길’에 매달린다.
김 회장이 직접 개척한 루트다. 초반 크랙선이 얇다. 작은 확보물을 설치한다. 확보를 보고 있는 김정우씨의 눈빛이 신중하다. 30여 분 지나자 1피치 테라스에 도착해 안도의 한숨을 내뱉는다. 오직 등반에만 몰두한 김규철 회장은 이미 다음 등반 라인을 보고 있다. 30m 길이의 기울어진 크랙선이 김규철 회장을 내려다보고 있다.
‘황금빛 노을’ 루트의 확보물을 제거하고 하강을 시도하는 문경우씨.
우측의 ‘황금빛 노을’ 루트는 지긋한 연배의 등반가가 벌써 10여 m 등반을 이어가고 있다. 열심히 그리고 신중하게 벽과 마주하고 있는 이는 60대 등반가 김건씨다. 그는 국내등반은 물론 해외에서 많은 등반을 한 베테랑이다. 눈빛과 몸짓에서 등반 열정이 묻어난다.
등반은 자신과의 싸움이지만, 온몸의 세포를 곤두세워야 한다. 정적이지만 반대로 엄청난 스릴과 강한 체력을 요구하는 종목이다. 인공등반은 자유등반과는 달리 등반 길이에 따라 많은 시간이 걸릴 때가 많다.
그래서 확보자의 수고도 등반가 못지않다. 한 시간을 훌쩍 넘기자 마지막 앵커에 줄을 걸고 “등반 종료”를 외친다. 어느새 상데미 골든월은 더욱 짙은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조용하고 시원한 공기 사이로 “딸그락 딸그락” 등반 장비 소리는 어느 때보다 경쾌하게 들린다.
청람산악회의 배려로 상데미암 4봉에 인공등반 루트를 개척한 부산빅월클럽 회원들.
‘지네 잘 지내’ 루트 1피치를 등반 중인 김정우씨가 사다리를 교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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