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식구가 머무는 아담한 아파트

서울문화사 2021. 1. 20.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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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디자인 회사 탠크리에이티브를 이끌고 있는 김지은 공동대표의 아담한 아파트. 세 식구가 머무는 공간은 따뜻한 공기로 채워져 있었다.


햇살이 하루 종일 머무는 남서향 거실. 확장한 베란다 공간에 짜 넣은 평상은 세 식구가 숲 전망을 즐기며 시간을 보내기에 안성맞춤. 평상 위 라운지체어는 한스 웨그너 제품.


인사동에서 구입한 한지 작품을 걸어둔 거실 한켠.


거실의 데이베드는 오래전 무인양품에서 구매했고, 아담한 테이블은 빈티지 제품이다.

동화의 한 장면처럼

탠크리에이티브(tan-creative.com)를 운영하는 김지은 공동대표. 10년 가까이 플로리스트로 꽃을 활용해 공간을 연출해왔던 그녀에게 누군가가 지내는 곳을 아름답게 스타일링하는 일은 가장 자신 있고 잘할 수 있는 일이었다.

본격적으로 인테리어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고교 시절부터 절친인 최고요 공간 디렉터로부터 함께 일하자는 제의를 받고부터다. 2017년 최고요 공동대표와 에어비앤비 업체의 인테리어와 대림미술관 공간 스타일링 작업을 함께했는데 예상보다 합이 잘 맞고 시너지가 좋아 공간 디자인을 계속하게 되었다.

“꽃 스타일링이 이벤트성 연출에 가깝다면 인테리어는 사람들이 머무는 공간을 기획한다는 게 매력적인 것 같아요. 한 번 하고 치워버리는 게 아니라 오래도록 볼 수 있으니까요. 제가 디자인한 공간이 꾸리는 사람에 의해 변화하고, 그 안에서 서로 어우러지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껴요.”

얼마 전 작은 숲이 근처에 있는 아파트로 이사를 하면서, 김지은 대표는 탠크리에이티브만의 자연스럽고 편안한 무드로 집을 완성했다. 차분한 컬러와 나무 소재를 활용하고, 곳곳에 좋아하는 소품들을 배치해 그녀만의 감각으로 단장한 집은 동화 속에서 본 듯한 아름다움이 묻어난다.

침구류는 H&M 홈에서 즐겨 구입한다. 흰색 세라믹 조명은 우창민 작가와 협업해 탠크리에이티브에서 직접 제작한 제품이다.
평소 우리 집에 어떤 것들이 어울릴지 고민하고 신중히 고른다면 대대적인 공사 없이도 소품만으로 공간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어요. 평소 아름다운 것들을 좋아해왔는데, 오랫동안 사 모은 것들이 결국 지금까지 남아서 제가 머무는 공간을 예쁘게 밝히더라고요.


침대 양쪽에 작은 테이블을 두어 자주 쓰는 소품을 올려두었다.


이케아에서 구입한 흰색 수납장은 수납력도 좋고 좋아하는 소품을 진열하기에 알맞다.


평소 향기 아이템을 좋아하는 김지은 대표. 룸 스프레이, 향초, 인센스 스틱, 스머지 스틱 등 다양한 아이템을 레이어링한다. 요즘은 수토메 아포테케리의 리추얼 스프레이에 푹 빠져 있다고.


안방 옆에 딸린 작은 베란다는 한 사람이 휴식하기에 알맞은 공간.


욕실 세면대 앞에 프레임이 멋스러운 거울을 세워두고 벽 조명을 활용하니 고급 리조트의 욕실 부럽지 않다.


잘 사용하지 않는 냉장고장의 윗부분은 소품을 전시하는 용도로 활용한다.

인테리어를 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저희 회사 이름이 탠크리에이티브인데요. 여기서 탠이 가죽을 태닝하다 할 때의 탠이에요. 자연스럽게 세월이 쌓이면서 나타나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저희만의 철학이랄까요. 인테리어에서도 각을 잡지 않고 최대한 힘을 빼려고 해요. 특히 주거 공간은 사람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기에 자극적이지 않고 편안한 아름다움을 창조하려고 합니다. 전체적으로 차분한 색감으로 분위기를 조성하고, 식물과 나무를 최대한 활용하는 편이에요.

아파트인데 아파트답지 않은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에요. 구조 변경을 많이 한 것 같지도 않아 보이고요.

큰 공사를 하지 않고도 조금만 아이디어를 더하면 색다른 인테리어가 가능하다고 봐요. 이곳은 지은 지 3년 정도밖에 안 된 새 아파트예요. 멀쩡한 것들을 뜯어서 쓰레기로 만들거나 불필요한 구조 변경을 하는 게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바닥과 벽지 정도를 바꾸고 원래 있던 붙박이장 같은 것은 도장을 다시 하거나 필름으로 감쌌어요. 거실에서 주방으로 이어지는 천장에 서까래 느낌을 주기 위해 고재를 덧대고, 빈 공간에 선반을 만들 때도 고재를 활용했어요. 그런 아이디어들이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천편일률적이지 않은 스타일링을 가능하게 하더라고요.

예쁜 부엌살림을 좋아하는 김지은 대표가 애정하는 식기류들.


주방은 창문이 있는 벽의 상부장을 떼어내고 오픈형 선반을 설치해 자주 사용하는 소품을 진열했다.


다이닝 공간의 옆 벽엔 붙박이장과 선반을 설치해서 좋아하는 소품을 올려두는 용도로 활용한다. 수납장은 빈티지 제품. 벽등과 식탁 조명은 탠크리에이티브에서 제작했다.


집 안 곳곳에 놓여 있는 향기 아이템.

공간을 스타일링할 때 어떤 것들로부터 영감을 받는지 궁금해요.

저희는 뭐든 많이 보고 다니는 게 일이에요. 요즘은 잘하는 사람도 많고, 멋진 곳도 많기에 어디서든 배우는 게 많아요. 핀터레스트도 많이 참고하는 편이고요. 그래도 매거진을 많이 보게 되는데 공간에 대한 글도 좋고, SNS에서 가볍게 소비되는 이미지보다 정제된 컷들을 볼 수 있어 오래 봐도 질리지 않아요.

이 집에서 가장 아끼는 공간은 어디인가요?

부엌이 가장 정이 가더라고요. 저희 부부가 요리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부엌에서 보내는 시간도 많고, 살림살이도 많은 편이죠. 어떤 공간으로 만들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실용’에 무게를 뒀어요. 요리를 많이 하니까 여기저기 튀고 묻는 것들이 잘 보이지 않고 청결하게 관리할 수 있는 게 중요했어요. 주방 상판과 벽을 하이막스 소재로 마감했더니 확실히 물때도 덜 끼고 타일 메지가 없으니까 관리가 훨씬 편해요. 그래서 요즘 더 자주 요리를 하게 되는 것 같고요.

주방 상판은 하이막스로 마감했다. 은은한 무늬 덕분에 각종 소품을 올려두어도 잘 어울린다.

특색 있고 예쁜 가구들이 눈에 띄어요. 흔치 않은 디자인이라 더 눈길이 갑니다.

예전부터 빈티지 가구를 좋아했어요. 최근엔 고객들이 많이 찾아서 빈티지 가구를 더 많이 접하게 되고요. 저희 집엔 그리 비싸지 않은, 이름 없는 디자이너의 가구들이 많은데요. 물론 유명한 디자이너의 제품을 소장하면 좋겠지만, 가격이 부담되면 오히려 잘 쓰기 힘들더라고요. 그리 이름난 작가의 작품이 아니더라도 자기 눈에 예쁘고 튼튼한 가구라면 충분히 예쁜 공간이 나온다고 봐요. 요즘은 빈티지가 너무 유행해서 어딜 가도 볼 수 있는 명품이 많잖아요. 하지만 희소성이 있는 물건은 나만 소장하고 있다는 특별함도 있고요.

그런 가구들은 주로 어디서 구입하시나요?

빈티지 가구 딜러사도 많아서 그런 곳도 자주 애용하지만, 저는 요즘 이태원의 앤티크 거리를 다시 다녀요. 이태원 딜러분들도 요즘 트렌드를 잘 알고 빈티지 가구들을 취급하기 시작했거든요. 코로나19 때문에 직구도 어렵고 물건 구하기도 힘들다고 하는데 그곳에 가면 보물 같은 가구들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가격은 거의 절반 정도이고요.

그동안 상업 공간을 많이 작업하셨는데, 앞으로는 어떤 공간을 꾸며보고 싶으세요?

최근에 주거 공간 프로젝트가 많이 늘었어요.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좀 더 나은 공간으로 만들고 싶은 분이 많은가 봐요. 도심에서 외곽으로 이사 가는 분도 많고요. 저 개인적으로는 지방에 계시는 부모님께서 세컨드하우스로 오래된 주택을 구입하셨어요. 소소하게 텃밭도 일구며 전원생활을 시작하셨는데, 낡고 허름한 집을 아늑하고 따뜻한 공간으로 만드는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식물과 소품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김지은 대표의 특기. 큰 식물 하나보다 여러 사이즈의 화분을 레이어링하면 스타일링하기가 쉽다.


장난감을 넣어두는 수납장은 영국의 g-plan 제품. 마감과 디테일에 감탄하며 사용하고 있다.


아이가 그린 그림으로 가득 채운 한쪽 벽면. 가구는 김지은 대표가 결혼 전부터 사용하던 소품들로 아이에게 물려주었다. 책장은 쿠목공소에서 제작했다.
요즘 북유럽 빈티지 가구의 인기가 높잖아요. 모두 디자이너의 비싼 가구를 선망하지만, 잘 찾아보면 무리하지 않는 수준의 빈티지 가구를 만나 예쁜 공간을 꾸밀 수 있어요.

기획 : 심효진 기자  |   사진 : 김덕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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