짓밟혀도,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한현정의 직구리뷰]

한현정 2021. 1. 20.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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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으로서 포기하지 않겠다는 선언.

원청에서 하청으로 이동한 정은의 심리적 하강과 공포와 싸우며 탑에 오르는 상승은 절망에 빠졌을 때 이겨낼 에너지를 전하고,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은 개인들이 서로를 지켜 결국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음을 이야기 한다.

해고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분노와 좌절, 포기하지 않는 긍지 섞인 얼굴로 혼란 속에서도 활짝 피어나는 의지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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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 않을, '의지'를 가졌으니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인간으로서 포기하지 않겠다는 선언. 좌절의 연속에도 끝내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는 이들의 ‘내일’을 응원한다. 씁쓸하고도 강인한 에너지, 사회의 ‘위’가 아닌 ‘틈’에 끼인 주인공들의 ‘의지’를 다룬,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감독 이태겸)다.

영화는 파견 명령을 받아 하청업체로 가게 된 정은(유다인)이 1년의 시간을 버티고 자신의 자리를 되찾기 위한 여정을 덤덤하게 그려낸다. ‘사무직 중년 여성이 지방 현장 직으로 부당 파견 되었는데 그곳에서 굉장한 치욕을 겪었음에도 결국 버텨냈다’는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어 재탄생됐다.

7년간 우수 근로자로 근무해온 정은은 회사의 권고사직을 거부하던 중 부당 명령을 받고 좌천된다. 어떻게든 자신의 자리를 찾아보려 애쓰지만 사람들은 그녀를 불편해하고 현장 일은 낯설기만 하다. 그럼에도 반드시 1년을 채워 원청으로 돌아가고 싶은 정은은 ‘막내’의 도움으로 조금씩 적응해나간다.

극 중 정은이 권고사직을 받게 된 이유는 나오지 않는다. 다만 우수 사원이었음에도 여성이고 스펙이 뛰어나지 않아서, 인사팀 직원으로부터 ‘일을 잘하고 못하고가 문제가 아니다’는 말을 통해 부당한 상황임을 말해 준다.

성실하게 회사에 헌신했으나 이유도 모른 채 버림받는 정은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해고 당한 수많은 노동자들의 상황과 심정을 대변한다. 그리고 이해할 수 없고, 절망의 연속인 억울한 상황에서도 결코 스스로를 해고하지 않고, 정체성을, 삶을 지켜내고야 만다.

원청에서 하청으로 이동한 정은의 심리적 하강과 공포와 싸우며 탑에 오르는 상승은 절망에 빠졌을 때 이겨낼 에너지를 전하고,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은 개인들이 서로를 지켜 결국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음을 이야기 한다.

특히 내면의 강인함을 보여주는 유다인의 연기력은 인상적이다. 해고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분노와 좌절, 포기하지 않는 긍지 섞인 얼굴로 혼란 속에서도 활짝 피어나는 의지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출연 분량이 얼만큼이든 매 작품마다 미친 존재감을 선보이는 오정세에도 조금도 밀리지 않는 내공과 존재감을 뽐낸다.

두 배우가 만들어내는 시너지는 진정 특별하다. 거리감이 있지만 온기는 사라지질 않고, 서글프고도 냉혹하지만 진하다. 서늘한 세상 속 진심으로만 전할 수 있는 정제된 ‘감동’을 선사한다.

떠밀려 파견지로 내려온 노동자가 자발적으로 탑 위로 오르는 상승과 하강의 쾌감. 냉혹한 현실, 그럼에도 인간으로서의 의지와 온기로 그것에 굴복하지 않는 생명력이 먹먹함을 자아낸다. 모르고 있었던, 아니 몰라도 되는 줄 알았던 이야기는 기대 이상의 울림을 안긴다. 오는 28일 개봉.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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