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삼중수소 논란에 왜 바나나가 등장했나

이현경 기자 2021. 1. 20.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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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월성 원자력발전소 내에서 외부로 배출시 관리기준치 이상의 삼중수소가 부지 내에서 검출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안전성 문제가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삼중수소가 함유된 대표적인 식품으로 바나나가 자주 언급되고 있다.

또 보고서는 국내 원전에서 배출되는 삼중수소에 의한 일반인 방사선량이 연간 1mSv(밀리시버트) 보다 극히 낮아 사실상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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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에는 포타슘40 농도 더 높아..10일 지나면 체내 삼중수소 양 절반으로 줄어
Pixabay 제공

“바나나 1개, 멸치 1g 수준의 삼중수소를 괴담으로 유포해 원전 수사에 물타기를 하려는 저급한 술수를 멈춰야 한다.”(12일 국민의힘)

“멸치 1g을 먹는 수준이란 표현은 국민 안전을 완전히 무시하는 무책임한 발언이다.”(13일 더불어민주당)

최근 월성 원자력발전소 내에서 외부로 배출시 관리기준치 이상의 삼중수소가 부지 내에서 검출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안전성 문제가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삼중수소가 함유된 대표적인 식품으로 바나나가 자주 언급되고 있다. 실제로 바나나는 방사성 물질이 함유된 대표적인 식품으로 꼽힌다. 삼중수소도 들어있지만, 포타슘(칼륨)의 동위원소인 포타슘40의 농도가 높아 방사성 포타슘이 풍부한 대표적인 식품이다. 

식품에는 자연방사선이 들어있다. 바나나에 풍부한 포타슘의 경우 동위원소 중에서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건 포타슘39, 포타슘40, 포타슘41 등 세 종뿐이다. 그중에서도 방사성을 띤 종은 포타슘40 하나다.

대부분의 포타슘은 자연상태에서 포타슘39와 포타슘41 형태로 존재하며, 포타슘40은 전체 포타슘의 0.012% 수준으로 극미량을 차지한다. 우리 몸에도 포타슘39가 93%, 포타슘41이 7%로 사실상 두 종이 인체를 구성하고 있다. 바나나 외에 시금치, 흰콩, 연어, 버섯 등에도 포타슘40이 많이 들어 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2014년 ‘바나나를 너무 많이 먹으면 방사능에 피폭돼 죽을 수 있다는 게 사실인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 번에 1000만 개를 먹으면 방사능 중독으로 죽을 수 있고, 7년간 하루에 274개씩 먹으면 만성적인 방사능 피폭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디펜던트는 “바나나 100g에는 포타슘40이 0.00003936g 들어 있다”고도 덧붙였다. 사실상 바나나를 먹어서 방사능에 피폭되는 건 불가능한 셈이다. 

바나나의 삼중수소 농도는 포타슘40보다 더 낮다. 강건욱 서울대 의대 핵의학교실 교수는 18일 한국원자력학회가 ‘월성 원전 삼중수소, 정말 위험한가’를 주제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포타슘40과 삼중수소를 비교하면 포타슘40에 의한 위험성이 훨씬 높다”며 “삼중수소의 방사능 독성은 다른 방사성 핵종에 비해 매우 약하다”라고 말했다.

삼중수소를 포함해 방사성 핵종이 체내에 들어왔을 때 중요한 점은 체내에 흡수되는 정도다. 강 교수는 “삼중수소는 인체 유입 시 물과 같이 자유롭게 이동하며, 짧은 시간에 전신에 분포되고, 특정 장기에 축적되지 않는다”며 “땀, 소변 등으로 배출돼 약 10일이 지나면 인체 내 삼중수소가 반으로 줄어든다”고 말했다. 삼중수소의 체내 잔류시간은 나이와 계절,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학계에서는 생물학적 반감기를 5~14일로 보고 있다.    

삼중수소의 암 유발 등 인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현재까지는 위험 여부가 확실하지 않다. 2016년 한국원자력학회와 대한방사선방어학회가 발행한 ‘삼중수소의 인체영향에 관한 과학적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삼중수소에 의해 인체 내 암이 유발됐음을 입증하는 연구는 세계적으로 한 건도 없다.

또 보고서는 국내 원전에서 배출되는 삼중수소에 의한 일반인 방사선량이 연간 1mSv(밀리시버트) 보다 극히 낮아 사실상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결론 내렸다. 강 교수는 “방사선량과 암의 연관성이 계속 논란이 되고 있는데, 이에 관한 과학적 기준은 없고 관리 기준만 있을 뿐”이라며 “방사선에 대한 공포가 과도하게 부풀려져 있고, 이번 삼중수소 논란도 과학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경 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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