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억만장자, 혁신인가 착취인가? [오늘을 생각한다]

입력 2021. 1. 2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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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중국의 억만장자 순위가 크게 바뀌었다. 핀둬둬 창업자 황정의 재산이 631억달러로 알리바바그룹 마윈과 텐센트 마화텅을 제쳤다. 국내 언론은 핀둬둬의 급성장을 기업혁신과 인공지능 기술의 성과로 보도하고 있다. 한데 부자 순위가 바뀌었다는 보도가 있기 이틀 전, 핀둬둬에서 일하던 스물두 살의 여성 노동자가 새벽 1시 반 지독한 장시간 노동을 마치고 집에 가던 중 쓰러져 사망했다. 핀둬둬에선 매일 새벽 3~4시에 퇴근하는 일과를 보름 내내 쉬지 않고 지속하는 노동자도 부지기수다. 1분만 지각해도 3시간어치 임금을 삭감하며, 연장근무를 거부하면 곧바로 성과지표에 대한 질책이 들린다. 그러니 과로하지 않고 배기겠는가.

어린 노동자의 죽음은 동료 노동자들의 고발과 영상을 통해 전국으로 확산됐고, 테크기업들의 996제(오전 9시~오후 9시, 주6일 근무 관행)를 둘러싼 논란은 다시 증폭되고 있다. 재작년에도 IT 노동자들은 996제를 비판하는 캠페인을 왕성하게 벌였다. 이에 대해 마윈은 “그것도 복”이라는 식의 망언을 쏟아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중국 노동법에 따르면 특별한 사유 없이는 하루 3시간 이상의 연장근무를 할 수 없으며, 매월 연장근무 총합 한도 역시 36시간으로 규정돼 있다. 하지만 996제는 월 300시간 이상의 노동을 강요한다. 최근 ‘남방도시보’ 보도에 따르면 노동자의 72.6%가 연장근무를 하며, 업무 스트레스 강도가 매우 심하다고 답한 비율도 50%를 초과했다. 이는 5년 전에 비해 훨씬 증가한 수치다.

우리는 노동력을 팔아 임금을 받는 것을 공정한 과정이라 주입 받아왔다. 하지만 노동과 임금의 교환은 부당거래에 가깝다. 실제 노동자가 창출하는 가치에 비해 턱없이 낮고, 극소수의 사람들은 막대한 수익을 가져간다. 핀둬둬의 기업주가 거머쥔 70조원이 과연 그들이 그만큼 근면하고 똑똑해서일까? 그렇지 않다. 중국 정실 자본주의가 자본가에게 제공한 기회와 시장경쟁, 무엇보다 노동자들에 대한 초과착취를 통해 강탈한 부일 뿐이다.

자본이 시장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취하는 일반적 조치는 언제나 ‘더 많은 착취’일 수밖에 없다. 이때 ‘잔업’은 잉여가치를 착취하는 대표적 방법이다. 기업주들은 시간외수당으로 노동자의 초과노동을 유인하지만, 이는 실제 노동이 창출하는 가치에 비하면 보잘것없다. 노동자들이 초과노동을 할수록 잉여가치는 늘고 이익은 높아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일터에서의 ‘힘’이다. 일하는 사람들이 단단하고 건강한 노동조합을 지키고 있으면 부당한 잔업 강요를 거부하고, 지금의 일은 줄이고 채용을 늘리자고 요구할 수 있다. 이는 사회적으로도 바람직한 영향을 미친다. 반면 노동조합이 없거나 건강하지 못하면 지독한 내부 경쟁과 반목, 장시간 근로의 악순환을 낳는다. 회사가 잘되면 기업주와 주주들은 막대한 부를 챙기지만, 노동자는 수당이라는 조족지혈뿐이다. 불행한 점은 그게 억만장자만의 파티이며 내 수명 단축의 대가임을 알아차리기가 어렵다는 사실이다.

홍명교 동아시아 연구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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