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대국의 힘을 보여줄 때 [편집실에서]

입력 2021. 1. 20.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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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중국 우한에서 괴질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외신을 통해 전해진 것이 2019년 말이었습니다. 그저 먼 나라의 해외토픽성 이야기겠거니 했습니다. 한달쯤 지난 지난해 1월 20일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 7만명 넘게 확진됐고, 1200명 넘게 사망했습니다. 2021년 1월.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다닐 것이라고는, 정말이지 눈곱만큼도 상상해 보지 못했습니다.

저는 중국과 한국의 소식을 연수 중인 미국에서 들었습니다. 미국에서 우한은 더 먼 나라의 이야기였습니다. 2월이 되자 일부 국가가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충격이었습니다. 미국에서도 조만한 한국행 비행기가 끊길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감염병 관리를 이따위로 하나, 한국정부가 원망스러웠습니다. 저를 보는 미국인들이 슬금슬금 피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원망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미국에서도 확진자가 빠르게 늘었습니다. 코로나19 첫 사망자가 나오자 3월 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긴급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보름 뒤 뉴욕을 시작으로 주요 도시들이 차례로 셧다운됐습니다. 대형마트인 월마트에서 화장지가 사라졌고, 육류가 바닥났습니다. 마스크와 세정제는 도무지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미국교회의 한 목사는 “화성도 간다는 나라가 마스크 한장 못 만든다”며 비통해했습니다.

반면 한국은 빠르게 안정을 되찾아가는 것 같았습니다. 정보통신(IT)을 이용한 빠른 역학조사와 사재기 없는 안정적인 물류공급은 미국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지난해 6월 이후 미국인들은 다시 거리로 나왔습니다. 자포자기라고 보는 게 옳겠지요. ‘아프면 그냥 나오지 말라’는 식입니다.

한국도 최근 3차 유행을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시 셧다운에 들어간 영국 런던이나 매일 23만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미국에 비하면 상황이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올해 들어 코스피는 전 세계 주요증시 중 가장 빠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부족하나마 이 정도로 상황이 유지되는 것은 자영업자들의 적극적인 협조 때문입니다. 그들이 거리로 나오고 있습니다. 적금을 깨고, 퇴직연금을 깨고 아파트 담보대출까지 받았지만 더는 버티기 어렵다는 거지요. 그런데 위기 때마다 특정집단의 희생을 강요하는 장면, 낯설지 않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가 그랬습니다.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정부가 IMF의 요구조건을 대거 수용하면서 많은 기업이 문을 닫았습니다. 실직에 목숨을 버린 사람이 부지기수였습니다. 그들의 피눈물 위에 대한민국은 부활에 성공했습니다. 이런 흑역사를 다시 반복해서는 안 됩니다. 주간경향 1412호가 자영업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 것은 이 때문입니다.

지난해 한국은 이탈리아를 제치고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됐다고 정부는 밝혔습니다. 이제 그 경제대국의 힘을 보여줄 때입니다. “정세균 국무총리, 본인이 국회에서 울 때가 아니라 우리의 눈물을 닦아줄 때”라는 한 자영업자의 말, 정부는 기억하기 바랍니다.

박병률 편집장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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