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실적관리 이원화하라는 정부 방침에 업계 반발.. "실익 없고 불편만 가중"

연지연 기자 2021. 1. 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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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그동안 건설 관련 협회에 위탁해왔던 실적관리 업무 일부를 건설산업정보센터(KISCON·키스콘)에 이관하는 방안을 행정예고하자, 각 협회와 영세 건설업체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협회는 지금까지 해둔 투자가 쓸모없어진다는 이유로, 영세 건설업체는 갑자기 신고절차가 달라지면 이를 쫓아갈 행정인력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이를 반대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30일 경기 과천시의 한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 /오종찬 기자

실적관리 업무란 건설업체가 공사를 수주할 때 제시하는 실적을 인증·관리하는 것이다. 건설사의 신규 공사 수주에 큰 영향을 미친다.

2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한건설협회와 대한전문건설협회 등은 건설관련 협회에 위탁돼 있는 실적관리 업무 일부를 키스콘에 이관하는 내용의 행정예고를 철회하라는 취지의 단체 행동에 나설 것을 고민하고 있다. 24년간 특별한 문제 없이 수행한 실적관리 업무를 갑자기 키스콘에 넘겨줘야 하는 상황이 불합리하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에서는 먼저 실적관리 업무를 넘기는 과정에서 일선 업체들의 혼선을 피할 수 없다고 호소한다. 혁신 방안에는 ‘유지·보수 분야 실적관리 고도화 추진’이라는 한 문장이 있을 뿐이지만 이를 위해 협회와 영세 건설업체들은 그간 분류하지 않았던 수주공사를 신축공사와 유지·보수 분야로 나누고, 신고처를 다르게 가져가야 한다. 신축 공사는 협회에, 유지·보수 분야는 키스콘에 신고해야 하는 것이다.

한 소형 건설사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에겐 부담도 아닐 일이다. 그런데 하루하루 공사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그렇게 매번 신고하는 게 부담이다"면서 "공사 내용에 따라 다른 곳에 신고해야 하는 부담도 작지 않다"고 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신축공사나 유지·보수 공사나 다를 게 없다. 예를 들어 신축 아파트에 도장공사를 하면 신규공사, 기존 아파트에 도장공사를 하면 유지보수 공사가 되는데, 이를 구분할 이유가 있느냐"면서 "내용이 같은데 왜 분류를 해서 신고도 이원화하라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게다가 키스콘에 유지·보수 공사 수주 내용을 신고할 때는 공사 변경사항이 있으면 30일 내 수정해야 하는 의무사항이 있다.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대로 온라인으로 실시간 실적 관리를 하게 되면 일부 편의가 도모되는 점은 있지만, 해당 업체에서는 공사 내용이 변경되는 대로 정정을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한 전문건설사 관계자는 "1년에 한 번씩 자료를 챙겨 신고하던 것을 언제 어느 때나 온라인으로 신고하게 되면 일견 편리성이 올라가는 것도 같지만, 공사는 변경사항이 워낙 잦다"면서 "결국은 수시로 실적신고 내용을 변경해야 한다는 점에서 현장 불편함은 커진다"고 했다.

협회는 협회대로 불만이다. 그간 건설사업자의 실적 관리를 위해 많은 예산을 들여 시스템을 구축했는데, 키스콘으로 업무가 이관되면 그간 쓴 예산을 낭비한 꼴이 되기 때문이다. 노하우의 소실도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협회가 수행하는 시공능력평가나 공시업무의 핵심 기능인 공사 실적 관리업무를 키스콘에 이관하면 시공능력평가 업무의 껍데기만 남는다"면서 "신축공사와 유지관리공사를 구분해 얻는 실익이 없는데도 행정편의적인 관점에서 나온 조치"라고 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에서는 올해부터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의 장벽을 허무는 업역 개편이 이뤄지고, 시설물 유지업종이 폐지되면서 시설물 유지·보수 실적을 따로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앞으로는 신축보단 시설물 유지·보수 실적 부문 공사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에 대한 전문성을 쉽게 알아볼 수 있어야 공사 발주와 수주가 쉬울 것이란 뜻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협회가 그간 중요한 역할을 해왔던 것을 알고 있다. 앞으로도 협회와 잘 논의해 나가면서 조율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시스템 개선은 필요하고 시설물 유지·보수 실적을 따로 관리해야 할 이유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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