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인수 '순풍', 통합 LCC 플랜은?..본사·사명 두고 '진통' 예상
본사 소재지·사명 관건..'아시아나' 사명 내부 반발도
(서울=뉴스1) 김상훈 기자 =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등 계열 저비용항공사(LCC)들의 통합 방식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로선 대형항공사 통합 작업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LCC 통합도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본사 소재지와 사명 등을 둘러싼 눈치싸움은 시작된 모양새다.
2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달부터 50여명으로 이뤄진 인수위원회를 구성해 실사를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오는 3월17일까지 인수 후 통합전략(PMI)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실사팀은 남은 기간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등 계열사에 대한 점검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통합계획안에는 향후 LCC들의 통합 방식도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1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가 본격화된 시점부터 현재까지 한진그룹이나 산업은행은 통합 LCC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본사 소재지나 사명 등을 둘러싸고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먼저 에어부산을 지역 항공사로 두고 있는 부산시와 부산상공회의소 등은 가덕도 신공항 추진과 맞물려 통합 LCC 본사를 부산에 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해국제공항을 거점으로 한 에어부산이 흡수되면 부산·경남 지역 항공사가 사라져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에서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1월 "통합 LCC는 지방공항을 기반으로 새롭게 영업할 수 있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부산 지역사회는 국토부가 말한 지방이 부산 이외에 다른 지역은 없다며 정부의 약속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반면, 여객 수요 측면에서 수도권 소재 공항과 차이가 커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대한항공 역시 부산에 본사를 두는 것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 중이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지난달 기자 간담회에서 "통합 LCC는 별도 법인으로 새 경영진이 운영할 예정"이라며 "에어부산은 부산을 중심으로, 진에어 등은 인천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어느 한 곳이 아니라 인천과 부산을 균형적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명도 초미의 관심사다. 유력 후보로는 '아시아나'가 거론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흡수한 뒤 기존 대한항공 브랜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아시아나' 브랜드를 통합 LCC에 적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산업은행과 국토부 등은 통합 LCC가 국내선과 아시아권 국제선 중단거리 노선에 집중하도록 하겠다는 그림을 그렸다. 30년 넘게 글로벌 시장에서 쌓아온 인지도와 경쟁력 등이 '아시아나'가 통합 LCC 사명으로 거론되는 배경 중 하나다.
이와 관련 우 사장도 "제3의 신규브랜드를 만들기에는 시간과 투자비용을 고려했을 때 적절하지 않다"며 "기존에 있는 하나의 브랜드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용하지 않는 다른 브랜드의 활용 방안은 아직 시간이 있어 추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통합 LCC 사명으로 거론되는 '아시아나' 브랜드의 활용방안에 대해선 여지를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에 대한 반대 여론도 있다. 특히, 3사 통합 시 가장 규모가 큰 진에어를 중심으로 통합이 예상됨에 따라 사명 변경에 대해서는 진에어 내부에서도 반발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LCC 한 관계자는 "통합 LCC라는 데 의미가 있는데, 그간 인지도나 아시아권 노선이 주력이라는 이유로 아시아나 사명을 쓴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내부에서도 반발이 많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선 일찌감치 시장 점유율이나 대형기 운항,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기반으로 진에어가 통합 LCC의 주축이 될 것으로 봤다. 앞서 라이언에어 등 해외 LCC 통합에서도 경영 능력이 있는 항공사가 흡수합병을 주도한 바 있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진에어가 구조개편의 최대 수혜자로 가장 규모가 큰 진에어를 중심으로 3사가 통합될 가능성이 높다"며 "모회사인 대한항공의 도움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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