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부러워한 '코로나 영웅'.."우리 국민들"
[편집자주] 중국 후베이성에서 원인 불명의 바이러스가 퍼진 후 국내 첫 감염자가 발생한 지 1년이 됐다. 이 기간 세 차례 대유행을 겪으면서 12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왔다. 해외 주요국과 비교하면 피해 규모는 크지는 않았지만 방역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두고 논란은 계속됐다. 코로나19(COVID-19) 1년을 맞아 감염병 등 보건의료 전문가에게 1년의 평가와 향후 과제를 들어봤다.
코로나19(COVID-19) 백신 접종이 다음 달부터 시작된다. 방역당국이 오는 11월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만큼 연내 일상을 회복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다. 다만 세계보건기구(WHO)와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 이후에도 한동안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월 코로나19 백신접종 시작=1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우리 정부가 확보한 코로나19 백신 중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이 다음달 가장 먼저 공급될 예정이다. 다국가 백신연합체인 코박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코박스)를 통해 확보한 백신도 이르면 다음달 들어오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앞서 정부는 코박스와 글로벌 기업들간의 협상을 통해 백신 5600만명분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추가로 노바백스와 1000만명분 공급계약도 추진 중이다. 노바백스와 계약을 체결하면 정부는 6600만명분을 손에 넣게 된다. 이는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인구수 5178만579명에게 모두 접종을 시행하고도 남는 수준이다.
◇"11월 집단면역 형성 쉽지않아"=방역당국은 오는 11월 코로나19 집단면역 형성을 목표로 예방접종을 준비 중이다.
질병관리청은 냉동고, 주사기, 예방접종 통합관리시스템 구축비용 약 356억원을 추가로 확보했다. 이달 중 초저온 보관을 해야 하는 화이자·모더나 백신을 위한 냉동고 100대를 우선 구매하고, 1분기 중에 250대를 설치할 예정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11월까지 집단면역 형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코로나19가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유행하고 있는데다 인구의 60%가 항체를 가지는 집단면역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접종률을 달성해야 해서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백신 예방률이 80%라면 인구의 80%는 접종을 해야 60%한테 항체가 생기고, 집단면역이 형성되는 것"이라며 "이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만 집단면역을 형성하는 것이 가능하더라도 해외에서 환자가 들어오면 산발적 유행이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신 부작용도 주요 변수다. 노르웨이에서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74세 이상 접종자 29명이 사망했다. 노르웨이 의약청은 백신 접종의 일반적인 부작용인 발열 , 메스꺼움 등이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자에게 영향을 끼쳐 사망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백신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 접종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르웨이 정부는 물론 우리나라 방역당국까지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초고령자에 대한 접종 계획을 검토하기로 했다.
◇"코로나 사라지지 않아…마스크 당장 못 벗어"=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사라지지 않고, 독감(인플루엔자)처럼 계절성 유행병이 되거나 풍토병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각 국가가 동일한 수준으로 집단면역을 형성하기 어려운데다 항체 지속기간도 짧기 때문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 접종을 하더라도 당장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며 "코로나19의 큰 유행은 줄어들겠지만 몇 년간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는 계속될 것"고 말했다.
백신뿐 아니라 고위험군의 사망률을 확실히 낮출 수 있는 치료제가 나와야 코로나19를 독감처럼 관리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예방의학과 교수는 "독감이 유행해도 거리두기를 하지 않는 것은 백신과 치명률을 낮출 수 있는 치료제가 있기 때문"이라며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가 나온다면, 코로나19도 독감처럼 함께 사는 질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근희 기자
코로나 방역이 어려운 것은 정부 주도만으로는 이뤄낼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런 면에서 K-방역의 1등 공신은 단연 우리 국민들이다. 손실을 보더라도 방역 수칙을 끝까지 지킨 자영업자들, 잠도 못자고 환자를 돌본 의료진, 더 나아가 마스크 착용과 집합금지 등 거리두기의 불편을 감내한 일반 시민들이 없었다면 K-방역도 없었다.
◇코로나 확산에 '자체 휴관'…손해 봐도 방역수칙 지킨 자영업자들=서울 강북구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장완석(47)씨는 지난해 꼬박 100일을 쉬었다. 정부가 감염을 우려해 태권도장 등 실내체육시설에 집합금지 조치를 내린 기간은 46일 정도지만 나머지 54일은 자발적으로 문을 닫았다.
처음 시작은 2월 대구에서 감염이 확산했을 때다.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대부분 어린 학생들인 관원이 위험하다는 생각에 스스로 휴관을 택했다.
장씨는 "내가 걸리면 남이 위험하고, 체육관에서 번지면 사회적으로 안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체육업자들 중 자발적으로 휴관한 사람이 많은데 벌금보다는 안전에 대한 생각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가 가라앉지 않으며 장씨의 시름도 깊어졌다. 매번 내려오는 집합금지명령을 철저히 준수하면서 250명이던 관원 수가 현재 70명으로 줄었다. 매출이 급락하면서 생계도 버겁다.
장씨는 "여태까지는 한국이 코로나 방역을 잘 해왔다고 본다"면서 "그러나 이를 따라준 사람들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성북구 소재의 카페 사장 이모씨(30)는 방역 동참을 위해 사비를 쓴다. 마스크를 깜박하고 오는 이들을 위해 지금도 가게에 마스크를 구비 중이다.
방문 고객들의 QR코드나 수기 작성도 매번 꼼꼼하게 점검한다. 'A씨 외 3명' 등이 아니라 한명씩 모두 기재를 요구한다.
이씨는 "혹시나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당국 일을 덜어주자는 차원"이라면서 "손님들도 마스크 착용을 잘하는 등 방역에 동참을 잘해줬다"고 설명했다.
◇매일 300~500명 검사…"검사 받으러 더 와주세요"=매일 수백건 상당의 코로나 검사를 실시하는 선별진료소 검사관들도 K-방역의 든든한 주춧돌이다. 신속하게 확진자를 가리고 격리·치료하려면 검사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경기도 일산 동구의 한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는 임상병리사 정모씨(47)는 매일 300명~500명 상당의 피검사자들을 받는다.
보호복을 입고 코로나 검체를 채취하는 작업이지만 사람 대하는 일이 가장 힘들다. '장갑·마스크를 벗겠다,' '결과 빨리 알려달라,' '자가격리 안하겠다' 등 따지는 사람들도 있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정신지체가 있는 피검사자가 몸부림치는 경우도 있는데 달래서 검사하는 일도 쉽지 않다.
정씨는 그럼에도 일을 그만 둘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검체 채취는 의사, 간호사, 임상병리사만 가능하기에 검사 인력이 현저히 부족한 상황이다.
소소한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정신지체가 있는 피검사자의 부모님이 보건소에 전화를 걸어 "감사하다"고 말해줬을 때, 최근 초등학교 학생들이 쓴 힘내라는 내용의 편지를 받았을 때다.
이미 많은 이들의 삶을 돕고 있지만 정씨는 '코로나 영웅'이라는 말을 한사코 거절했다. 그는 "영웅이라는 말은 내게 어울리지 않는다"면서 "밖에서 피검사자 직접 안내하고 상대하는 공무원들, 확진자 돌보는 현장 의료진들이 진정한 영웅"이라고 공을 돌렸다.
그러면서 "검사 받으러 오는 우리 국민들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더 많이 왔으면 좋겠고, 적극적으로 검사해 코로나가 빨리 종식됐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정한결, 정경훈, 장덕진 기자
하지만 일부 국가에선 백신 접종 후 사망자 등 부작용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백신 기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각에선 다양한 변이 바이러스 출몰로 백신 무용설까지 제기된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에는 바이러스의 정체와 감염경로, 초기증상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우왕좌왕했다면 1년이 지난 지금은 변이 바이러스와 백신·치료제에 대한 정보가 충분치 않아 여전히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코로나19에 대해 잘못 알았던 증상과 후유증, 변이 바이러스, 백신까지 자세히 정리해본다.
◇가장 흔한 증상은 발열 아닌 '미각·후각상실'=코로나19 발병 초기 대표적인 감염 의심 증상은 '폐렴'이었다. 당시 '우한폐렴'으로 불린 이유다. 하지만 감염자가 많아지면서 증상은 다양하게 나타났다. 발열, 기침, 호흡곤란 등 호흡기 증상 외에도 가래, 인후통, 두통, 객혈과 오심, 설사 등의 증상이 보고됐다.
이후 각종 연구에서 폐렴이나 호흡기 증상이 아닌 의외의 증상이 코로나19 감염을 대표하는 의심 증상으로 밝혀졌다. 바로 미각과 후각 상실이다. 영국 통계청(ONS)이 지난해 8월15일부터 10월26일까지 코로나19 감염자들의 증상을 조사한 결과,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흔한 증상은 '미각과 후각 상실'로 나타났다. 2~11세 환자는 35%, 12~35세는 45%, 36세 이상은 35%가 이 증상을 겪었다. 이어 고열, 기침 순이었다.
코로나19에 감염되고도 아무런 증상이 없는 무증상자도 많다. 최근 국내 수도권 임시선별진료소에서는 무증상 확진자가 하루 백여 명씩 쏟아져 나왔다. 이밖에 전 세계에서 보고된 코로나19 증상으로는 결막염, 청력 손실, 피부 문제, 위장 장애, 혈액 응고 등이 있다.
◇완치 후에도 88% 후유증 시달려=독감과 달리 코로나19는 후유증을 동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 연구진이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 143명 중 87.4%가 완치 후에도 1개 이상의 후유증을 앓았다. 가장 큰 후유증은 만성피로(53.1%)였다. 이어 호흡곤란(43.4%), 관절 통증(27.3%), 가슴통증(21.7%) 등을 겪었다.
중국 베이징 소재 병원에서 근무하는 차오빈 박사 연구팀이 우한 소재 진인탄 병원에서 퇴원한 코로나 환자 1733명(중위연령 57세)을 대상으로 추적 조사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76%가 6개월 후에도 한 가지 이상의 후유증을 앓았다. 가장 흔한 후유증은 역시 피로감과 수면장애였다. 약 3분의 1 이상은 혈액 속에 노폐물이 쌓이고 얼굴이 붓는 신장 기능 장애도 보였다. 환자 수백명은 퇴원해도 호흡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폐가 장기적으로 손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는 최근 국립보건연구원과 국립중앙의료원이 확진자들의 후유증을 조사한 결과 3개월 후에는 탈모, 6개월 후엔 강한 피로감이 나타났다. 특히 회복 후에도 일부 폐기능이 저하됐으며 6개월이 지난 뒤엔 폐섬유화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었다. 우울증 등 정신과적 후유증도 나타났다.
◇더 빨라진 변이 바이러스…영국발 변이 50개국 확산=현재 확인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이하 '변이')는 영국,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일본 등이다. 하지만 최근 케냐, 미국, 독일 등에서도 계속 다른 변이가 보고되고 있다.
변이 바이러스는 매우 빠른 속도로 확산 중이다. 전염률이 기존 바이러스 대비 70%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의 경우 지난해 9월 처음 발견된 후 급속히 확산했다. 11월 런던에서 발생한 확진자 중 약 25%, 12월엔 약 75%가 이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는 유럽과 미국, 아르헨티나 등 전세계 50개국으로 퍼진 상태다.
브라질과 남아프리카공화국, 일본에서는 기존 코로나19나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와는 유전적 배열이 다른 바이러스가 발생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아프리카 케냐와 미국에서도 새로운 형태의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발견되면서 모든 백신에 강한 내성을 지닌 '슈퍼 바이러스'가 출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브라질 변이 바이러스의 경우 기존 코로나에서 완치된 환자를 5개월 만에 재감염시켰고 증세는 첫 감염 때보다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프레드 허친슨 암센터의 트레드 브래드포드 박사는 자신의 SNS에 "이런 변이 바이러스는 만성 감염 중에 출현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증상이 수개월 지속되는 만성 환자가 늘어나면 면역체계가 바이러스에 큰 압력을 가하면서, 바이러스가 세포에 잘 침투할 수 있게 형태를 변형시킨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확인된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는 18명이다. 이 가운데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가 15명으로 가장 많고, 남아공발 2명, 브라질발 1명이다.
◇새로운 기술 mRNA 백신…불안과 기대 사이=정부가 확보한 코로나19 백신은 현재 △아스트라제네카(바이러스 전달체 백신) △얀센(바이러스 전달체 백신) △모더나(mRNA 백신) △화이자(mRNA 백신) △노바백스(합성항원 백신) 총 5종이다.
이중 노르웨이에서 화이자 백신을 맞고 29명이 사망하자 백신에 대한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화이자 백신은 mRNA(메신저리보핵산) 기술로 만들어진 최초의 백신이라 우려가 크다. mRNA 백신은 체내에 바이러스 유전정보를 담은 RNA를 투입하면 바이러스 단백질이 형성되는데, 면역체계가 이를 인식하고 항체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mRNA 백신의 가장 큰 장점은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면역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같은 기술로 백신을 개발한 모더나의 스테판 반셀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자사 백신 면역력이 최소 1년 이상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지에서 발견된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충분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김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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