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코로나백신 불평등 풉시다"..총대 멘 '에이즈 박사'
"선진국 남는 백신, 빈곤국 아이들에 나눠주기 캠페인"
WHO도 '백신 불평등' 고심..加·英월드비전과 공조
"韓 자랑하는 월드비전이 꿈..후원기업에 가치 줄터"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현재 국제월드비전 총재를 맡고 있는 영국과 전 총재였던 캐나다 등과 공조해 코로나19 백신을 과도하게 확보하고 있는 영국과 캐나다, 미국 정부로부터 백신을 제공받아 후진국 어린이들에게 우선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캠페인을 벌이겠습니다.”
19일 제9대 한국월드비전 수장에 공식 취임한 조명환 회장이 코로나19 백신을 둘러싼 자국 중심주의와 그에 따른 `백신의 빈익빈 부익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익활동에 총대를 메겠다고 자임했다. 널리 알려져 있듯이, 셀트리온의 전신인 넥솔바이오텍의 공동 창업주였던 조 회장은 건국대 생명과학특성학과 교수와 아시아·태평양 에이즈학회장으로 활동하며 아시아를 대표하는 에이즈(AIDS)와 감염병 전문가로 불리고 있다.
취임식 하루 전인 지난 18일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가진 조 회장은 “불행하게도 앞으로 세계는 백신을 가진 나라와 못 가진 나라, 백신은 맞은 사람과 못 맞은 사람으로 양분될 수 있을 정도로 백신이 큰 화두가 될 것인데, 문제는 선진국에 비해 백신을 갖지 못하는 후진국의 어린이들은 언제 백신을 맞을 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취임일부터 백신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이날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도 제148회 WHO 이사회를 개최하면서 “현재 최소 49개 고소득 국가에서 3900만회분 이상의 백신이 투여됐지만, 저소득 국가 한 곳은 25회분만 주어졌다”며 “전 세계는 재앙적인 도덕적 실패 위기에 처해 있고, 그 대가는 가장 가난한 나라에 사는 사람들의 생명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 회장은 “현재 캐나다는 전 국민이 3번씩 맞고도 남을 만큼의 백신을 확보하고 있고, 영국과 미국도 인구대비 2배 가량 백신을 가지고 있다”며 “현 국제월드비전 총재국인 영국과 전 총재였던 캐나다, 규모가 가장 큰 미국과 공조해 이들 정부들이 확보하고 있는 백신을 일정 부분 취약국가 어린이들을 위해 할당하자는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화이자나 모더나 등 제약사들은 백신 생산이 빠듯한 만큼 이들 정부와 협의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 될 것이며, 월드비전의 사명이나 선진국 정부의 역할이라는 측면에서도 이런 접근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조 회장은 캐나다월드비전 측 요청으로 다음 주 쯤 촬영할 현지 홍보영상에서 이 같은 제안을 해볼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사실 조 회장은 아·태 에이즈학회장을 맡으면서도 불가능해 보이는 많은 사업을 성공시킨 바 있다. 이 학회에 가입한 45개국 정부를 상대로 빈곤국으로 에이즈 치료제를 보내주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고, 이 과정에서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 부부가 운영하는 `빌&멜린다 게이츠재단`으로부터 41만달러에 이르는 기부를 유치했다. 또 제네바의약품구매기구에 비행기를 탈 때마다 1000원씩 후원금을 내도록 하는 사업을 제안, 8개국 참여를 이끌어내 5년 간 2조2000억원을 모아 에이즈와 말라리아, 결핵 등으로 고통받는 빈곤국 어린이 100만명을 무료로 치료하는 성과를 냈다.
이날부터 3년 간의 임기를 시작한 조 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큰 고통을 받는 계층은 바로 어린이로, 경제적 어려움에 팔려가거나 조혼(早婚)을 강요 당하는 아이가 늘고 있고 가정 내 폭력과 성노예로 시달리는 경우도 급증하고 있다”고 전하며 “이들을 위해 우리 같은 비정부기구(NGO)가 할 일이 더 늘어났다”며 강한 포부를 보였다.
특히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월드비전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낸 그는 “기본적으로 NGO라면 더 많은 후원금을 받아서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다만 동일하게 후원해도 더 큰 후원의 성과를 보여 후원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가치를 주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통해 국민들께서 `이런 NGO가 우리나라에 있다`는 걸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국내 NGO 가운데 가장 많은 개인 후원자를 확보하고 있는 월드비전이지만, 조 회장은 앞으로는 기업들의 참여도 늘리겠다고 했다. 그는 “우리 기업들이 성장하면서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후원을 고민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며 “우리의 전문성을 키워 후원한 기업들도 회사의 이미지를 더 높이고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을 만들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구호단체가 맺어준 인연으로 과거 45년 간 미국인으로부터 매달 15달러씩 후원을 받아 오늘날의 위치까지 오른 조 회장. 그의 행보가 `제2, 제3의 조명환`을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이정훈 (future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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