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빌딩 높이 따질땝니까[우보세]

우경희 기자 2021. 1. 2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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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GBC 조감도/사진제공=강남구

"현대자동차그룹, 10.5조원요!"

2014년 9월 18일. 한국전력 삼성동 부지 매각 담당자가 외치듯 숫자를 부르고 전화를 끊었다. 속보를 써야 했지만 귀를 의심했다. '저렇게 비쌀리가?' 혹시 7.5조원을 잘못 들었나 하는 마음에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중이었다. 오보가 걱정돼도 들은걸 믿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귀는 멀쩡했다. 10조5000억원(정확히는 10조5500억원)에 현대차그룹이 한전부지의 새 주인이 됐다.

주가는 급락하고 우려는 폭발했다. '승자의 저주' 대표사례가 될거라고들 했다. 10조5500억원은 당시 공시지가의 세 배가 넘었다. 유일한 경쟁상대 삼성은 고 이건희 회장이 병석을 지키고 있던 터였다. 현대차그룹과 조단위 레이스를 펼치긴 어려웠다. 현대차그룹은 그럼에도 과감하게 베팅했다. 정몽구 명예회장(MK)의 부지확보 의지가 그만큼 강했다.

두 번째 놀란건 건설계획을 듣고서다. 현대차그룹은 105층 GBC(글로벌비즈니스센터) 건설을 낙점했다. 계획대로면 롯데월드타워보다 높은 최고 마천루가 탄생한다. 지자체 우려여론이 일었다. 공군부대도 안전문제를 들어 제동을 걸었다. 현대차그룹은 삼성역·종합운동장 연계 대규모 도시재생프로젝트와 거액의 공공기여금 계획을 공개하며 105층 계획을 관철시켰다.

GBC가 2026년에야 다 지어지는 만큼 2021년에 투자 성패를 말하긴 이르다. 다만 공시지가로 보면 실패를 단정할 구간은 지난듯 하다. 작년 기준 제곱미터(㎡)당 6500만원인데 2014년 당시 1950만원의 세 배가 넘는다. 공시지가 현실화율 등을 감안하면 부지가치가 매입가에 근접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MK의 GBC투자 이유에 대해 "수익보다는 새사옥 건설을 통해 경영효율을 높이는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땅값을 신경쓰지 않았다는건 물론 빈 말이다. 다만 투자과정을 되짚어보면 새사옥에 대한 필요성이 먼저인건 사실로 보인다. 분산된 계열사들을 모으자는게 우선 목적이고, 그 뒤에 제시된게 105층 플랜이라는 거다.

이 순서를 감안하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GBC 층수 논란은 본말이 한참 전도됐다. 고민의 핵심이 '105층'이 돼 버렸다. 현대차그룹은 "GBC 규모 문제는 다른 급한 일들을 결정한 후 한참 뒤에야 다뤄질 것"이라고 했지만 역시 빈 말이다. 요즘 GBC 사업부엔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다. 엄청난 건설비용이 드는 105층 원안을 고수할지, 층수를 낮추고 2~3개 동으로 분산할지가 고민의 핵심이다.

부지 입찰은 경쟁의 문제다. 당연히 공격적인 베팅이 뒤따른다. 건설비용 문제는 좀 다르다. 현대차그룹이 공격적이어야 하는 부분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내연기관 시대가 생각보다 빨리 저문다. 스마트폰 1위 애플이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BMW·다임러 등은 이미 미래 모빌리티에서 한 발 뒤처진게 눈에 보인다. 기업의 존속을 건 경쟁이 점점 빠르게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경쟁엔 많은 돈이 든다. 현대차그룹은 울산에 E-GMP(전기차 전용플랫폼) 적용 전기차 라인을 지어 올해 가동한다. 충주와 평택 등엔 미래 모빌리티용 배터리팩과 부품공장을 짓는다. 수소연료전지와 수소상용차 생산라인은 중국과 미국 등에 공격적으로 신설할 예정이다.

이런 대규모 투자가 앞으로 몇년간 이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현대차그룹은 일단 5년간 단계적으로 60조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누가 주는 돈이 아니다. 벌어서 투자해야 하는데 투자비가 얼마가 더 필요할지도 장담할 수 없다. 이미 땅값에 10조5500억원을 쓰고, 다시 수조원이 드는 초고층 사옥계획을 고집할 여유도 이유도 없다.

MK의 GBC 프로젝트를 물려받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미 머릿속으로 수차례 GBC를 지어올렸을 것이다. 그가 105층이라는 숫자에 구애받지 않는 결론을 내길 바란다. 그룹 경쟁력을 위한 투자가 먼저다. 경쟁력 있는 현대차그룹은 언제든 다시 105층 사옥을 지을 수 있지만, 105층 사옥을 가진 현대차그룹이 꼭 경쟁력 있는 회사가 되는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은 빌딩 높이를 따질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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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희 기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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