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일본에 강한 메시지 던진 것..일본도 고민"

이세원 2021. 1. 2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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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원 와세다대 교수 "징용·위안부 분리 대응해야"
"일본도 징용해법 검토..위안부 문제는 진심 어린 사죄 필요"
질문자 지명하는 문재인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질문자를 지정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한일 관계 및 국제정치 전문가인 이종원 와세다(早稻田)대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의 현안에 의견을 표명한 것과 관련해 "강한 메시지를 일본에 던진 것"이라고 20일 해석했다.

이 교수는 문 대통령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낸 소송의 판결이 나오면서 "조금 곤혹스러운 것이 사실"이며 강제 집행의 방식의 현금화가 "한일 양국 간의 관계에 있어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것이 예상 밖이었다며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후 일본 정부가 보이는 반응에 관해 "내부적으로는 강경론이 우세하지만, 미국 조 바이든 정권 출범을 앞두고 한국과의 해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어서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이 교수는 사안의 성격이나 해법의 난이도 등을 고려할 때 징용 문제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나눠서 대응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며 위안부 문제보다는 징용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한일 양국이 합의하기 쉬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일본 외무성이나 자민당 정권 내에서 징용 문제의 해법을 여러 가지로 검토하고 있다는 동향을 전해 들었고 일본 정부가 정치적 결단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조만간 부임 예정인 강창일 신임 주일본한국대사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징용 판결 해법이 "내가 파악한 것만 12가지"라고 말한 것을 거론하며 "기본적으로는 재단 설립을 중심으로 하되 정부 관여 수준을 어떻게 할지 등에 변화가 있을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교수는 작년 11월 일본을 방문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 등을 면담한 김진표 한일의원연맹 회장이 "이제 정치 지도자들이 결단하고 선택하는 일만 남았다"고 말한 것을 거론하며 "일본을 포함해 양쪽의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종원 교수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국가가 걸려 있기 때문에 허들이 더 높다"며 "또 국가 주권이라는 문제와 국제적인 인권법의 추세가 충돌하면서 나온 것이므로 단순히 두 나라 간의 문제로만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은 배상금이라기보다 일본의 진심 어린 사죄라는 지적을 거론하며 일본이 적극적인 사죄 의사를 표명하고 한국 정부가 소송 취하 등을 하도록 원고(피해자)를 설득하는 것이 한국과 일본의 충돌을 막는 방법이라고 의견을 내놓았다.

이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돈(손해배상액)이 아니라 사죄를 받고 싶다"고 한 것이나 소송에 참여 중인 한 피해자가 일본 정부가 사실을 인정하고 사죄하면 소송을 취하하겠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강 대사가 최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것 등에 주목한 제언이다.

이 교수는 2015년 이뤄진 한일 간 위안부 합의는 일본 정부가 10억 엔(약 106억 원)을 내는 것 외에 한일 양국 정부가 협력해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의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을 착실하게 실행한다는 것을 전제했으나 성실하게 이행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2015년 일본 측 발표문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총리가 일본 총리로서 '피해자들에게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으나 아베가 이런 취지의 발언을 직접 하지 않아 '대리 사과' 논란이 일기도 했는데 이런 상황을 두루 고려한 것이다.

이 교수는 위안부 판결에 대한 갈등을 국제사법재판소(ICJ)의 판단으로 매듭짓자는 주장에 관해서는 "대국적인 관점에서 보면 1965년 (한일 수교) 이후 체제는 모호한 타협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며 "흑백 판단으로 몰고 가면 한일 관계 전반이 굉장히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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