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장 "'방위산업' 자주국방 토대.. 외국산 무기로는 대체 안돼" [세계초대석]

박수찬 2021. 1. 2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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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시 軍에 필요한 장비들 즉각 제공
정비 등 지원도 용이.. 국가안보와 밀접
첨단기술 민간 이전 경제에도 큰 도움
자체 기술력이 없으면 협상력도 떨어져
결국 외국서 비싼 가격에 무기 사들여야
국내 연구개발 능력 높여야 군사력 증강
방위산업 해외시장 뚫어야 시장성 갖춰
국산무기·운영경험 등 한데 묶어 수출
방산한류로 방산업계 활력 불어넣어야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 회장이 13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인근 사무실에서 방위산업 발전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군이 필요로 하는 장비를 공급하는 방위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과거 남북 대치가 심각했던 시기에는 국가안보 차원에서 방위산업 특수성이 인정되는 분위기였으나, 민간산업 기술과 시장이 크게 발달하면서 방위산업에서 철수하는 대기업이 생길 정도로 관심이 낮아지고 있다. 한국방위산업학회 채우석 회장은 방위산업계에 새로운 활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채 회장은 지난 13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군사력 강화는 외국에서 첨단 무기를 도입한다고 해서 이뤄지는 게 아나다”며 “탄약이 떨어지면 충당해야 하고, 전차가 고장나면 수리해야 하는 게 이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군에 장비를 조달하는 기존 역할에 더해 국산 무기와 운용경험 등을 한데 묶어 해외에 적극 수출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방산한류’를 강조했다.

육군 준장까지 지내고 예편한 채 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뉴 노멀’을 군과 방위산업 특성에 접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인들은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는 방법이 절실한 만큼 군과 더불어 방위산업계가 해법을 다른 나라보다 먼저 제시한다면 세계 방위산업 트렌드를 이끌 수 있다고 채 회장은 설명했다. 군에서 무기도입 관련 업무를 수행했던 채 회장은 2011년부터 학회장으로서 관련 연구 활동을 주도하며 방위산업 분야의 발전 해법을 제시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방위산업을 연구하는 학회가 있다는 게 일반 국민들로서는 생소할 것이다.

“학회는 1991년 태동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한국이 독자적으로 방위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데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미국의 견제도 있었다. 그러다가 방위산업의 필요성을 학술적으로 연구해 논리를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으면서 학회가 창립됐다. 회장을 맡은 지 10년째인데, 방위산업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발전방안을 연구하면서 정부에 대안을 건의하는 등의 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세미나, 포럼 개최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유튜브 등을 이용한 온·오프라인 병행방식으로 학회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국내 방위산업이 중요한 이유가 무엇인가.

“자체적인 방위산업 유지는 자주국방의 토대를 확보하고 국가의 독립성을 지킨다는 뜻과 같다. 유사시에 군이 급하게 필요로 하는 장비들을 즉각 제공할 수 있고, 정비 등 후속군수지원도 용이하다. 방위산업 자체가 국가안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다른 측면에서는 군사력 증강을 위해 개발한 첨단 기술을 민간에 이전하면 국가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도 방위산업은 정부의 직접 지원이 가능한 분야다. 국방 분야의 원천 기술을 민간에서 활용할 수 있다면, 군사력과 경제가 함께 발전하게 된다.”

―국내 방위산업 경쟁력은 어느 정도인가.

“1970년대까지는 미국산 무기를 조립 생산하는 수준이었지만, 적극적인 무기 국산화 정책 덕분에 K-9 자주포나 FA-50 경전투기를 개발하는 등 급성장해 방위산업 강국이 됐다는 말도 나온다.

국내 방위산업은 현재 세계 10위권 수준으로 평가를 받는다. 그럼에도 운영이나 관리의 효율성에서는 여전히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고, 실적도 악화되는 추세다. 국내 방위산업 생산 수준은 2016년 14조8000억원에서 2019년 13조9000억원으로 감소했고, 같은 기간 방위산업 수출은 2조7000억원에서 1조8000억원으로 줄었다. 2018년 기준으로 한국의 세계 무기사장 점유율은 2.1%에 불과하다. 반면 무기의 해외 도입은 2017년 3조8000억원에서 2019년 5조8000억원으로 증가했다. 방위산업 강국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정부가 방위산업 진흥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쳐왔는데,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은 의외다.

“산업의 성장에서 시장경제 원리도 중요하지만, 방위산업은 국가가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하는 분야다.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만큼 국가적 차원의 중장기적 육성 전략과 정책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 부분이 소홀히 다뤄지고 있다. 삼성이 방위산업을 포기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방위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국방부, 방위사업청 등 관련 부처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통제하는 기능이 절실히 필요하다. 청와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 과도한 규제 철폐, 국방획득절차 단축, 방산업체의 자율적 역량 보장 등을 주도해야 한다.”

―군 전력증강을 위해서는 외국에서 무기를 구매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많다.

“사용자인 군의 입장에서는 성능이 가장 좋은 장비를 선호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주장은 방위산업 역량이 미미했던 과거의 인식에 기초한 결과다. 요즘은 많은 군인들이 운영유지나 가동률 등을 고려하면 국산 무기가 더 낫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 외국에서 무기를 들여오려고 협상을 할 때, 국내 방위산업의 기반이 어느 정도인지는 협상 과정에서 많은 영향을 미친다. 1990년대 초 국방부 조달본부(현 방위사업청) 외자 구매 과장으로 근무할 때, 해외 업체와 협상 및 계약업무를 담당했다. 협상과정에서 우리의 자체 기술력이 없으면 협상력이 현저히 떨어져 비싼 가격에 무기를 사들여야 한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때 느낀 바를 토대로 획득개발 부서로 자리를 옮긴 후, 국내 국방연구개발 능력을 높이기 위해 제도개선과 국산화 추진에 최선을 다했다.”

―방위산업을 수출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국내 수요만으로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없다. 해외 시장으로 나아가야 방위산업도 시장성을 갖춘다. 국산 무기들은 미국산처럼 최첨단은 아니지만, 가격과 성능 측면에서 개발도상국들의 수요에 부합한다. 동남아나 중동, 아프리카, 남미를 비롯한 틈새 시장으로의 진출 전망이 양호하다고 할 수 있다. 단순히 무기를 파는 데만 집중하는 대신 군수지원이나 교육훈련 등을 패키지로 묶으면 부가가치가 높아진다. 각개전투식으로는 성과가 안 나온다. 최근 호주의 차세대 장갑차 사업에서도 국산 레드백 장갑차가 독일산과 대등하게 경쟁할 정도로 국제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방산한류’ ‘K-방산’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를 잘 활용하면 국가 경제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학회 차원에서 방위산업 수출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이 있는가.

“수출 확대를 위해서는 세계 방위산업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과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본다. 미국 현지 방위산업체와 파트너십을 통해 공동개발 사업에 참여하거나, 부품 및 구성품을 공급하는 방안 등을 포함한 한·미 방위산업 협력을 적극 모색할 것이다.”

―코로나19 시대에 방위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코로나19는 장비를 운영하는 군인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장비가 아무리 좋아도 군인들이 병들면 군 전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바이러스를 예방하면서 장병들이 장비를 원활하게 다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군 차원에서는 의무병과가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하고, 치료제나 백신 등도 상시 비축할 필요가 있다. 방위산업계도 군과 함께 고민해야 한다. 어려운 과제지만 실효성 있는 해법을 제공하면 세계 시장에서 승자가 될 수 있다. 학회에서도 이 같은 부분에 대해 학술적 차원의 연구를 진행할 것이다.”

―정부에 조언하고 싶은 것이 있는가.

“과도한 규제를 혁신해서 기업 자율성을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게 좋다. 주무부서인 방위사업청 직원들이 방산업체 담당자들과 자연스레 소통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무기도입 사업들이 제때 추진될 수 있도록 관련 업무 담당자들에게 지연 책임을 묻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

대담=박종현 외교안보부장
정리=박수찬 기자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장은 ●전북 군산 출생(1950) ●육군사관학교(28기) ●미국 위스콘신대 경영학 박사 ●국방부 획득기획과장 ●국방부 연구개발관 ●국방부 조달본부 차장 ●전북대학교 초빙교수 ●안양대학교 겸임교수 ●한국방위산업학회장(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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