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The Column] 코로나 이기려면 이제라도 해야 할 일

박병원 안민정책포럼 이사장·前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2021. 1. 20.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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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종 순위, 고령자 대신 대면 불가피한 업종 먼저 하면 어떤가
해괴한 공공의대 발상 접고 첨단기술 의과학대학원 카이스트·포스텍에 신설을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 1년을 하루 앞둔 19일 오후 서울 은평구 불광천에 마련된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뉴시스

코로나 사태에 대한 지난 1년간의 대응을 평가해 보면, 한마디로 보건 당국과 의료계는 ‘전투'를 비교적 잘해 왔는데 범정부 차원의 ‘전쟁'은 낙제점을 겨우 면할 수준으로 보인다. 영세 상공인들과 국민의 협조에 힘입은 사회적 거리 두기와 보건 의료 인력의 헌신과 희생 덕분에 이 정도 버티고 있을 뿐이고 의료 시설, 인력, 장비, 의약품의 확보와 활용의 차원에서는 썩 잘하고 있지 않다는 말이다.

미온적이었던 백신 확보가 제일 문제다. 새로 개발 중인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확증이 없는 상태에서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는 보건 당국의 해명은 정당하다. 과거 독감 백신을 과잉 확보해서 국고를 낭비했다고 문책을 당한 적도 있는 사람들로서는 당연한 반응이다.

미국은 ‘초고속작전' 팀을 만들어 전권을 부여하고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노바백스 등 제약 회사에 사전 구매 형태 등으로 약 15조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개발에 실패하더라도 구매 대금을 돌려줄 의무가 없는 조건이었다고 한다. 바이러스 백신 개발은 워낙 자금이 많이 들고,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고, 일껏 개발에 성공하면 이미 필요가 없어지는 경우도 많아서 이런 정도의 보장 없이는 민간 기업이 덤벼들기 어렵다. 이런 특수성에 걸맞은 과감한 조치가 우리나라에서 가능했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어느 회사가 성공할지, 어느 회사 것이 가장 효능이 뛰어날지, 어느 회사 것이 가장 값이 쌀지, 아무것도 알 수 없는 단계에서 구매 결정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방역 주권' 운운하는 비과학적, 비경제적 이유로 국산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기대를 걸었다고 하더라도 탓하지 않겠다. 다만 다시 이런 일을 당했을 때는, 미국처럼 자체 개발에 과감한 지원도 하면서 이스라엘처럼 수상과 국가 정보기관이 직접 나서서 “값의 고하를 묻지 말고”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자는 것뿐이다. 우리나라처럼 불을 끈 소방관에게 화단을 망가뜨린 책임을 묻기도 하는 나라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백신 접종을 앞당겨 집단 방역에 성공, 경제활동을 조기에 정상화시킬 수만 있다면 그 이익은 수백조원에 이를 터이지만 이것을 입증하고 책임지라고 하면 누구도 과감한 행동을 할 수 없다.

또 하나 이번 사태로 얻은 중요한 교훈은 의료 시설과 인력에 여유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종플루·메르스 등을 겪으면서 감염병이 돌 경우에 대비하여 시설과 인력을 확충하겠다고 했지만 결국은 제대로 실천에 옮겨지지 않았다. 그 결과 코로나 환자가 입원도 못 해보고 숨지는가 하면 다른 질병의 환자들마저도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여 사망률도 높아지는 사태를 맞았다. 코로나로 망가진 경제를 회복시킨다면서 ‘완공과 동시에 일자리가 없어지는' SOC 사업을 벌이는 정부가 ‘지속적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병원과 의료산업에는 왜 투자를 안 하는지 모르겠다. 더구나 대형 법인 병원의 경우 기부만 가능하고 투자가 금지되어 있는 나라에서 말이다.

병상과 의사만 부족한 것이 아니다. 이번에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민간 제약 회사에만 맡겨 놓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초 의과학 분야의 연구·개발 인력까지 감안하여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 기존의 의과대학에 들어갈 실력이 안 되는 사람들도 입학할 수 있는 공공 의과대학을 만들겠다는 해괴한 발상은 빨리 접고, 카이스트·포항공대 등에 의과학대학원을 신설해서 생명공학과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과 협업하여 의과학 연구에 몰두할 최고급 인력을 키워내고, 의사 면허를 가지고 이런 일들을 하는 사람들에게 임상의사 이상 수준의 처우와 파격적인 연구비 지원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당장 착수해야 한다.

백신 접종의 우선순위와 백신의 종류 선택을 놓고도 논란이 예상된다. 이미 경제활동도 접었고 ‘집콕’해도 무방한 65세 이상 803만명의 접종 우선순위가 매우 높은 것은 잘 납득이 안 간다(필자는 69세다). 매일 대중교통을 타고 출퇴근해서 가족의 생계를 꾸려나가야 하는 사람들, 그중에서도 ‘병에 걸려 죽기 전에 굶어 죽게 생긴’ 여행, 공연, 전시, 오락, 체육 등 대면이 불가피한 서비스업과 음식· 숙박업 등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우선권을 주면 좋겠다. 아들·딸에게 접종권을 양보한다든가, 우선권을 포기하면 원하는 백신을 맞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을 허용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우선 접종은 특별한 배려이지 강제해야 할 의무가 아니며 집단 방역은 결국 경제활동 정상화를 앞당기고자 하는 것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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