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주한미군·유엔사와 함께라야 가능하다

함지민 주한미군 대외협력 보좌관 2021. 1. 2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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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3월 미 오산 기지에 도착한 사드 요격미사일 발사대./주한미군

1950년 북한의 평화 파괴 이후 70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북한의 평화 방해와 거부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분명 평화를 누리고 있다. 이를 토대로 한반도 역사상 전례가 없고 전 세계가 감탄한 번영을 일궈냈다. 하지만 한국전쟁은 역사이면서도 살아 숨 쉬고 있는 현재 진행형이다. 그렇기에 근 70년 동안 유지되어온 정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전환하여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permanent peace)’를 정착하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현 정부가 적폐로 규정한 전 정부도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통해 한반도 평화 정착을 추구했으니 말이다.

현 정권이 정착하고자 하는 항구적 평화는 북한이 한국전쟁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항구적 평화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조치들을 취해야만 개시 가능하다. 가령 북한이 비무장지대 북방한계선에 연해 배치한 장사정포를 후방으로 철수시키고 실질적 비핵화 조치들을 개시할 경우 신뢰가 구축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연초부터 ‘핵잠수함’, ‘극초음속 무기’, ‘초대형 핵탄두’, ‘핵무기 소형 경량화 및 전술 무기화’, ‘국가 핵무력 건설 대업 완성’, ‘최강의 군사력 건설’ 등 전쟁을 연상케 하는 도발적 발언을 하고 있다. 비핵화에 대해서도 일절 함구한다.

비록 불가능한 목표처럼 보일지라도,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를 정착하는 것은 우리가 반드시 추구해야 할 지향점이다. 문제는 개인의 마음의 평화와 달리 상대방이 있는 평화는 상대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평화에 대한 의지 또는 합의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천이 필요하다. 설상가상으로 지정학적 요인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항구적으로 어렵게 만든다.

그럼에도 한반도에는 비록 불완전하지만 ‘지속 가능한 평화(sustainable peace)’가 이미 구축된 상태다. 한국 국민이 북한의 평화 방해와 거부에 무덤덤해진 반면 국내 정치·경제·사회 문제들에 의한 평화 상실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에는 지속 가능한 평화에 대한 경험적 인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내외 많은 도전과 어려움 속에서도 이런 지속 가능한 평화를 대한민국과 함께 구축한 동반자는 파괴된 평화를 회복하기 위해 1950년 한반도에 진출한 주한 미군과 유엔사다.

특히 한국전쟁 간 최대 22국, 현재 17국이 참여하고 있는 유엔사는 한반도에 지속 가능한 평화를 보장하는 세계의 확약이자 주한 미군과 함께 한반도에서의 잠재적 미래 전쟁을 확정적으로 억제하는 기구이다. 유엔사는 정전협정 유지와 적대 행위 재개 시 대한민국의 평화 및 안보 회복이 핵심 임무이며, 주한 미군은 한미 동맹의 핵심이다. 이를 통해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은 한반도는 역설적으로 세계 어떤 지역보다 확실한 평화를 보장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평화 체제든 통일이든 미래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를 위한 토대가 마련되더라도 지정학적 상수 등 한반도의 항구적 도전 요소들을 상쇄하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주한 미군과 유엔사는 필수적이다.

이런 인식하에 정부는 남북 관계의 좁은 틀 안에서 유엔사를 견제하고 심지어 곡해하는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 유엔사가 단순히 정전협정의 유지·관리자가 아니라, 미래 한반도의 평화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평화의 선봉장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현재는 물론 평화 체제 이후에도 어떻게 유엔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지, 구체적으로 유엔사의 역할 및 기능 조정은 물론 유엔사를 아·태 지역 평화 안보 기구로 확대 재편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미국 및 유엔사 회원국들과 협의해 나가야 한다.

주한 미군과 유엔사는 전쟁 상태에서도 지속 가능한 평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살아있는 증거다. 대한민국이 주한 미군과 유엔사와 함께 미래로 나아간다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는 추상적인 지향점이 아닌 실현 가능한 목표가 될 수 있다. (※본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주한 미군 및 유엔사의 입장 또는 정책을 대변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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