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주의 아웃룩] 주식 활황 올라탄 개미들, '글로벌 뭉칫돈' 흐름 놓치면 낭패 본다

김학주 한동대 교수 2021. 1. 2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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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건, 새해 한국 주가 15%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
글로벌 자금 중국행, 日 저축률과 美 국채 수익률 등 변수
올 하반기 코로나 쇼크 진정 땐 증시도 조정 가능성
동학개미 이미지/뉴시스

일본은 1990년대 경제활동인구가 정점을 찍고 감소하기 시작했다. 이제 일본 노인들은 더 저축할 돈도 없고, 과거의 저축 자산을 찾아 생계비에 보태야 하는 처지다. 그러나 2014년 이후 일본 가계 저축률은 다시 상승하고 있다. 모든 자산 가격에 거품이 붙어 투자 수익률이 참을 수 없이 낮아진 가운데 더 저축해야 생활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노인들 입장에서 여생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지만 당장의 생활비를 아껴 미래를 걱정하고 대비하는 것이 인지상정인가 보다. 그럴수록 그들의 생활은 비참해지지만 놀랍게도 참아낸다.

‘불안 팽배’→’과잉 저축'→'자산 거품'…

더 저축해야 하는 처지인 것은 같은 맥락에서 젊은이들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그들은 아직 모아 놓은 금융 자산이 부족하고, 저성장 속에 소득의 기회도 줄고 있다. 따라서 이미 낮아진 수익률은 젊은이들에게 해결책이 될 수 없고, 좀 더 높은 수익률의 위험 자산에 관심을 두게 된다. 주식시장에 개미들이 몰리는 이유다.

최근 인공지능을 통한 스마트 설루션들이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신경제가 더 많은 직업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사라지는 일자리가 더 많을 것이다. 반면 생활이 효율화돼 경비는 줄어들 수 있다. 공유 경제가 그 대표적 예다. 하지만 비용이 절감되어 가처분 소득이 늘어난 만큼 사람들이 더 소비할 것인가. 아마 반대로 저축을 늘릴 것이다. 이 경우도 자산 가격 거품이 커지는 결과만 초래한다.

글로벌 자금 亞 이동, ‘코로나 착시’일 수도

새해 글로벌 펀드매니저들 가운데 주식을 당장 팔라는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들도 이런 자산 가격 거품 시나리오를 이미 학습했을 것이다. 단, 소외됐던 신흥국 주식이나 전통 가치주를 선호하는 측과, 미국으로의 자금 회귀를 예상하며 기술주의 구조적 상승을 믿는 쪽이 대립하고 있다. 그런데 전자 쪽으로 무게가 기우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한국 증시는 희망적이다. JP모건도 새해 한국 주가가 15%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주식시장을 전망케 하는 징후들

최근 세계적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의 창업자 레이 달리오는 중국이 런던, 뉴욕에 이어 금융의 중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2020년이 미국 자금이 중국으로 넘어오는 분수령이 된 것으로 언급했다. 과거 모건스탠리에서 아시아 헤드를 지냈던 스티븐 로치도 더 이상 미국이 해외 자금을 끌어들일 매력을 갖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과연 지난 10년간 미국으로의 자금 쏠림이 아시아로 방향을 트는 것일까? 그렇다면 우리에게도 희소식이다. 지난해 중국으로 1조위안(약 170조원)가량 해외 자금이 유입됐다.

그러나 코로나 쇼크로 인한 착시일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 미국 국채 금리는 바이러스 충격 때문에 ‘제로(0)’ 수준까지 하락했었다. 미국 국채에서 주요국 대비 높은 금리를 안정적으로 얻었던 채권·펀드 매니저들은 견디기 어려웠다. 그러던 중 코로나 쇼크에서 중국이 먼저 빠져나왔고, 인민은행이 높은 금리로 유혹하자 글로벌 자금들이 미국을 이탈하여 중국으로 흘러들었다.

그렇다면 미국이 코로나 쇼크 이후에도 낮은 금리를 유지할까? 다시 말해서 미국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견딜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산업구조를 잃어버린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고 봐야 한다. 이미 미국 금리는 반등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중국이 조금씩 패권을 나눠 가질 수도 있지만, 그 속도는 의심해 봐야 한다. 중국은 알리바바를 직접 규제할 만큼 아직 계획경제다.

특히 시중에 넘쳐나는 투자 자금은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따라다닌다. 당장의 실망스러운 기업 실적으로는 돈을 끌어들이기 어렵지만, 오히려 미래의 희망을 이야기하면 투자자들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달려든다. 결국 자산 가격 거품도 미래에 대한 기대가 만든다. 인공지능, 바이오 등 차세대 핵심 기술은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코로나 쇼크 때문에 지나치게 소외됐던 전통 제조업 주가가 잠깐 반등할 수는 있지만 ‘추락하는 것에도 날개가 있을 뿐’이다.

‘자산 가격 거품’, 언제 끝날까

한편 올 하반기 코로나 쇼크가 진정될수록 오히려 증시의 조정 가능성이 있다. 2021년 미국 정부가 재정지출을 위해 발행해야 하는 국채 가운데 중앙은행(Fed)의 매수 부분을 제외해도 1조8000억달러 규모의 장기 국채를 시중에 팔아야 한다. 소화되기 쉽지 않다. 특히 미국 국채 유통 물량 가운데 외국인 보유 비율이 35%까지 떨어져 있어, 자칫 미국 국채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더 사는 것도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미국 정부가 국채의 시중 소화를 돕기 위해 금리 인상을 유도할 수도 있다. 채권 매수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시중 유동성이 일시적으로 위축될 수 있으므로 증시에는 나쁜 소식이다. 매수 일변도의 증시에서 가격 조정 폭을 키울 수 있다.

이런 변동성은 있겠지만, 인구 구조에 따른 자산가격 거품 형성 과정은 아직 진행 중이다. 그렇다면 언제 끝날까? 가격 거품이 커질수록 당장 사람들은 자신이 부자가 된 줄로 착각하지만 더 커다란 저축의 부담만 돌아오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자산을 갖지 못한 사람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런 부(富)의 불균형으로 인해 분노는 달아오른다.

당장은 정치인들이 주가 거품에도 불구하고 공매도 금지를 유지하며 주가를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우려 한다. 그것이 환상임을 국민들이 깨달아 갈수록 정부도 기형적인 금융자산 인플레를 끊고 세율을 다시 검토할 것이다. 점차 투자 이익 관련 세금이 늘며 증시도 매력을 잃을 수 있다. 단, 그 시기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변화를 보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정책이 급변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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