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직필]바이든의 중국 전략은 성공할까

송기호 변호사 입력 2021. 1. 2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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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화웨이가 2009년부터 5세대(5G) 통신기술에 투자하지 않았다면, 그래서 기술혁명 주도자가 되지 않았다면 트럼프는 이 중국 회사를 쳐다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20일 취임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또한 2007년 미 상원 외교위원장으로서 중국의 부상을 칭찬하던 때의 바이든이 아니다. 그는 통신기술의 주도권을 중국에 뺏길 실제적이며 중대한 위험에 직면한 미국의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어떻게 중국을 다룰 것인가? 국제적 규칙에 근거하고 동맹국들과 함께 중국을 바꾼다는 그의 전략은 성공할까?

송기호 변호사

바이든은 화웨이와의 기술 협력을 계속 금지하고, 미국 퀄컴사나 대만 TSMC사의 첨단 칩 공급을 계속 막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을 포함하여 어떤 국가도 세계의 기술을 완결적으로 지배할 수 없다. 만일 중국과 미국이 기술 분야에서 서로 완전히 분리된다면 두 나라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 큰 손해가 될 것이다.

바이든이 처한 딜레마는 그가 국제적 규칙을 강조하면 할수록 그 규칙이 중국뿐 아니라 미국도 제약한다는 점이다. 트럼프가 노골적으로 국제법을 위반한 이유이다. 바이든은 외국산 철강이 미국 안보를 위협한다며 매겼던 트럼프의 관세 폭탄을 손에 든 채, 규칙에 근거한 기술 교역을 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지 모른다. 그리고 바이든이 중국에 따라잡히지 않기 위해 미국 제조업의 재부흥을 추진하면 할수록 그에게 필요한 미국 동맹국들의 표정은 어두워질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미국을 한국의 ‘경제영토’로 만들 것이라던 이명박 정부의 홍보가 그 한 예이다. 바이든은 더 많은 미국법에 ‘바이 아메리카’ 조항을 두어 미국 정부의 관급 공사나 물품 구매 입찰에 동맹국 기업의 참여를 막을 것이다. 그러면서 막상 동맹국들에 협력을 구해야 하는 모순에 빠질 수 있다.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국의 외교통상 전략은 전략적 자주성을 확보하여 미국과 중국을 가까이 잇는 것이다. 협력 공간을 만들고 미국과 중국 두 나라의 긍정적 변화를 촉진하는 작업이다. 미국 편에 서서 반사이익을 누리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해롭다.

미·중관계가 화웨이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미국과 중국의 국가 핵심 이익이 충돌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그것이 반드시 파국일 필요는 없다. 트럼프 재임 기간에도 미국이 중국에 투자한 직접 투자액은 증가했다. 미국 통계기관인 스태티스타 자료에 의하면 2017년 1075억달러였던 투자는 2019년에는 1162억달러에 이르렀다. 2020년 상반기에도 미국의 중국 투자 증가 추세는 멈추지 않았다.

한국은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두 나라가 서로 협력하도록 촉진할 수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작년 9월 유엔총회에서 중국이 2030년 전까지 탄소 배출량의 정점을 찍고, 2060년 전까지는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했다. 탄소 중립이란 탄소를 배출한 양만큼 친환경적 흡수 체계를 갖추어 결국 탄소 순배출을 제로로 만드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이 배출한 탄소를 합한 것보다도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나라인 중국으로선 매우 벅찬 도전이다. 바이든 대통령도 트럼프가 21%까지 내렸던 법인세율을 28%로 인상하여 재원을 마련, 재생에너지 기반 경제를 발전시키겠다고 공약했다. 그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환경 정의를 위한 역사적 투자’를 공언했다. 기후위기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중대한 협력 공간이다. 한국은 탄소 중립을 선도하면서 탄소 배출권 시장의 국제적 규칙 정립에서 미국과 중국을 더 밀접하게 연결할 수 있다.

한국의 역할은 경제적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법치국가 전략이다. 이 칼럼에서 여러 차례 썼듯이 한국은 아시아 법치 모범국가로서의 국가 정체성을 세워야 한다. 아시아에서 가장 정의로운 나라, 인권의 모범국이어야 한다. 중국이 경제 성장을 통하여 도달하려고 하는 사회가 어떤 사회인지를 중국 인민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법치의 틀 안에서,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책임성 있는 역할을 하는 것이 중국에도 유익하다. 이는 미국에도 해당하는 과제이다.

코로나19 대확산 상황에서 한국은 충분한 잠재력을 보여주었다.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을 맞는 지금 한국에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감이다. 그 출발은 전략적 자주성이다. 국군 주요 전투부대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환수하는 것이다. 국제관계에서 자율적 주체로서 역할을 할 조건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재임은 1년4개월이 겹친다. 이 기간이 중요하다. 이 기간에 국군 작전통제권을 환수해야 한다. 바이든 취임 때만큼 한국의 역할이 중요한 때가 없다.

송기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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