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담요양병원 지정된 일부 병원.. "통보조차 못받았다"

이준우 기자 2021. 1. 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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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 11곳 중 4곳이 운영.. "의료진 탈진, 더 감당하기 힘든 상황"

“코로나 전담 병원 지정은 침몰하는 배에 폭탄 떨어트리는 것” “엄동설한에 마땅히 갈 곳도 없고 받아주지도 않는다”….

코로나 전담 병원으로 지정된 요양병원 의료진과 환자, 그리고 가족 사이에서 터져 나오는 불만의 목소리들이다. 정부는 작년 말 요양병원 내 코로나 집단감염 대책으로 ‘전담 요양병원’을 지정하기로 하고 현재 11곳을 지정했고, 4곳이 운영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정된 11곳 중 일부에선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난색을 표하고 있다. 요양병원은 작년 12월 이후 이달 18일까지 코로나 사망자 738명 중 231명(31%)의 감염 경로로 지목됐는데, 그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전담 병원으로 지정되면서 탈진한 의료진이 떠나고, 환자들은 새로 받아줄 곳을 찾지 못해 혼란에 빠져 있다.

◇“간병인 모두 떠나고, 의료진은 사표”

코로나 전담 요양병원으로 지정된 곳들은 극도의 혼란에 빠져 있다. 서울 구로구 미소들요양병원 관계자는 “우리 병원은 한 달 넘도록 코호트(동일 집단) 격리되면서 100명 넘던 간병인이 모두 빠져나갔다”며 “30여 명 남은 의료진이 50명 넘는 환자의 돌봄 업무까지 모두 떠안게 돼 체력적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병원 의료진은 “감염 우려 때문에 한 달간 가족들과 만나지 못한 채 환자를 돌보고 있다”며 “전담 병원이 되면 남은 의료 인력 대부분이 병원을 관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또 다른 요양병원 간호사는 “코호트 격리 때도 감염되는 의료진이 속출했었는데, 전담 요양병원으로 지정하는 것은 ‘너희들은 감염돼도 상관없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 지정 코로나 전담요양병원

전담 병원으로 전환을 마친 요양병원도 혼란을 겪긴 마찬가지다. 18일 운영을 시작한 한 전담 요양병원은 기존 의료 인력 60명 중 38명이 지정에 반발해 집단 사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긴급 의료 인력을 지원하고 있지만 병원들이 요구하는 수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지난달 14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전담 병원으로 지정된 병원들이 요청한 의료 인력은 381명인 데 반해 실제로 파견된 인력은 절반 수준인 205명에 그쳤다.

당장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하는 기존 환자와 가족들도 크게 반발하고 있다. ‘엄동설한에 마땅히 갈 만한 곳도 없을뿐더러 다른 병원에서도 감염을 우려해 받아주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어머니가 뇌출혈로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전담 병원 지정 소식을 듣고 너무 충격을 받아 암담한 마음뿐”이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지정 사실 통보도 없어 시작부터 혼선

본지 취재 결과 일부 병원은 전담 병원으로 지정된 사실조차 제대로 통보받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서울시의 경우 전담 요양병원으로 지정된 곳은 미소들요양병원과 강남구 행복요양병원·느루요양병원 등 3곳이지만 스스로 지정을 신청한 느루요양병원 1곳만 현재 전환이 제대로 진행 중이다.

특히 서울시는 이 병원들에 지정 사실조차 제대로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소들요양병원이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것은 지난 5일이었지만 병원 측이 이를 알게 된 것은 열흘이 지난 15일이었다. 병원 관계자는 “주변 지인들이 ‘너희 병원이 지정됐다더라’고 알려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15일 서울시를 우리가 먼저 찾아갔다. 그제야 ‘지정될 것 같으니 협조해달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지난 8일 지정된 행복요양병원도 마찬가지다. 이 병원 관계자는 “지난해 말 서울시 관계자가 병원을 찾아 ‘지정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 적은 있지만 그뿐이었다. 8일 이후 서울시와는 어떠한 교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해당 병원과 협의 과정을 거쳐 전환을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정에 반발하는 민원이 많아 요양병원 측과 협의를 진행해 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지자체 추천을 받아 지정한 것”이라고 했다. 중수본은 19일 전담 병원으로 지정된 요양병원들에 대해 “협조에 큰 문제가 없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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