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치, 얼마나 아시나요

조성주 2021. 1. 20.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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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일본에서 진보적인 청년 노동운동을 하는 이들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나를 비롯해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갖는, '자민당은 보수, 나아가 극우다. 그들을 지지하는 일본 시민도 그러하다'는 무의식적인 전제는 한국이라는 지정학적 위치, 한·일 관계라는 특수한 역사적 맥락에서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역설적이게도 한국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역사 문제, 외교안보 문제를 중심으로 일본 정치인을 설명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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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일본에서 진보적인 청년 노동운동을 하는 이들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들에게 다수의 한국 사람이 가지고 있는 ‘상식적인’ 질문을 던졌다. ‘왜 일본 청년들은 민주당, 공산당 등 야당이 아니라 자민당, 그리고 아베 총리에게 투표하는가?’ 나의 ‘상식적인’ 질문에 대한 그 청년의 답도 단순하고 상식적이었다. ‘아마도 기존 정당 중에서 자민당이 일본의 청년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나를 비롯해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갖는, ‘자민당은 보수, 나아가 극우다. 그들을 지지하는 일본 시민도 그러하다’는 무의식적인 전제는 한국이라는 지정학적 위치, 한·일 관계라는 특수한 역사적 맥락에서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다. 그러나 일본 시민들이 정당을 선택하고 정치인을 지지하는 배경에 한·일 관계, 역사문제 등이 주된 이슈가 아님은 명확하다. 실제 일본 자민당은 청년실업 등 노동문제에서 때로는 일본의 진보적 야당들보다 적극적이다. 그렇다면 일본 청년들이 자민당을 지지하는 이유도 납득할 수 있다.

〈일본의 내일〉은 사임한 아베 전 총리 이후 유력 일본 자민당 정치인 9명을 가치관과 주요 어젠다를 중심으로 소개한 책이다. 자민당 내에서의 영향력, 간략한 정치 경력 등도 알기 쉽게 정리되어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역설적이게도 한국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역사 문제, 외교안보 문제를 중심으로 일본 정치인을 설명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 책은 일본 독자를 대상으로 ‘일본 정치인’들의 말과 글을 통해 보는 그들의 지향을 설명하기 위해 쓰인 책이다. 그러므로 한국 사람이라면 가지고 있을 법한 무의식적인 ‘전제’가 깔려 있지 않다.

저자는 4분면의 구분 표에서 가로축을 ‘가치 문제’에 따라 자유주의와 권위주의로 나누고, 세로축을 ‘사회정책’으로 설정해 ‘사회안전망 강화’와 ‘위기의 개인화’로 나누어 정치인을 분류한다. 흥미롭게도 이런 분류에 따르면 아베 신조 전 총리, 스가 총리는 ‘권위주의자’에 ‘신자유주의자’로 분류되지만, 같은 자민당의 노다 세이코, 오부치 유코는 ‘자유주의자’ 성향이자 ‘복지 강화’ 지향으로 분류된다. 이런 분류는 한국의 독자로서는 생소할지 모르지만, 일본 시민들이 투표장에서 참고하는 기준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일본 정치에 대한 이런 분류에 좀 더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사실 국제 정치의 많은 행위들은 국내 정치의 필요성에 의해 기획되고 동원된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우리가 이웃 국가 일본을 제대로 분석하고 이해하는 것은, 우리 시각뿐 아니라 일본 시민들의 시각에서도 바라볼 수 있을 때 가능할 것이다.

조성주 (정치발전소 상임이사·서점 정치발전소 대표)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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