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에서 수면무호흡증 비밀 밝힐까

고재원 기자 ,이수훈 인턴기자 2021. 1. 20.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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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무호흡증은 자면서 호흡이 일시적으로 멈추는 증상이다.

사람과 호흡기 구조가 유사한 미니 돼지를 수면무호흡증 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제안이다.

성체의 몸무게가 일반 돼지의 4분의 1 수준인 유카탄 미니 돼지는 비만일 때 자연적으로 수면무호흡증을 보이는 동물이다.

비만 유카탄 미니 돼지가 수면무호흡 증상을 보였을 때 인두내 기도가 좁아졌고, 좁아진 기도에 흐르는 공기의 속도는 정상적인 기도를 통과할 때보다 속도가 빨랐지만 난류는 발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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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카탄 미니 돼지'는 200~300kg인 일반돼지를 다 자랐을 때 몸무게가 약 40~80kg 정도로 육종시킨 '미니 돼지' 종이다. 멕시코와 북미 계량종으로 인두 등 장기가 인간과 유사해서 실험에 사용된다. 미국미니피그협회 제공

수면무호흡증은 자면서 호흡이 일시적으로 멈추는 증상이다. 주로 비만인 사람에게서 발생하며 혈관 내 산소가 줄어들어 동맥경화나 뇌졸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수면 중 증상이 나타나 환자가 증상을 파악하기 힘들다.

과학자들은 선제적으로 수면무호흡증 환자를 파악하기 위해 쥐와 토끼 등 동물을 대상으로 기도 내 공기 흐름 등 발생 원인을 연구해왔다. 하지만 수면무호흡증을 일으키기 위해 일부러 살을 찌우거나 의도적으로 호흡을 방해해야 하는 한계가 존재했다.

리우지준 미국 워싱턴대 치과교정학과 교수 연구팀은 자연적으로 수면무호흡증을 보이는 돼지 품종인 '유카탄' 미니 돼지를 통해 수면무호흡 중 기도 속 공기의 흐름을 관찰하고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헬리욘' 19일자(현지시간)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사람과 호흡기 구조가 유사한 미니 돼지를 수면무호흡증 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제안이다.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수면 중 호흡이 일시적으로 멈추는 게 반복되며 수면 장애를 겪는다. 또 무호흡이 이어지면 혈관내 산소가 줄어드는 저산소증 등의 증상이 생기는데, 이런 증상은 혈관에 영향을 미쳐 동맥경화나 뇌졸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해 1월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국내 수면무호흡증 환자수는 2013년 2만 7019명에서 2019년 8만 3683명으로 늘어났다. 6년 사이 약 3배 증가한 것이다. 

수면무호흡증은 증상에 따라 코와 목구멍을 잇는 상기도가 막히는 폐쇄성, 뇌가 숨쉬기를 중단하는 중추성, 중추성으로 시작돼 폐쇄성으로 바뀌는 혼합성으로 나뉜다. 세 유형 중에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이 전체 환자의 약 9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폐쇄성 수면무호흡이 일어났을 때 기도가 물리적으로 막히는 과정은 알려져있지만 호흡기 내에 공기가 어떻게 흐르고, 어떤 특성을 보이는지는 연구가 부족하다. 쥐나 토끼 등 동물을 통해 수면무호흡을 연구하는 방법이 사용됐지만 일부러 살을 찌우거나 인공적으로 호흡을 방해해 수면 무호흡을 일으켜야 했다.

연구팀은 유카탄 미니 돼지에 주목했다. 성체의 몸무게가 일반 돼지의 4분의 1 수준인 유카탄 미니 돼지는 비만일 때 자연적으로 수면무호흡증을 보이는 동물이다. 또 인두나 혀의 크기, 모양 등이 인간과 유사해 사람의 폐쇄성 수면무호흡증과 가장 유사한 형태를 관찰할 수 있다.

실험 전 연구팀은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이 호흡기 내부의 비규칙적인 흐름인 ‘난류’ 때문에 일어난다는 가설을 세웠다. 호흡 도중 갑작스럽게 기도가 수축해서 좁아지면 좁아진 부근을 지나가는 공기의 속도가 빨라진다. 이 때 불규칙적인 난류가 발생하고 난류 때문에 공기가 흐르는 데 저항이 발생하게 된다. 난류의 저항이 공기의 흐름을 방해해 통과하는 공기의 양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A는 수면제로 재워져 자기공명영상(MRI) 기계에 들어간 유카탄 미니 돼지, B는 돼지의 MRI 단면 촬영 사진, C는 촬영 사진을 본따 비인두(붉은색)와 구인두(초록색)를 3차원 모델화한 모습을 보여준다. 워싱턴대 제공

연구팀은 68~71kg인 비만 유카탄 미니 돼지와 약 45~55kg인 정상체중 유카탄 미니 돼지를 수면제로 재운 뒤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촬영했다. 그 뒤 연구팀은 각 돼지의 호흡기 모양을 3차원 모형으로 만들어서 공기가 어떻게 흐르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연구팀의 가설은 틀린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 유카탄 미니 돼지가 수면무호흡 증상을 보였을 때 인두내 기도가 좁아졌고, 좁아진 기도에 흐르는 공기의 속도는 정상적인 기도를 통과할 때보다 속도가 빨랐지만 난류는 발생하지 않았다. 정상체중인 유카탄 미니 돼지는 수면무호흡증을 보이지 않았고 호흡 중 공기의 흐름에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자연적으로 수면무호흡증을 보이는 미니 돼지를 통해 자연적인 수면무호흡증 동물 실험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여전히 이 질환의 원인이나 더욱 연구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고재원 기자 ,이수훈 인턴기자 jawon1212@donga.com,so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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