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 땜질 대책으론 아이들 불행 못 막는다
아동보호시스템 허술 여전
학대치사 양형 턱없이 낮아
적극적·선제적 법 집행 필요
잘 아는 한 출판사 대표는 늦게 얻은 손녀 재롱을 보는 재미로 산다. 그런 그가 요즘 양부모가 지속해서 학대해 16개월 아기를 숨지게 한 ‘양천 아동학대 사건’(정인이 사건) 때문에 힘들다고 한다. 손녀와 다정한 시간을 보낼 때면 정인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다. 새벽마다 정인이를 위해 불공을 드리며 마음을 달랜다. 아내는 TV에 정인이 얘기가 나오면 “살이 떨린다”며 채널을 돌린다. 정인이가 안치된 경기도 양평 공원묘원에는 한파 속에서도 추모객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 “이렇게라도 와야 미안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얘기다. 정인이 사건이 새해 벽두부터 국민을 충격으로 몰아넣고 있다. 언론이 이 사건을 앞다퉈 보도한 몇 주간 양부모에 대한 분노와 허술한 학대 아동 보호시스템에 대한 탄식이 곳곳에서 들린다.
이참에 잔혹한 아동학대 양형도 손봐야 한다. 정신의학 권위자인 권준수 서울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죽음을 부른 아동학대자 양형이 지나치다 할 정도로 낮다. 잘못된 행위에 대한 합당한 페널티가 뒤따라야 인간은 그 행위에 경각심을 갖는다”며 “경찰도 아동학대가 살인행위라는 범죄로 여겼다면 여러 차례 신고를 대충 넘기지 않았을 것” 이라고 개탄했다. 검찰이 정인이 사건 첫 공판에서 양모의 혐의를 아동학대치사가 아니라 살인죄로 변경한 데는 들끓는 여론을 의식해서다. 향후 재판 과정을 지켜 볼 일이나 이번에는 중형으로 다스려 아동살해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장삼이사들이 정인이 사건에 격분하는 것은 양모 학대의 잔혹성과 함께 우리나라 아동을 보호하는 국가시스템이 이것밖에 되지 않느냐는 자괴감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인이 사건에 대해 “3차례 신고에도 불구하고 초기에 (양부모와 아이를) 분리하는 조치가 미흡했고 기초수사가 부실하게 진행되는 등 문제가 있었다”고 질책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그동안 수많은 정인이가 있었다. 그때마다 이런 일이 다시는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고 개탄했다. 정부는 뒷북 개탄에 그치지 말고 이번엔 제대로 손봐야 한다.
아동학대를 신고한 이웃 등에 대한 확실한 신변보장과 학대당한 아이를 부모와 분리할 경우 안전한 돌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과거에 학대 피해 아동을 부모와 분리했던 경찰이 부모에게 고소당하고 징계받는 사례도 있었다는 점을 살펴 공무원들이 아동 인권을 최우선에 두고 적극적·선제적으로 법을 집행할 여건 조성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우리 자신의 아동인권에 대한 인식과 인권감수성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박태해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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