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공매도' 차단책에 대한 개미들의 불신 해소가 먼저다 [코스피 3000, 개미의 시험대]

임아영·이윤주 기자 2021. 1. 19. 22: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공매도

[경향신문]

■공매도(short selling)

소유하지 않은 주식을 매도(무차입공매도)하거나 다른 투자자로부터 빌린 주식을 매도(차입공매도)하는 것. 특정 종목의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 해당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빌려 매도 주문을 내는 투자 전략으로, 주로 초단기 매매차익을 노리는 데 사용되는 기법이다. 다만 주식을 빌리지 않고 매도부터 하는 무차입공매도는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불법’이다.
‘공매도 금지’는 뜨거운 감자다. 오는 3월 금지조치 만료가 임박한 상황에서 ‘공매도 폐지’를 주장하는 개인투자자들에게 여권에서도 힘을 싣자, 금융위원회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는 입장을 19일 냈다.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의 미래를 볼 때 폐지만이 답은 아니라면서도, 개인투자자들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투명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 공매도 하면 주가 떨어지나

개인들 주가 악영향 우려 ‘폐지’ 요구에 3월16일 재개도 불투명
거래 활력·거품 완화 순기능 강조 전문가들 “폭락 우려는 기우”
과거 불법 만연, 처벌 강화했지만 전산화 안 돼 적발 쉽지 않아

금융당국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주가가 급락하자 지난해 3월부터 6개월간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시켰고 지난해 9월 추가로 6개월 연장했다.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가 자본력과 정보력에서 우위인 기관투자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유리한 제도라 비판해왔다. 지난해 3월 공매도 거래대금 규모를 보면 기관은 4500억원, 외국인은 5340억원이지만 개인은 70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공매도 시장은 기관·외국인 중심이다.

그럼에도 공매도가 있는 이유는 거품을 완화하고 주식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순기능 때문이다. 투자자가 기업의 부정적 정보를 예측할 수도 있다. 임현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부연구위원이 2009~2014년 6년간 코스피에 상장된 제조업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전년도 공매도 잔량 비율이 증가하면 주가 급락 위험도 유의한 수준에서 증가했다. 공매도가 많은 주식은 부정적 요인이 있는 종목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공매도 재개로 주가가 폭락할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라고 설명한다. 2008년 금융위기, 2011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 공매도 재개 사례를 보면 시장 상황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였다. 2009년 공매도 재개 후에는 거래대금 대비 공매도 거래 비율이 오히려 하락했고 2011년에는 공매도 거래 비율이 소폭 상승했다. ‘공매도 재개=공매도 증가’는 아니라는 것이다. 대형주는 공매도 재개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망된다. 한 증권업계 전문가는 “과거 공매도를 재개했을 때 대형주는 오히려 수익률이 상승했는데, 대형주보다는 현물과 선물 가격이 벌어진 중소형주가 더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다만 지수가 많이 올라서 공매도 재개 이후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예상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공매도는 자산시장 불안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공매도’가 금지된 상황에서 자산가격 ‘상승’을 확신하는 사람들이 ‘빚투’(빚내서 투자)까지 하면 시장이 과열된다. ‘하락’할 것으로 보는 투자자들의 의견이 희석되는 것이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참여할 수 없으면 주가가 올라가더라도 불안하게 오른다. 반대로 끄는 세력도 있어야 탄탄하게 오르는 것”이라며 “공매도 금지가 결과적으로는 시장불안으로 이어져 개인투자자들에게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에 또다시 공매도 금지를 연장할 경우 공매도는 “영원히 금지돼야 할 나쁜 제도로 낙인찍힐 우려도 있다”고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말했다. ‘글로벌 스탠더드’와도 멀어진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공매도를 금지한 국가는 한국과 인도네시아뿐이다. 글로벌 지수 산출기관 평가에 공매도 허용 정도가 포함되기 때문에 공매도 없이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금융권에서는 한국 증시가 한 단계 도약하려면 MSCI 지수 편입이 관건이라고 본다.

■ 문제는 ‘불신 해소’

문제는 ‘불법 공매도’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불신이다. 무차입 공매도는 불법이지만, 차입한다며 공매도한 뒤 실제론 차입하지 않는 경우 적발이 어렵다. 금융당국은 이에 따라 불법 공매도에 대해 주문금액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징역 1년 이상의 형사처벌을 도입했다. 그러나 회의론도 적지 않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은 “미국 등 선진국의 처벌기준은 징역 최대 20년, 부당이득의 10배 정도”라며 “불법 공매도를 해서 낼 수 있는 이익은 큰데 주문금액이 과징금의 기준이라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공매도 전산화가 안 되고 있는 것도 불신의 원인이다. 공매도 거래내역을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안 등이 제안돼 왔지만 금융당국은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현실적으로 차입 공매도의 예외사항을 전부 전산화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개인투자자들의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투명성은 필요하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권 거래를 위해 배타적 라이선스를 갖고 있는 증권사들이 거래를 공정하게 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책무”라며 “개인투자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투명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국은 차선책으로 공매도 이후 차입을 했는지 알 수 있는 불법 공매도 적발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거래소와 증권사에 모니터링 시스템을 이중으로 만들어 3분기에 도입한다.

전문가들은 이제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개선안 중 무엇이 부족한지 실질적으로 논의할 때라고 제언했다. 하준경 교수는 “제도 개선안이 부족하다고 하면 3월 전까지 시간이 있으니 보완책을 논의하는 게 생산적”이라며 “모든 참가자들이 생각이 같지 않은데 자본시장 룰이 왔다 갔다 한다면 신뢰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시리즈 끝>

임아영·이윤주 기자 layknt@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