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조여 '금융 불안' 사전 차단
[경향신문]
매달 갚아야 할 원리금 부담 커져…고액 신용대출 수요 줄 듯
모든 차주 ‘DSR 40%’ 일괄 적용…소득 적은 청년층엔 탄력적
금융위원회가 19일 고액 신용대출에 원금 분할상환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나선 이유는 가파르게 증가하는 가계대출이 금융안정과 경제 전체를 짓누르는 위험 요인으로 커지고 있어서다. 지난 한 해 100조원 증가한 가계대출은 올해 들어서만도 2조원 가까이 폭증했다.
원금 분할상환이 의무화되면 매달 갚아야 할 원리금 부담이 커지는 만큼 고액 신용대출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 예컨대 1억원을 연 3% 금리에 5년 만기로 신용대출을 받을 경우 지금은 매달 이자로 25만원을 내고 원금 1억원은 5년 뒤에 갚으면 된다. 반면 원금을 분할상환하는 경우에는 5년간 이자를 포함해 매달 약 180만원을 상환해야 한다. 금융위는 이자만 내다 만기에 한번에 원금을 갚는 방식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금융사별로 관리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금융차주 단위별 상환능력 심사로 전환된다. DSR은 모든 가계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현재는 금융회사별 평균치만 맞추면 되기 때문에 차주에 따라서는 ‘DSR 40%’를 넘겨도 문제가 없지만, 앞으로는 모든 차주에 대해 ‘DSR 40%’를 일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청년들의 현재 소득이 적다는 점을 고려해 기존의 DSR을 융통성 있게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금융위는 1분기 중 ‘가계부채 선진화 관리 방안’에 세부 내용을 담을 계획이다.
다만 이 같은 규제 시행을 앞두고 대출 ‘막차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융위는 현재 8%대인 가계신용 증가율을 앞으로 2∼3년 안에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전인 2019년 수준(4∼5%)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청년, 신혼부부, 생애최초구입자를 위해 ‘최장 40년 모기지’도 이날 발표된 금융위의 새해 업무계획의 주요 내용이다. 모기지는 구매할 주택을 담보로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받아 집을 산 뒤 정해진 기간에 대출금을 상환하면 완전히 소유권을 넘겨받는 제도다. 은성수 위원장은 “올해 당장 40년짜리 모기지를 낸다고 자신할 수는 없지만 시범사업이라도 하겠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현재 30년짜리 정책모기지에 비해 대출기간이 10년 늘어날 경우 이자총액도 늘어나지만,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도 늘어나고 월 상환액 부담은 줄어들 것으로 본다. 주택 실수요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요가 몰릴 경우 집값 상승의 또 다른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직업 안정성이 떨어지는 청년층에 대해 수십 년에 걸친 장기 상환능력을 어떻게 평가할지도 과제다.
금융위는 이외에도 청년 전·월세 대출을 확대 공급하고 ‘비과세 적금’ 효과가 있는 분할상환 전세대출 활성화도 추진할 방침이다.
장기화된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중소기업·청년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계속된다. 오는 3월 말에 끝나는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 원금상환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 프로그램’은 다시 연장된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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