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신도시 2곳 "출퇴근길은 짜증길"
[경향신문]
“아파트만 짓고 교통은 뒷전”
시내 연결 송천대로가 유일
건지산로 건설, 중도에 스톱
“출퇴근길이 짜증길이 된 지 오래예요. 아파트는 늘어나고 자동차도 급증하는데 간선도로망은 수십년째 그대로이니 대책이 없지요.”
폭설이 내린 지난 18일 오전 8시, 전북 전주시 덕진구 도립국악원 앞 송천대로에서 녹색 신호를 기다리고 있던 조경일씨(52)가 말했다. 이날 새벽부터 눈이 내려 자가용을 두고 대중교통으로 출근한 시민들이 많았는데도 도로엔 차량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신호를 세 번 만에 받은 조씨는 “전주시내 신도시인 혁신도시 쪽과 에코시티 쪽은 출퇴근 시간대 거북이 운행이 만성화됐다”며 “교통수요를 고려하지 않고 아파트만 짓는 식의 안일한 시각이 초래한 결과”라고 말했다.
입주가 거의 완료된 ‘에코시티’는 1만8000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선 북부권 신도시다. 정주인구만 3만6000여명에 달해 어지간한 동 인구를 웃돈다. 관할인 송천1동 인구는 6만명을 넘었고, 인근 송천2동까지 합치면 9만여명에 이른다.
이곳에 거주하는 시민들이 시내에 들어가기 위해 이용하는 유일한 간선도로가 왕복 4차선인 송천대로다. 인근 시영아파트 쪽에서 나오는 지선도로가 송천대로에서 합쳐져 병목현상을 빚기 일쑤다.
시영아파트 쪽도 극심한 병목
“과학로 미확장 구간 완공을”
전주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부권과 시내 중심부를 연결하는 2.2㎞ 길이의 건지산로 개설 계획을 세운 바 있다. 이 도로를 뚫어 송천대로에 쏠리는 교통량을 대거 분산시킨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건지산로는 전주소리문화의전당 앞까지만 개설해 놓고 2017년 계획 자체가 폐지돼 버렸다. 개설되지 않고 폐지된 도로는 야산을 관통하는 1.1㎞에 불과했다.
에코시티에 거주하는 김지유씨(56)는 “고층 아파트에서 바라보면 북부권 중심을 시내와 연결시키는 건지산로 개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면서 “이 도로는 소리문화의전당 입구에서 단절된 채 기능을 못하고 있는데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북부권에서 시내 반대 방향인 전주3공단으로 출퇴근하는 현대차 직원 등 직장인들의 불만도 거세다. 이들은 송천대로에서 연결되는 과학로를 타고 3공단으로 나가야 하지만 이 도로 역시 만성 체증에 시달리고 있다.
옛 송천역부터 에코시티 앞 전미119안전센터까지는 왕복 6차선이지만 갑자기 4차선으로 줄어들면서 극심한 병목현상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3공단으로 출퇴근하는 홍민수씨(48)는 “출퇴근 시간이면 직장인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과학로 체증이 불만 1순위일 것”이라면서 “확장되지 않은 구간이 길지 않은 만큼 사업 우선순위를 조정해서라도 완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주시 관계자는 “송천동 천마지구 개발사업이 진행되면 이 일대 교통대책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게 될 것으로 안다”며 “과학로 확장은 정치권 협조로 국가 예산을 받아 용지 매입을 서두르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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