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해 시동 꺼진 차 조작, 뒤차 '쿵'..대법 "운전 상태 아니라 처벌 불가"
[경향신문]
엔진이 꺼진 자동차를 조작해 움직이는 행위는 운전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이 자동차가 저절로 뒤로 움직여 다른 사람을 다치게 했더라도 위험운전 치상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술에 취한 채 제동장치를 조작하다 차량이 움직여 교통사고를 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위험운전 치상과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씨 상고심에서 위험운전 치상 혐의는 무죄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비탈길에서 만취 상태로 차량을 조작하다 차량이 뒤로 굴러가 정차해 있던 택시와 부딪혀 택시기사를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 차량은 브레이크를 밟으면 엔진이 멈추고 떼면 시동이 걸리는 ‘스톱앤드고’ 기능이 장착돼 있었다. 당시 A씨는 지인에게 운전대를 맡겼지만 지인이 스톱앤드고 기능에 미숙해 시동을 걸지 못하자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A씨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다 떼며 시동을 걸려고 했지만 오히려 차량이 후진하다가 택시와 부딪혔다.
1심은 A씨가 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조작했기 때문에 운전한 것으로 판단, 음주운전과 위험운전 치상 혐의를 모두 인정해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2심은 차량 시동이 꺼진 상태인 점, 변속레버를 후진 기어에 놓지 않은 점 등을 보면 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위험운전 치상 혐의를 무죄로 판단해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자동차의 ‘본래의 사용방법’이란 엔진 시동을 걸고 발진조작을 해야 한다는 판례를 근거로 A씨가 운전 중인 상태가 아니었다고 봤다. 대법원은 “A씨가 차를 운전하려는 의도로 브레이크를 조작해 차가 뒤로 움직였다고 해도 시동이 켜지지 않은 상태였던 이상 차를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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