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50대 노동자 사망..영하 10도에 '핫팩' 하나로 버텼다

이유민 2021. 1. 19.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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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며칠 전 경기도의 한 쿠팡 물류센터에서 50대 여성 노동자가 쓰러진 뒤 숨졌습니다.

한파가 닥친 날 난방도 안 되는 공간에서 밤샘 근무를 한 뒤였는데요,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 대부분은, 핫팩이라고 하는 손난로에 의지해 추위를 견디고 있었습니다.

이유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1일 새벽, 쿠팡 물류센터에서 밤을 새운 최경애 씨가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습니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그날 결국 숨지고 만 최 씨.

사인은 심근경색이었는데, 이곳에서 상품을 정리하는 아르바이트를 한지 여섯 번째 되는 날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이○○/故 최경애 씨 아들 : "지병이나 그런 건 없었던 거로 알고 있거든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고..."]

최 씨가 쓰러진 날 물류센터 일대는 기록적인 한파에 밤사이 최저 기온이 영하 10도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작업장에는 난방 장치가 전혀 없었습니다.

[최○○/故 최경애 씨 언니 : "(바깥 온도랑) 똑같으니까 두꺼운 점퍼 그대로 입고 그 옷차림으로 일하니까... 마음이 아프죠. 같이 가서 저만 살았으니까."]

난방이 되지 않는 물류센터에서 밤새 노동자들은 어떻게 버티는 걸까.

숨진 최 씨가 일했던 물류센터 앞입니다.

저렇게 문도 열려 있고 난방도 나오지 않지만 노동자들은 이 핫팩에 의존해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최 씨가 숨진 뒤 그나마 하루 한 개였던 핫팩이 두 개로 늘어났습니다.

[물류센터 야간 노동자/음성변조 : "그분 돌아가시고 나서 관리자들이 (핫팩을) 두 개씩 지급해주신다고 하더라고요. 본인이 입고 온 패딩이랑 핫팩 두 개로 버티는 거죠."]

쿠팡 측은 물류센터 특성상 냉난방 설비가 불가능하다며, 대신 휴게실과 화장실에 난방시설을 설치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선 별 효과를 못 느끼고 있습니다.

[물류센터 주간 근무자/음성변조 : "귀가 시릴 정도예요. (휴게실은 좀 따뜻한가요?) 휴게실 개념이 없고 로비에 간이 의자 같은 거 배치해서..."]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가 보온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유족 측과 노조는 사측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한편, 고용노동부에 항의 서한을 보냈습니다.

KBS 뉴스 이유민입니다.

촬영기자:박세준/영상편집:양의정

이유민 기자 (reas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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