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표 이민법'에 들뜬 이민자들..당장 국경 문은 안 열릴 듯

이윤정 기자 2021. 1. 19.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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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날 발표 예정에..과테말라 진압에도 북상 루트 모색 중
바이든 "당장 국경 넘어도 혜택 못 받아" 고국 머물 것 요청

[경향신문]

가난과 폭력을 피해 미국으로 향한 중미 이민자 수천명의 발걸음이 과테말라에서 멈춰 섰다. 이들은 조 바이든 차기 미 행정부의 관대한 이민법을 기대하며 1600㎞에 달하는 긴 여정에 나섰으나 과테말라 군경의 ‘철벽방어’에 막혔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는 취임 첫날인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정책을 되돌리는 ‘새 이민법’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당장 중미 이민자들에게 국경 문을 열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미 공영라디오방송(NPR)에 따르면, 과테말라 경찰과 군인은 남동쪽 온두라스와의 국경 부근 고속도로에 있던 7000명 이상의 이민자들을 최루탄과 몽둥이로 강제 해산시켰다. 총탄 발포 위협까지 하는 등 강경 진압 과정에서 부상자도 속출했다. 이민자 중 일부는 과테말라 당국이 제공한 버스에 올라 온두라스 국경으로 되돌아갔다. 일부 이민자들은 온두라스로 돌아가는 것을 거부하고 인근 마을에 머물며 다른 북상 루트를 모색 중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하지만 ‘1차 관문’인 과테말라 국경 경비를 뚫더라도 멕시코 국가경비대의 삼엄한 경비를 마주해야 한다.

이들은 지난 15일 온두라스 산페드로술라에 모여 출발한 올해 첫 ‘캐러밴’이다. 캐러밴은 무리지어 이동하며 교역을 하던 상인들을 뜻하는 ‘카라반’에서 유래한 용어로, 최근에는 미국으로 밀입국하려는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난민 행렬을 가리킨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캐러밴이 미국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면서 멕시코 국경으로 밀입국한 중남미 출신 이주민의 망명 신청을 인정하지 않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하지만 바이든 당선자가 “공정하고 인간적인 이민제도”를 약속하자 미국 국경이 다시 열리기를 기대하는 캐러밴 행렬이 불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바이든 당선자는 취임하자마자 새 이민법 행정명령을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새 이민법은 미등록 이주민이 합법적으로 시민권을 취득하는 길을 열어주고, 국경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며, 불법이민의 근본 원인 해결에 나서는 등 세 가지 중심 축으로 이뤄진다.

특히 이미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불법이민자들은 5년 동안 세금 납부 등 특정 요건을 충족하면 영주권을 발급받을 수 있게 된다. ‘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DACA)’ 프로그램이 되살아나고, 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 박사 과정 졸업생들의 비자도 연장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했던 미국·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은 중단되지만, 입출국 과정의 보안조치를 강화하기 위해 신기술을 개발하고 관련 시설도 확충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캐러밴 행렬에 당장 국경 문을 열어줄 가능성은 낮다. 바이든 행정부는 불법이민이 발생하는 근본적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면서 캐러밴을 향해 고국에 머물 것을 요청했다.

바이든 인수위 한 관계자는 WP에 “중미 나라들의 사회·경제적 불안 때문에 불법이민자가 늘어나는 것”이라면서 “새 행정부는 근본적인 문제를 먼저 들여다볼 것이기 때문에 당장 미국 국경을 넘어도 새 이민법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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