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스루 진료소·재난기본소득..'지자체의 힘' 한몫

강현석·경태영·백경열·허남설 기자 2021. 1. 19.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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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성 높인 방안 잇달아

[경향신문]

캠핑장을 임시 생활치료센터로 지난 4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캠핑장에 코로나19 임시 생활치료센터로 활용되고 있는 캐러밴들이 보인다. 고양시는 이곳에 설치된 캐러밴 36대를 안심숙소로 운영해오다 이 중 30대를 지난해 12월30일부터 경증 환자 치료를 위한 임시 생활치료센터로 전환했다. 연합뉴스
생활치료센터·병상연대
착한 임대인 등 발상 빛나
실질적 재정분권은 과제로

지난해 2월 말 CNN과 NBC, AFP 등 세계 언론사 취재진이 경기 고양시 제1공영주차장을 찾았다. 이들이 주목한 것은 차에 탄 채 코로나19 검체를 채취하는 방식이었다.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차량에 탄 채로 음식을 주문하는 ‘드라이브스루’에서 창안한 이 방식은 전국의 보건소와 병원 선별진료소에서 평균 30여분 걸렸던 검사 과정을 10분으로 단축시켰다.

칠곡경북대병원에서 시작된 ‘드라이브스루 진료소’는 고양시 등 여러 지자체가 도입했다. 이 방식은 미국과 유럽 등으로 확산돼 ‘K방역’의 대표사례로 꼽히고 있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1년이 됐다. 감염병의 유행은 ‘국가’의 의미와 함께 지방정부의 진가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자체는 정부보다 앞선 방역 정책 등으로 K방역을 이끌었다.

코로나19 확산 고비마다 지자체는 선제적이고 효율적인 방역 정책을 선보였다. 지난해 2월 대구에서는 신천지 교회 관련 대규모 집단감염으로 확진자가 2500명을 넘어섰다. 이 중 절반 가까이가 병상이 없어 집에서 대기하는 상황이 됐다. 사망자도 속출했다.

대구는 경증 환자들을 기업연수원 등에서 치료하는 ‘생활치료센터’를 처음으로 생각해냈다. 대구 확진자의 타 지역 이송에 어려움을 겪자 광주시는 “대구 환자를 광주에서 치료하겠다”며 ‘병상연대’를 선언, 지역 간 경계를 허물었다.

마스크 의무 착용(대구), 자가격리 해제 전 검사 의무화(광주), 공항 워크스루 선별진료소(제주) 등도 지자체에서 시작돼 정부의 방역 정책으로 채택되거나 전국으로 확산됐다. 서울시가 지난해 5월 이태원 클럽 관련 집단감염을 계기로 실시한 ‘선제검사’는 뒤늦게 그 효용이 재평가된 지자체 방역 사례로 꼽힌다. 선제검사는 ‘조용한 전파자’의 위험성을 일찍 경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부가 지난달 3차 대유행 국면을 맞아 무증상 확진자를 찾아내기 위해 운영 중인 수도권 임시선별검사소는 서울시 선제검사의 확장판으로 볼 수 있다.

‘재난기본소득’ 도입도 지자체가 주도했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논의하고 있던 지난해 3월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정부에 건의했다. 경북 울주군은 전 군민에게 1인당 1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전국에서 처음으로 지급했다. 경기도도 전 도민에게 1인당 10만원씩 지원했다. 정부는 결국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했다.

경기침체와 영업제한으로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들에게 임대료를 깎아주는 ‘착한 임대인운동’은 전북 전주시가 이끌었다. 지난해 2월 전주한옥마을 건물주 14명이 물꼬를 튼 이 운동은 지난해 전국에서 3만5000여개 점포가 임대료 인하 혜택을 받는 범국민운동으로 번졌다. 정부는 착한 임대인들의 소득세와 법인세를 감면하기로 했으며, 지자체들도 임대료를 낮춘 임대인들의 재산세를 감면했다. 착한 임대인운동은 세계지방정부연합(UCLG) 홈페이지에도 소개됐다.

박재희 한국지방행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방자치 정착과 축적된 경험을 기반으로 지방정부가 코로나19에 효과적으로 대응했다”면서 “자치분권의 효용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과제도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취약계층에 대한 지자체의 직접지원 확대가 필요하지만 안정적인 재원을 마련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지자체장은 세목을 신설할 권한이 없다. 2020년 기준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45.16%에 그친다.

정재진 경기 수원시 재정전문관은 “지자체 재정의 책임성을 확보하도록 실질적 재정분권 추진이 필요하다”면서 “정부의 지방교부세와 조정교부금 등 재정조정제도를 현실성 있게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현석·경태영·백경열·허남설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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