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전담병원 대구동산병원의 '상처뿐인 영광'
[경향신문]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은 국내 최초로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됐다. 지난해 2월 대구에서 코로나19 1차 대유행 당시 4개월가량 병원을 통째로 비워 확진자만 받았다. 동산병원 덕분에 대구시는 의료 시스템 붕괴 위기를 넘기는 전기를 마련했다. 당시 동산병원은 K방역의 성지, 방역 한류의 1번지로 국내외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동산병원은 전담병원 지정 11개월이 지난 19일 현재 ‘상처뿐인 영광’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전담병원 지정으로 일반환자를 받지 못해 100억원가량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부로부터 영업손실에 따른 보전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일반 환자 못 받아 100억 손실
정부 100% 보전은 아직 못해
시민들 이용 꺼리는 부작용도
대구에서는 지난해 2월18일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감염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당시 공공의료기관 병상은 대구의료원 25개, 경북대병원 7개 등 32개 병상에 불과했다. 미증유의 사태를 맞아 의료시스템 붕괴가 현실로 다가왔다.
다급해진 대구시는 동산병원에 긴급 지원요청을 했다. 병원 측은 기존 입원환자 136명을 설득해 전원시키거나 일부는 퇴원시켜 본관 병상 216개 전체를 통째로 비웠다.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구병동 등도 정비해서 전체 병상을 465개로 늘렸다.
당시 자체 의료진 300여명과 전국에서 파견된 의료진 등 모두 900여명이 투입됐다. 이들은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사투를 벌였다. 확진자 치료가 속도를 내고 신규 확진자도 줄어들면서 동산병원은 115일 만인 지난해 6월15일부터 정상 진료에 나설 수 있었다. 하지만 병원 피해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4개월 가까이 일반환자를 받지 못해 100억원가량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정부는 애초 전담병원 지정에 따른 영업손실 보전을 약속했다. 하지만 동산병원은 지금까지 70~80%밖에 영업손실금을 보전받지 못했다. 병원 측은 “정부가 영업손실을 나누어 지급해 주고 있는 만큼 언제가는 전액 보전이 이뤄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문제는 병원 이미지 실추에 따른 환자 격감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코로나 전담병원이라는 ‘낙인’이 찍혀 시민들이 이용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담병원 지정 이후 전체 병상 200개 중 평균 85개만 채워져 병상가동률이 43%로 떨어졌다. 코로나19 이전에는 가동률이 80%대를 유지했다. 외래환자도 종전보다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병원 측은 시민들이 코로나19 위기 극복은 높이 평가하면서도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장기 지정된 탓에 감염 우려 등으로 이용을 꺼리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동산병원은 지금까지 1660명의 확진자를 받아 1484명을 퇴원시켰다. 아직도 구병동에는 확진자 59명이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서영성 병원장은 “정부가 전담병원 지정에 따른 영업손실은 물론 후유증으로 인한 경영난 등도 감안해 실질적인 지원을 해줘야 한다”면서 감염병 극복에 민간 병원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했다.
박태우 기자 tae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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