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 재난지원금' 등 파격적 정책..시중에 풀린 대규모 유동성은 '뇌관'
[경향신문]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위기에 정부는 국민을 직접 지원하는 ‘큰 정부’로 변모했고, 중앙은행은 기업들에 직접 자금을 조달했다. 파격적인 정책으로 위기 확산은 막았지만, 코로나19 이후 시중에 풀린 대규모 유동성은 경제의 또 다른 ‘뇌관’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해 5월 전 국민에게 지급된 ‘1차 긴급재난지원금’은 ‘기본소득’ 논의의 물꼬를 트는 계기였다. 전 국민에게 가구당 40만~100만원의 현금을 직접 지급하는 방식은 일부 계층에 한정적으로 지원됐던 기존 사회안전망을 뛰어넘는 파격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일자리 대란 속에 고용보험 가입자가 전체 취업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문제점이 드러난 데 따른 응급조치였다. 이에 기본소득을 새로운 복지의 틀로 도입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기본소득’ 논의 물꼬 트고
전 국민 ‘고용보험’ 도입 추진
신용 낮은 회사채·CP 매입
한은은 경제 위기 소방수로
이번 위기를 계기로 사각지대가 없는 전 국민 고용보험 도입도 추진됐다. 정부는 2025년까지 기존 임금근로자에 이어 예술인→특수고용노동자·플랫폼종사자→자영업자로 고용보험을 확대할 계획이다.
중앙은행은 경제위기 소방수로 나섰다. 지난해 기준금리를 두 차례에 걸쳐 연 0.75%포인트 인하하며 사상 최저치인 0.5%까지 낮췄다. 또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매입하기 위한 특수목적기구(SPV)도 가동했다. 기업들이 유동성 위기에 놓이자 직접 지원에 나선 것이다. 이전까지는 중앙은행이 손실 위험이 있는 특정 기업의 채권을 매입하는 것은 금기시됐다. 그간 독립성을 강조하던 한국은행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정부와 협력관계가 됐다.
이처럼 전통적인 재정·통화 정책을 뛰어넘는 시도들이 이어지면서 국가 부채도 크게 늘었다. 정부가 4차례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에 나서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6.2%포인트 상승했다. 현 추세라면 2022년에는 10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은 “여력이 있다면 부채를 추가로 늘리더라도 경제 성장을 더 견고하게 만드는 것이 중장기 부채 관리에는 더 좋은 출구전략”이라고 권고했다. 재정지출을 통해 급한 불을 끄고 재정긴축을 권고했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대조적이다. 경기가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재정지출을 줄이면 오히려 경기 침체기가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다만 대규모 유동성 공급 효과가 실물경제보다 자산시장에만 집중된다는 점은 부담이다. 통화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실물경제는 냉골인데, 주식과 부동산시장만 활황이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지난해 가계대출은 100조원 넘게 늘면서 증가 규모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물이 뒷받침되지 않고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가계 충격이 우려된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정부가 다양한 정책을 통해 위기가 확산되는 것을 막는 소방수 역할을 했다”며 “시장에서 자원 배분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코로나19 이후에도 정부의 역할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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