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4대강 보 해체, 방향만 정하고 다음 정부로 넘기겠다는 건가
[경향신문]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지난 18일 금강·영산강에 있는 5개 보 중에 세종보·죽산보는 해체, 공주보는 부분 해체, 백제보·승촌보는 상시 개방키로 의결했다.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4대강 보 처리 방안’을 마련토록 지시한 지 3년8개월 만에 3개 보의 해체가 처음 확정된 것이다. 국내 물관리 결정권을 갖고 있는 최고의결기구에서 이명박 정부 4대강사업의 실패를 공식 인정했다고 할 수 있다.
국가물관리위는 그러나 보 해체 시기는 특정하지 않고, 환경부가 지자체·지역주민과 협의해 결정토록 했다. 세종·죽산·공주보 해체는 2019년 2월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위가 제안하고 지난해 9월 금강·영산강 유역물관리위도 의결한 방안이다. 수질·수생태계·물이용 모니터링과 지역 의견수렴을 거쳐 총의를 모으는 절차는 끝내놓고 해체 시기 결정만 다시 늦춘 것이다. 문 대통령의 ‘4대강 재자연화’ 공약도 임기 내 첫 삽을 뜰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수문이 개방된 금강·영산강 보에서는 재자연화가 빠르게 진척되고 있다. 민관 조사에선 유속 증가로 수질이 개선되고 녹조현상을 일으키는 남조류가 줄어든 게 확인됐다. 지난해 2·7월 환경부의 금강·영산강 주민 조사에선 보 해체나 상시개방에 찬성하는 의견이 다섯 달 새 높아졌다. 흐르는 강을 다시 체험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국가물관리위 공동위원장)는 “(보 처리에서) 자연성 회복과 물 이용의 균형”을 주문했다. 견지할 원칙이긴 하지만 민관 조사에서 4대강의 재자연화 방향이 옳다는 객관적 자료도 충분히 쌓였다고 판단된다. 이런 속도로 가면 4대강이 다음 대선의 쟁점이 될 수도 있다. 기초조사도 착수하지 않은 한강·낙동강은 사실상 현 정부 내 보 해체가 불가능해졌다. 환경부는 보 해체 시기·로드맵 논의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 적어도 이미 확정된 3개 보는 올해 해체 작업이 시작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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