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밤 택배 170만개 분류현장, 사람은 없고 AI만 움직이더라

장상진 기자 2021. 1. 19.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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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언택트 소비 혁명] [上] 국내 최대 무인센터 'CJ 곤지암'
운용 인력은 관제실 20명이 전부, 도심 마트에선 AI가 '바로 배송'
생선회도 일주일 후 주문량 예측.. 제주 방어, 4시간이면 서울 집에
롤러코스터 같은 벨트 타고 쏟아지는 박스 - 지난 15일 밤 국내 최대 무인 물류센터인 CJ대한통운 메가허브 곤지암에서 AI 컨베이어벨트가 행선지별로 무인 자동 분류한 택배를 직원들이 트레일러에 싣고 있다. 이날 밤 이곳에선 택배 170만 상자가 트레일러 800대에 실려 수도권 각지로 떠났다. /이태경 기자

지난 15일 오후 7시 정각. 축구장 7배(1만5000평) 크기 거대한 창고 내부를 가득 채운 총 연장 42.6km 컨베이어 벨트가 굉음을 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롤러코스터처럼 굽이치고 때로 갈라지고 합쳐지는 벨트 위로 택배 박스들이 줄지어 올라왔다. 지하 하역장 트레일러 72대에서 내려진 박스들은 최고 초속 2.5m로 이동하며 빈자리에 착착 올라탔다. 인공지능(AI)으로 움직이는 벨트는 이튿날 새벽 4시까지 총 170만 박스를 트레일러 800대에 실었다. 국내 최대 무인 물류센터인 CJ대한통운 메가허브 곤지암에서 매일 밤 벌어지는 광경이다. 이곳 운용 인력은 벨트 관제실 20명이 전부. IT(정보기술) 발전이 불러온 언택트 물류·유통 혁명의 한 단면이다. 신현철 센터장은 “택배를 트레일러에서 내리고 싣는 작업만 사람이 하지만, 이 작업 또한 로봇 기술의 진보를 통해 가까운 시일 내에 자동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언택트 물류·유통 혁명은 물류 창고뿐 아니라 스타벅스나 편의점 같은 도심 매장의 모습도 바꾸고 있다. 편의점에서는 더 이상 직원이 재고 관리를 할 필요가 없다. AI가 알아서 재고를 파악해 물류센터로 연락하면 매일 새벽 필요한 제품이 배달된다. AI 냉장고가 우유나 생수량을 파악해 필요하면 인근 마트에 배달 주문을 하는 시대도 곧 열릴 전망이다.

◇온라인 쇼핑 시대, 도심 곳곳에 물류센터

이마트 청계천점은 매장과 물류센터가 합쳐진 구조다. 매장에 들어서면 고객들 머리 위로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온라인으로 주문한 고객을 대신해 매장 직원들이 쇼핑한 물건들을 담은 장바구니를 바로 옆 배송센터로 보내는 벨트다. 매일 5000개씩의 장바구니가 200평 배송센터에 대기 중인 배송차에 실린다.

장바구니들을 차량별 동선(動線)에 맞춰 각 배송차 앞에 줄 세우는 건 사람이 아닌 AI 담당이다. 중앙컴퓨터의 AI가 맨 마지막 배송 바구니가 짐칸 맨 안쪽에 들어가도록 컨베이어 벨트를 통제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가장 빠른 경우 3시간 남짓이면 집에서 장바구니를 받아들 수 있다. 홍철민 이마트 청계천점 센터장은 “첨단 AI 시스템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이런 ‘바로 배송’ 매장들이 ‘수 시간 내 도심 배송’ 시대를 열고 있다. 이마트 매장 160곳 중 110여 곳이 청계천점과 비슷한 방식으로 당일 배송 체제를 갖췄고, 롯데마트는 두 달 전 잠실점 매장 뒷공간에 물류센터를 만들었다. 해외에서는 중국 알리바바의 신선마트 ‘허마셴성'이 반경 5㎞ 내라면 단 하나의 물건이라도 30분 안에 배달해주는 시대를 열었다. 영국 테스코는 런던 도심 내에 ‘다크 스토어’(Dark Store)라는 이름으로 근거리 배송 전용 창고를 운영한다.

◇회 배달 업체 직원 30%가 프로그래머

언택트 물류 혁명은 오후 3시에 주문한 제주도 방어회를 저녁 7시 서울의 식탁에서 맛볼 수 있는 시대도 열었다. 예전에도 현지 식당에 며칠 전 전화해 항공택배로 받아 볼 수는 있었다. 하지만 악천후로 조업을 못 하거나 배송이 안 되는 경우, 횟값보다 배송비가 더 비싸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앱에서 주문하면 당일 집 앞에 배송해준다.

‘오늘 회' 같은 업체는 일주일 전에 주문량을 예측, 생산자·도매 업자들이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만드는 AI 시스템으로 이를 가능하게 한다. 수산물 업체지만 직원 30% 이상이 ‘회 전문가’가 아닌 알고리즘 개발자다. 이 회사 관계자는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된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 때는 전년도 크리스마스 이브 주문량에다 코로나 사태가 악화됐던 작년 5월과 9월의 데이터를 반영해 23일에 미리 주문을 했다”며 “실제 수요와 주문량의 차이는 불과 3~5%였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의 신선식품 손실률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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